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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프란츠 카프카, 1883년 7월 3일~1924년 6월 3일] 신작 [호르헤 프란시스코 이시도로 루이스 보르헤스, 1899년 8월 24일~1986년 6월 14일] 장미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 1809년 3월 20일~1852년 2월 21일] 롱괴르(Longueur) [밀란 쿤데라, 1929년 4월 1일~2023년 7월 11일] 작가(들)의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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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 11. 7.] 모두에게 널리 알려진 것처럼, FB는 폐결핵으로 죽기 직전에 지인들에게 마지막 편지를 보내어 자신의 작품과 편지를 모두 불태워 없애달라고 부탁했다. 이미 독일인 여자와 결혼해서 두 아이를 키우고 있던 나에게도 그런 편지가 도착했다.
--- p.13 「편지」 중에서 내가 살면서 확실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이라곤 자살밖에 없다는 결론에 도달하지 않기 위해 버둥대다가 병원에서 시체를 처리하는 일까지 맡게 됐는데, 그건 내가 그동안 저지른 죄악을 속죄하는 데 아주 적절한 직업이었다. --- p.30 「편지」 중에서 연구에 필요하시다면, 그걸 세상에 공개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교수님께만 특별히 보여드릴 수는 있습니다. 우린 목적과 방법을 이미 공유하고 있으니까요. 그래도 예상치 못한 상황을 대비해서 약식 계약서 정도는 남기는 게 좋겠습니다. 오늘이라도 당장 소정의 계약금이라도 받게 된다면 제 가족들 앞에서 체면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아요. 지금까지 한 이야기가 모두 정상적으로 녹음됐는지 확인해주시겠어요? --- p.43 「편지」 중에서 가문의 저주에 따라 시력을 거의 잃게 된 노작가는 쉰세 살 때부터 비서를 통해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돋보기와 네 개의 독서등을 활용해서 책을 읽거나 쓸 수는 있었으나 쉰한 번째 생일을 지나면서 앞을 완전히 볼 수 없게 됐다. --- p.67 「신작」 중에서 작가는 자신의 문학과 인생을 훌륭하게 마무리하는 방법이라면 그걸 완전히 파괴하는 것밖에 없다고 굳게 믿었기 때문에 최악의 작품을 유작으로 남기고 싶었을 수도 있었다 --- p.67 「신작」 중에서 세대와 국경을 넘나드는 작품들이 스웨덴 한림원을 감동시키지 못한 진짜 이유가 노작가의 정치적 성향 때문이 아니라 문학적 결함 때문일 수도 있다고 그들은 주장했다. --- p.92 「신작」 중에서 내게 앙심을 품은 누군가가 어젯밤 독주로 나를 마비시킨 뒤 장미라고 불리는 그녀를 납치해 갔다. 그녀는 안전한 밤을 보냈을까. --- p.104 「장미」 중에서 나는 그때도 여전히 과거가 현재보다 훨씬 더 안전하다고 자위하면서 새장 안의 평화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어떤 인간은 자유로울 권리를 거세당한 채 태어났고, 또 어떤 자는 불필요한 자유를 언제든지 포기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 p.109 「장미」 중에서 그렇다고 내가 스스로 희망을 포기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 설령 사형이 선고되더라도 뫼비우스 띠를 따라 맴돌면서 저항할 것이다. 부당한 죽음은 불필요한 윤회를 반복시킬 위험이 있다. --- p.135 「장미」 중에서 MK는 그것이 전 세계 독자들에게 최소한의 경의를 표현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지만, 사회주의 체제의 검열과 언론의 부자유를 피해 자유세계로 망명한 작가가 옛 체제의 향수에 잠겨 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 p.148 「롱괴르Longueu」 중에서 MK를 매일 감시하던 체코의 비밀경찰이 그의 장발과 관련해 추잡한 소문을 만들어 퍼뜨리자 이를 부인하기 위해 그는 망명 직전까지 삭발한 채 지냈다고 대답했다. 프랑스에 건너온 뒤에도 머리카락을 기르지 않고 거의 모든 자리에 야구 모자를 쓰고 나타나면서, 가뜩이나 미국의 저급 문화 때문에 전통이 파괴되고 있다고 걱정하는 프랑스인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고 귀띔했다. --- p.156 「롱괴르Longueu」 중에서 하지만 MK의 수상은 매번 불발됐고 출판사는 개정판 출간을 보류했다. MK의 낙선 이유 중에 가장 그럴듯한 소문은, 그가 공산 체코 시절에 비밀경찰의 끄나풀로 활동했다는 문서가 발견되면서 한림원이 그를 수상 후보에서 영구히 제명했다는 것이다. --- p.166 「롱괴르Longueu」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