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젤소미나가 사는 집
양장
신영배
문학실험실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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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제1부: 서커스가 왜 이렇게 안 끝나지?

_집 · 구멍
_1 · 2 · 3 · 4 · 해변
_서커스 · 5 · 6 · 7 · 8
_9 · 10 · 유랑 · 11 · 12
_밤 · 13
_14 · 15 · 16 · 17 · 18 · 모빌
_19 · 산책 · 20 · 21
_길
_줄 · 22 · 23 · 24 · 9
_이사 · 25 · 26 · 27 · 5
_28 · 29 · 30 · 돼지
_위장 · 31 · 15 · 32
_서커스 · 33 · 34 · 35
_고백 · 36 · 37
_줄
_눈물 · 38
_39 · 40 · 41
_42 · 43 · 8
_9 · 비행 · 44
_45
_유랑 · 나무
_16 · 서커스 · 줄 · 줄 · 8
_46 · 개 · 47
_마스크 · 48 · 49
_5 · 50
_51 · 서커스
_구름 · 52 · 53
_54 · 8 · 55
_56 · 57 · 서커스
_58 · 59 · 해변 · 60 · 61
_겨울 · 62 · 63 · 64 · 비행 · 65 · 66
_67 · 68 · 69 · 서커스
_모빌 · 70 · 71
_72 · 73 · 벽 · 74 · 75
_76 · 77 · 78 · 아침 · 서커스
_집 · 13 · 5

제2부: 연속과 포말

_물티브이 21개의 편집 의도

_시인의 말

저자 소개 1

소영

1972년 충남 태안에서 태어나 2001년 계간 [포에지]로 등단했다. 시집 『기억 이동장치』, 『오후 여섯 시에 나는 가장 길어진다』, 『물속의 피아노』, 『그 숲에서 당신을 만날까』가 있다. 김광협문학상, 김현문학패를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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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8월 17일
판형
양장 ?
쪽수, 무게, 크기
144쪽 | 214g | 크기확인중
ISBN13
9791197085499

책 속으로

머리맡에 구멍을 두고 잠이 들었다. 귀 옆에 검은 달이 뜬 밤. 이제는 불어도 소리 나지 않는 악기를 돌아보았다. 둥근 악기 그림자가 뛰어오르는 동시에 악기 위에서 소녀가 뛰어내렸다. 두 다리가 꺾인 어릿광대, 그녀, 젤소미나를 밖으로 내보냈다. 돌아올 때 젤소미나는 문을 열 것이다.
---「집·구멍」중에서

젤소미나가 죽은 해변이다. 시집이 젤소미나를 이야기한다. 멜로디와 망토는 바닷물에 젖어서 해초 같았대. 멜로디와 중절모는 밤바다를 끌고 멀리 갔다가 돌아왔대. 멜로디와 구두는 끝없이 끝없이 걸었대.
---「9·10·유랑·11·12」중에서

아침이 왜 이렇게 안 오지? 아침이 오면 나는 나의 젤소미나를 외면할 것 젤소미나가 사는 집이다. 밤이라는, 암흑이라는, 쇠퇴라는, 여기. 왜 이렇게 아침이 안 오지? 매일 이사하기 전날이다. 왜 이렇게 아침이 안 오지? 정말 아침이 오면 함께 사는 젤소미나를 나는 모를 것이다. 그래서 시를 포기하는 아침을 쓸 것이다. 아침이 왜 이렇게 안 오지? 서커스가 왜 이렇게 안 끝나지?
---「밤·13」중에서

시집이 소녀상 옆에 앉는다. 치마가 되어 앉는다. 한 장 한 장 넘기는 치마. 제목이 붙고 차례가 달린 치마. 숫자들이 행진하는 치마. 멜로디 치마. 몇몇 숫자들이 날뛰는 치마. 상처를 드러내고 비명을 지르는 치마. 시집은 구두를 신는다. 해변으로 갈 구두. 상처 난 몸 곳곳에 신는다. 골반에, 허벅지에, 발목에, 종아리에…… 구두들이 뼈처럼 가시처럼 돋은 치마. 시집이 앉아 있다.
---「서커스·33·34·35」중에서

시집이 산책을 한다. 아스팔트와 숲이 나란히 이어진 길. 끝은 해변이다. 시집은 젤소미나의 산책을 생각한다. 젤소미나도 해변을 향해 산책을 하고 있다. 다만 벽에 걸려 있다. 벽에 걸린 채 젤소미나는 시집의 산책을 생각한다. 이 서커스도 마음에 들어. 트럼펫 소리가 커지고 시집이 멜로디를 안고 집으로 돌아온다. 문이 열리고 파도 소리가 커지고 젤소미나가 사라진다. 젤소미나가 사라진 곳으로 시집이 들어간다. 이 서커스도 마음에 들어. 시집은 다만 벽에 걸려 있다.

---「72·73·벽·74·75」중에서

출판사 리뷰

젤소미나의 집 없는 집을 향한, 끝나지 않는 서커스, 그리고 시집의 외출

알려진 대로 ‘젤소미나’는 1954년 이탈리아 영화감독 페데리코 펠리니의 작품 〈길(La Strada)〉의 여주인공이다. 시인은 액자로 된 이 영화의 포스터와 20년 넘게 동거해왔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시적 다중 현실을 목도하게 된다. 유랑하는 차력사에 팔린 영화 속의 젤소미나에겐 집이 없지만, 시인의 집은 액자 속 젤소미나가 사는 집인 동시에, 이미 죽은 혹은 유랑하는 젤소미나로 인해 시인도 또한 집을 잃고 유랑하는 처지에 놓일 수밖에 없다. 아이러니하게도 그 있지만 동시에 사라지는 ‘집’의 밖으로 나가는(외출) 것은 또 하나의 집, 바로 ‘시집’이다. 젤소미나는 빙의된 시인이며, 시인은 빙의된 젤소미나이다. ‘시의 집’은 유일하게 이 둘을 동시에 담을 수 있다.

영화 포스터 패널 하나를 들고 이사를 다녔다. 20년이 넘도록 단지 그것뿐이었다. 그 영화 포스터 속에는 젤소미나가 산다. 나의 어릿광대 젤소미나. 얼굴에 눈물방울을 그리고 웃는 젤소미나. 눈물방울을 위한 서커스, 우는 젤소미나. 그러나 버려지고 끝내는 미쳐서 해변으로 간 젤소미나. 해변으로 가서 죽은 젤소미나. 그러나 지금 나와 살고 있는 젤소미나. 나의 집 이야기는 이것이 전부다. _「집·13·5」 중에서

이미 죽은 주인공이, 지금 여기 살며 동시에 유랑하는 이 현실이, 바로 우리가 잃어버린, 우리가 가려버린 우리의 실제 현실이다. 그 이름 ‘젤소미나’는 이 땅의 모든 여성이고 여성성이며, “어제 출산해” “오늘 임신해야 하는” 젖소이며, 폭력의 대상, 사건의 피해자,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을 포함하는 ‘삶’의 다른 이름이다. 이는 신영배 시인의 이번 시집이 “최승자·김혜순 시인으로부터 시작된 새로운 한국 여성 시의 계보에 발 디디고 있었으나, 곧 자기만의 시적 경지를 개척해냄으로서 하나의 또 다른 이정표가 되는” 동시에 “여성성과 그 시적 언술이 미학적으로 완벽하게 결합하는 문학사적 한 장면”임을 재확인하게 해주는 국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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