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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학자가 꼼꼼히 짚어낸 개성 이야기
개성은 1950년 이전에는 경기도 개성시였고, 지금은 북한의 특별시 중 하나이다. 소나무가 많아, 송악, 송도, 송경으로 불리기도 했는데, 파주시와 면해 있을 만큼 정말이지 서울에서 매우 가까운 거리에 있다. 서울에서 차로 1시간이면 갈 수 있는 곳, 위도로는 연천보다 더 아래에 있는 도시인데도 가지 못한 세월이 70년이 넘었다. 개성공단 가동이 중단된 지도 10년이 지났다. 현재 개성은 가 볼 수는 없지만 475년 동안 고려의 수도였고, 현재 도로망의 기초를 마련하는 데 시초가 된 곳이라서 그 의미가 남다르다. 봄볕에서는 2023년부터 역사 그림책을 기획 출간하고 있다. 정조의 화성 행차를 새롭게 재현한 그림책 《1795년, 정조의 행복한 행차》와, 2025년에는 현존하는 유일의 순력화 ‘탐라순력도’를 통해 역사 속 제주의 지리와 풍물을 살펴본 그림책 《탐라순력도 1702년, 제주를 돌아보다》을 펴냈다. 지역별 특성을 강조한 시리즈는 아니지만 기출간된 그림책은 수원 화성, 제주 등 지역을 거점으로 역사와 당시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게 구성되어 있다. 이번에는 개성이다. 미지의 도시 개성, 475년 동안 고려의 수도였던 개성의 역사와 설화를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게 풀어낸 그림책 《신화의 도시, 개성》이 출간되었다. 이 책의 저자 장지연은 최근 동료 역사학자들과 함께 ‘역사 속 여자, OO하다’ 시리즈를 기획· 집필하였고, 《경복궁, 시대를 세우다》, 《조선을 읽는 법, 단》 등을 낸 정통 역사학자이다. 어른들을 위한 인문 역사서를 출간하는 것 외에도 《한강에 살아요》, 《한국사 교실》 등 아이들을 위한 책도 꾸준히 내오고 있었다. 이번에 저자의 시선이 모인 곳은 개성이다. 왕건의 탄생과 고려 건국, 그리고 멸망 장지연 작가는 개성의 의미값은 ‘고려’에 있다고 보았다. 그래서 고려의 태동부터 이야기가 시작된다. 사실 조선 시대 이야기는 여러 매체의 드라마, 다큐멘터리 등 다양한 콘텐츠를 통해 꾸준히 접해 왔지만 고려 시대는 몇몇 대하드라마를 제외하고는 많이 이야기되지 않았다. 그래서 고려의 수도가 개성이었다는 걸 모르는 사람도 있고, 학교 시험 문제로 언급되는 정도이다. 그렇다면 고려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고려는 태조 왕건이 세운 나라이다. 왕건이라는 첫 왕이 나기까지 고려 역사에는 어떤 이야기가 있었을까? 바위굴 속에서 호랑이에게 간택되어 목숨을 구한 호경에서부터 시작된 이야기는 ‘누가 누구를 낳고, 누가 누구와 결혼을 했다’ 식의 신화적 서사로 이어진다. 영웅 서사에서 꼭 필요한 모험을 겪고 위기를 이겨내는 이야기도 빼놓을 수 없다. 앞서 말한 호경은 혼자 살아남아 산신의 남편이 된다. 호경의 아들 강충은 귀인의 말을 듣고 고을을 남쪽으로 옮겼고 소나무를 많이 심은 그곳에서 보육이라는 아들을 낳았다. 보육은 딸 둘을 낳았는데, 누군가의 예언에 따르면 중국의 임금이 이 집 사위가 될 거라고 했다. 보육의 큰딸이 천하에 오줌이 흘러넘치는 꿈을 꾸자, 동생 진의가 대번에 좋은 꿈이라는 걸 알아보고 언니에게 비단 치마를 주고 그 꿈을 산다. 예언 속의 왕자가 찾아왔고, 둘째 진의가 이 왕자와 혼인을 하게 된다. 진의는 작제건이라는 아들을 낳았는데 열여섯 살이 된 작제건은 아버지가 주고 간 활과 화살을 챙겨 길을 떠난다. 바다에 빠져 죽을 뻔하지만, 서해 용왕의 부탁을 들어주고 그 보답으로 용왕 딸과 결혼을 한다. 용왕의 딸과 작제건 사이에 용건이라는 아들이 태어났고 그 용건이 낳은 아들이 바로 왕건이다. 개성 주요 장소와 그곳의 역사와 설화 고려의 건국과 멸망 이야기 외에도 개성 내 주요 지명에 얽힌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다. 용의 피가 흘러 붉게 물든 박연 폭포, 강화도 쪽으로 흘러 내려오는 예성강에 깃든 슬픈 노래, 고려가 망해갈 무렵 빼놓을 수 없는 인물 정몽주와 선죽교, 조선을 거부했던 고려 충신들이 두문동에 들어가 끝내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는, ‘두문불출’의 유래가 된 두문동 설화 등 개성 내 여러 곳에 얽힌 역사와 설화가 다양하게 실려 있다. 조선을 세운 이성계를 특히 싫어했던 개성 사람들은 조랭이떡국을 먹으며 이성계를 조롱했고, 제사상에 올리는 돼지고기 수육을 성계육이라 불렀다고 한다. 물론 조선 후기의 일이지만 개성 사람들의 배짱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현재의 평양, 개성, 서울로 잇는 도로망의 태동은 고려 시대부터 고려의 태동과 개성 곳곳의 유래와 역사 이야기만으로는 아쉬움이 남는다. 현재 개성의 생활상이나 지금을 살아가고 있는 개성 사람들에 대한 정보가 없다는 답답함이기도 하다. 그래서 부록에서는 개성을 좀 더 가늠해 볼 수 있는 개성 및 고려의 유물, 고지도 속에서 찾아보는 이야기 속 배경 위치, 우리가 가 볼 수 있는 고려 관련 유적 및 유적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개성역사유적지구’로 등재된 개성의 문화유산 사진과 지도 등을 꼼꼼하게 담아냈다. 국립중앙박물관 중앙에 묵직하게 자리잡고 있는 십층석탑은 원래 개성 남쪽 경천사에 있던 탑이었고, 해인사 팔만대장경은 고려의 대표적인 유물이다. 고려가 몽골의 침입을 받고 잠시 강화도로 수도를 옮겨간 시기에 몽골군을 물리치고자 하는 염원을 담아 만든 것이 팔만대장경이었다. 평양은 고구려의 수도였지만 고려 시대에는 황폐해져 있었다. 평양을 다시 개발하여 제2의 도시로 키운 것과 지금의 서울인 한양을 새롭게 개발한 것 모두 고려 시대의 일이다. 결국 평양, 개성, 서울 등을 중심으로 한 현재의 도로망은 고려 시대에 그 기초를 마련한 것이다. 고려와 개성이 우리나라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바탕을 마련한 시기와 장소였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닫게 된다. 2007년 고려궁성 발굴 작업에 참여한 저자의 사진 기록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문화유산 지도와 함께 실린 사진 자료에서 2007년 선죽교와 표충비, 만월대, 개성공단 주변 풍경 등의 사진은 저자가 직접 찍은 사진이다. 2007년 남북 공동 개성 고려궁성 발굴 작업을 시작했을 무렵 직접 개성에 갔던 저자가 기록한 사진이기 때문이다. 2007년의 기록이 그나마 최근 기록이라 선죽교를 비롯한 몇 군데를 사진으로 확인하며 현재의 개성을 상상해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