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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책임과 윤리···············7
[수상작]‘주체’에서 멀어지는 목소리들 / 고봉준········11 구체적인 관념-언어를 향하여 / 김대산·······39 시, 불가능한 말들의 자오선 / 박슬기·········65 변해야 비평이다: 사회, 감성, 비평 / 소영현······93 근대의 기획과 탈주의 서정 / 손남훈·········119 폐허에서 온 고지(告知) / 이소연··········143 감응하는 주체와 정념의 숙성 / 장은석········173 죽음을 상속하는 문장들 / 장은영··········187 말하지 않아서 말할 수 있다 / 전소영········211 이식의 고통과 고독의 연대 / 차미령·········231 제16회 ‘젊은평론가상’ 심사 경위··········2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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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이후 새로운 ‘인칭’ 감각을 선보인 시인들이 등장했다. 그들은 전통적인 시의 권위적 화자인 1인칭 ‘나’를 ‘나들’의 복수적 형태로 분리하거나, ‘나’라는 1인칭 대신 ‘우리’라는 복수형을 전면에 내세움으로써 이질적인 목소리들의 교향 효과와 주체의 불안정성을 평행적인 관계로 배치하는 경향을 보였다. 이러한 실험은 ‘서정(시)’을 ‘개인’, ‘고백’, ‘독백’의 목소리와 동일시해 온 장르적 관습을 위태롭게 만들었는데, 이 효과는 생각보다 파괴적-왜냐하면 이 동일시가 비교적 최근까지 별다른 의심 없이 통용되었기 때문에-이었으나, 주류적인 경향의 공통적인 특징 가운데 하나로 자리 잡음으로써 그 파괴력-왜냐하면 어느새 더 이상 낯설지 않게 되었기 때문에-을 잃어 가고 있기도 하다. 분명한 것은 이러한 다성성의 발화법이 서정시의 핵심이 ‘동일성’에 있고, 이때의 동일성이 ‘주관’과 ‘내면’을 가리킨다는 전통적인 장르적 무의식을 탈코드화했다는 사실이다. 그리하여 지금 우리는 서정시를 “주체와 대상의 서정적 혼융”(에밀 슈타이거), “자아의 독립적인 표현”(볼프강 카이저), “자아와 세계의 동일성”(김준오)이라고 단언할 수 없는 지점에 도달했다.
---「‘주체’에서 멀어지는 목소리들」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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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문학평론가협회는 동시대와 같이 호흡하면서 개성적인 시각으로 우리 비평의 현장성을 잘 보여 주는 평론들을 ‘젊음’이라는 이름으로 주목해 왔습니다. 올해로 16회째를 맞은 ‘젊은평론가상’은 그간 우리 문단에서 인상적인 활동을 지속하고 있는 평론가들을 배출해 온 권위 있는 상입니다.
2014년 한 해 각종 문학지들에 발표된 글들을 대상으로, ‘젊은 열정과 패기’를 가지고 있는 10편의 우수한 작품들을 선정해 ≪2015년 젊은평론가상 수상 작품집≫을 세상에 내놓게 되었습니다. 이 책에 수록된 평론들은 기존의 문학적 평가에 안정적으로 기대기보다 우리 문학의 다양한 목소리들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평론가들의 문제의식이 담겨 있습니다. 유난히 불행했던 2014년 한국 사회에서 문학이 감당하고 있는 역할과 그 필요성에 대해 같이 고민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시문학의 양적 성장과 더불어 사회적 요구에 보다 밀착해 있는 장르적 특징 때문인지 2014년에는 그 어느 때 못지않게 시문학을 대상으로 그 다양한 가능성들을 점검하는 글들이 의미망을 두텁게 형성하고 있습니다. 단일하고 확고한 주체의 내면독백이라는 전통적 서정시 발화에서 벗어나 이질적 목소리들의 분절과 자유로운 결합에 의미를 부여하는 고봉준의 글이나, 폭력적인 시대에 대응하는 유일한 방식으로서의 시 쓰기에 대한 의미를 예언적으로 살펴본 박슬기의 글들이 바로 그런 주목에 값하고 있는 대표적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근대적 기획의 틀 안에서 ‘서정’의 의미를 꼼꼼하게 추적하는 한편 그 새로운 향방을 점검하고 있는 손남훈의 글이나 진실을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들을 부르는 기능으로서의 시문학을 살펴보고 있는 전소영의 글 역시 문학작품들을 보듬으면서 이끌고 나가는 평론 본연의 역할을 성실하게 감당하고 있습니다. 이소연과 장은석 그리고 장은영의 글은 평론을 비롯한 문학의 사회적 필요성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지고 있는 글입니다. 두 글은 모두 ‘세월호’로 대변되는 파국적 사건의 연속으로 이루어진 우리의 기형적 사회구조 속에서 진정한 (문학적)애도라는 것이 가능한지, 또 그것을 통해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어 갈 수 있는지에 대한 성찰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김대산의 글은 문학의 가장 본질적인 문제라고 할 수 있는 ‘언어’를 분석과 비평의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이 글은 구체적인 소설 작품들을 언급하고 있지만, 최근의 우리 평단에서 찾기 어려운 일종의 장르론적 비평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은희경의 연작소설을 분석하고 있는 차미령의 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대상 작품들을 꼼꼼하게 따라가는 한편, 거시적인 가치관들이 소멸한 뒤 최근의 우리 소설들이 보여 주는 개인적이고 분절된 삶의 모습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자 노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처럼 ≪2015년 젊은평론가상 수상 작품집≫에 실린 글들은 모두 우리 문학의 현장 가장 가까이에서 문학작품들을 매개로 동물적 삶이 지속되는 현실과 가장 먼 곳을 향한 꿈들을 펼쳐보이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