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I 시대, 시나리오 창작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01 기획 프롬프트 02 소재 발굴 프롬프트 03 자료 조사 프롬프트 04 로그라인 작성 프롬프트 05 캐릭터 구축 프롬프트 06 구조 설계 프롬프트 07 사건 설계 프롬프트 08 신 리스트 구성 프롬프트 09 장면 작성 프롬프트 10 메타포 점검 프롬프트 |
이수진의 다른 상품
|
이 말은 곧, 기획 프롬프트가 단순한 명령문이 아니라는 뜻이다. 기획 프롬프트는 ‘이 프로젝트에서 AI의 역할은 무엇이며, 내가 결코 넘기지 않을 결정은 무엇인가’를 미리 규정하는 설계 문서다.
좋은 프롬프트는 세 가지를 포함한다. 역할 설정(AI에게 어떤 전문가처럼 생각하라고 지정한다), 맥락 제시(장르, 플랫폼, 타깃, 시장 환경), 평가 기준(무엇을 어떤 항목으로 분석할 것인가). Collin College의 스크립트라이팅 프롬프트 가이드도 같은 원칙을 강조한다. ‘구체적 맥락, 명확한 목표, 평가 기준을 함께 제시할 것’ 이 세 요소가 갖춰진 프롬프트와 그렇지 않은 프롬프트는 결과가 다르다. --- 「01 기획 프롬프트」 중에서 자료 조사에서 AI가 가장 취약한 영역은 현장 디테일이다. 직업 은어, 공간의 냄새, 그곳에서 반복되는 몸짓. AI는 이것을 데이터로 갖고 있지 않다. 있더라도 평균화된 형태로 저장되어 있다. 현장 디테일은 직접 취재로만 채울 수 있다. 두 번째 취약점은 금기와 비밀이다. 공개된 자료만 학습한 AI는 ‘말해지지 않은 것’을 알지 못한다. 업계 안쪽에서 통용되는 관행, 모두가 알지만 아무도 공개적으로 말하지 않는 것. 이것은 내부자 인터뷰, 현장 관찰, 오랜 시간의 신뢰 쌓기로만 얻을 수 있다. 세 번째는 ‘나만이 쓸 수 있는 이유’다. AI가 추천한 이야기 씨앗 중 어떤 씨앗이 나의 경험, 나의 질문, 나의 시선과 맞닿는지는 AI가 판단할 수 없다. 창작자만이 안다. --- 「03 자료 조사 프롬프트」 중에서 AI에게 ‘3막 구조를 짜 달라’고 하면 빠르게 결과가 나온다.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 각 막마다 사건이 채워진다. 그런데 읽어보면 뭔가 빠진 느낌이 든다. 사건이 있는데 긴장이 없다. 갈등이 있는데 선택이 없다. 이유는 단순하다. AI는 입력된 정보의 범위 안에서 가장 그럴듯한 사건 배열을 만들어 낸다. 그러나 ‘왜 이 사건이 지금 발생하는가’, ‘주인공은 왜 이 선택을 하는가’, ‘이 선택이 주도적 아이디어와 어떻게 연결되는가’는 입력하지 않으면 추적하지 않는다. 구조 설계 프롬프트는 그래서 두 층위로 작동한다. 사건의 배열을 요청하는 동시에, 각 전환점마다 갈등의 종류·선택의 이유·선택 후의 변화를 함께 분석하도록 설계한다. 이 두 층위가 함께 작동할 때 구조는 사건의 목록이 아니라 이야기가 된다. --- 「06 구조 설계 프롬프트」 중에서 장면 집필은 이 책에서 다루는 프롬프트 중 AI의 결과물을 가장 많이 고쳐야 하는 단계다. 기획·소재·조사·로그라인·캐릭터·구조·사건·신 리스트까지 쌓아온 모든 결정이 이 단계에서 실제 문장으로 내려온다. AI가 만든 대사와 지문은 시작점이다. 창작자의 언어로 다시 쓴 비율이 높을수록 그 신은 이 이야기에 가까워진다. 독자가 이야기에 끝까지 붙들리는 이유는 하나다. 지금 이 순간 이 인물에게 무엇이 걸려 있는가를 알기 때문이다. 신 하나를 쓸 때마다 이 질문으로 돌아온다. 그 답이 있는 신은 살아남는다. --- 「09 장면 작성 프롬프트」 중에서 |
|
프롬프트보다 먼저 배워야 할 것은 이야기를 판단하는 눈이다
AI는 로그라인을 만들고, 캐릭터를 설계하며, 3막 구조를 짜고, 수십 페이지의 시나리오 초안까지 단숨에 써 낸다. 그런데 공모전 심사장에서 만나는 AI풍 원고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문장은 매끄럽지만 목소리가 없고, 사건은 이어지지만 필연성이 없으며, 갈등은 있어도 인물의 선택이 보이지 않는다. 이 문제를 프롬프트 기술이 아니라 ‘질문의 수준’에서 풀어낸다. AI에게 시나리오를 써 달라고 맡기는 대신 클리셰는 무엇인지, 인물이 압박 속에서 왜 이런 선택을 하는지, 특정 장면을 삭제하면 이야기가 무너지는지를 묻는다. 기획, 소재 발굴, 자료 조사, 로그라인, 캐릭터, 구조, 사건, 신 리스트, 장면 집필, 메타포와 주제 점검까지 10단계에 걸쳐 AI가 잘하는 일과 창작자가 직접 판단해야 할 일을 구분한다. 특히 각 단계에서 ‘AI가 해결하지 못하는 것’을 짚는다. 정서적 개연성, 침묵, 문화적 맥락, 그리고 왜 이 이야기를 내가 써야 하는가는 데이터의 평균값에서 나오지 않는다. 좋은 프롬프트는 결국 좋은 작법에서 나온다. AI를 보조 작가로 부리는 힘은 더 많은 명령어가 아니라, 결과물의 문제를 알아보고 다시 질문할 수 있는 창작자의 눈에서 생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