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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지 르몽드디플로마티크 Le Monde Diplomatique (월간) : 9월 [2026]
르몽드디플로마티크 편집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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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목차:
‘AI’ 사회주의는 과연 불가능한가?
■ 이달의 칼럼
브누아 브레빌 & 피에르 랭베르 | 파시즘보다 교묘한 ‘프랑스판 아파르트헤이트’
성일권 | <오디세이>에서 만난 팔레스타인

■ 포커스
마엘 마리에트 | 나는 이렇게 자본주의자가 되었다
린디타 첼라 & 트리스탕 콜로마 | 초호화 호텔, ‘신식민주의’의 트로이 목마」

■ 지구촌
타리크 부아피아 & 엘로디 데캉 | 에티오피아에 손대지 마라!
줄리아 네이마 | ‘시장’에 손 내미는 위기의 쿠바
베르나르 비올레 | “내게 시(詩)는 팔레스타인 해방전사다!”
프륀 앙투안 | ‘마약’에 의존하는 유럽의 노동시장
이브라힘 와르데 |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에 ‘용기’ 얻은 네타냐후
알랭 드노 | 토탈은 어떻게 비판자를 침묵시켰는가

■ 사상
에브게니 모로조프 | ‘AI’ 사회주의는 과연 불가능한 걸까?

■ 사회
피에르 파스토랄 | 프랑스 오랜 풍경을 지키는 ‘문화재 건축가’들
플로랑스 가이야르 | 보험이 필요한 곳을 기피하는 보험사들

■ 역사
크리스틴 리갈 | <르몽드>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가치를 이어받지 못한 이유
소니아 콩브 | 20세기 초 독일, ‘몸의 해방’을 이끈 선구자들

■ [2026년 기획연재] 은폐된 역사의 진실을 찾아서 (9)
니콜라 파탱 | 그들은 히틀러에게 베팅했다

■ 문화
아르노 드 몽주아 | 가난한 사람들의 품격

■ 한반도
황미숙 | 異端(이단), 그들은 누구인가?
목수정 | AI에 맞서는 프랑스 교육의 선택, ‘그랑 오랄’
유철호 & 강 월터 하나 | 미군기지에서 시작된 아이들의 디아스포라
김 경 | ‘거룩한’ 이야기의 슬픈 진실

저자 소개

<저자 소개>
브누아 브레빌 (Benoît Bréville)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발행인, 역사학 박사. 퀘벡대 교수와 파리 1대학 20세기 사회사 연구소 연구원,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프랑스어판 편집장 등을 각각 역임했다. 도시 빈곤, 사회정책, 언론 자유 및 검열, 글로벌 경제와 기술 권력 등을 비평적인 시각에서 분석한다. 주요 저서에 『Les mondes insurgés. Altermanuel d’histoire contemporaine 반란의 세계. 현대사의 대안 편람』(공저, 2014), 『Manuel d’histoire critique 비평 역사 편람』(2014) 등이 있다.

성일권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 발행인 겸 편집인. 대학 시절에 조지 오웰이나 앙드레 말로 같은 실천적 글쟁이를 꿈꾸며, 졸업 후 신문기자로 출발했으나 ‘참을 수 없는’ 욕망의 변덕 탓에 신문사를 4번이나 바꾸었고, 이후 공무원, 홍보전문가, 연구원, 강사, 특임 및 초빙교수, 프리랜서 번역가를 거쳐 지금의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한국어판에 이르기까지 여러 직장을 옮겨 다녔다. 좋게 말해 역마살이지, 어디에도 구속받기 싫어하는 천성 탓에 늘 일상의 삶과 불화했다. 놀랍게도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에서만큼은 무려 12년이나 버텼다. 아니, 처음으로 일다운 멋진 일을 하고 있고, 아직은 더 일할 만하다고 생각한다.
한창 경제 활동해야 할 30대 중반에 유학을 떠나, 파리3대학에서 커뮤니케이션 석사학위를, 파리8대학에서 정치사상 연구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았고, 돌아와선 고려대와 이화여대 등에서 저널리즘 글쓰기를 강의했으며, 동국대에선 고전 읽기 세미나를 주관하는 초빙교수를, 경희사이버대에선 인문학적 글쓰기의 특임교수를 각각 지냈다. 지은 책으로 『오리엔탈리즘의 새로운 신화들』, 『20세기 사상지도』(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거의 석유 없는 삶』, 『자본주의의 새로운 신화들』, 『도전받는 오리엔탈리즘』 등이 있다. 관훈클럽 국제보도상을 수상했고, 저서가 문화부 우수교양 도서에 선정되기도 했다.

마엘 마리에트 Maëlle Mariette
언론인

린디타 첼라 Lindita Çela
언론인

트리스탕 콜로마 Tristan Coloma
언론인

타리크 부아피아 Tarik Bouafia
기자. 엘로디 데캉 Élodie Descamps 역사학자. 두 사람은 『L’Empire du mépris. L’Éthiopie sous les bombes de Mussolini』(알비앵 미셸, 파리, 2025)의 공동 저자이다.

줄리아 네이마 Julia Neima
기자. 아바나 현지 취재

프륀 앙투안 Prune Antoine
소설가, 언론인

알랭 드노 Alain Deneault
철학자

에브게니 모로조프 Evgeny Morozov
작가·연구자. 에브게니 모로조프는 지식을 선별하고 공유하는 플랫폼 ‘더 실라버스(The Syllabus)’의 대표다. 최근 프랑스어로 출간한 저서 『산티아고 보이즈』(디베르장스, 캥페를레, 2024)는 같은 제목의 팟캐스트를 바탕으로 집필됐다.

피에르 파스토랄 Pierre Pastoral
건축가·도시계획 전문가

플로랑스 가이야르 Florence Gaillard
기자, 다큐멘터리 감독

크리스틴 리갈 Christine Rigal
프랑스의 역사 연구자, 저술가. 『무례한 기자』(La Dalbade 출판사)의 저자이기도 한 필자는 클로드 쥘리앵의 딸이다. 최근 출간된 이 책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인터뷰와 자료를 토대로 그의 삶과 활동을 재구성했다.

소니아 콩브 Sonia Combe
역사학자.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충성: ‘현실 사회주의’의 희생자들』(Le Bord de l’eau, Carignan-de-Bordeaux, 2019)의 저자.

니콜라 파탱 Nicolas Patin
보르도 몽테뉴 대학교 역사학과 강사. 줄리 르 가크와 공저한 『세계 대전: 재앙과 애도, 1914-1945』(아르망 콜린 출판사, 파리, 2022)의 저자.

아르노 드 몽주아 Arnaud de Montjoye
문학평론가

황미숙 박사
한국교회사 박사.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 연구위원. 목원대, 배재대 교수 역임. 저서로 『내한감리교선교사들의 사회복지사업』으로 소망학술상 수상했고, 공저 『기독교 한국에 살다』 등과 다수의 논문을 썼다.

목수정
파리에 거주하며, 칼럼 기고와 책 저술, 번역을 하고 있다. 2023년 저작으로 『파리에서 만난 말들』 , 역서로는 『마법은 없었다』 (알렉상드라 앙리옹-코드 저) 등이 있다.

김 경
영화 몸 (Film Body)을 연구하는 영화연구가이자, 한방을 활용해 몸과 마음을 치유하는 일을 하고 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09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28쪽 | 205*285*6mm
ISBN13
9791124485118

출판사 리뷰

[출판사 서평]
‘AI’ 사회주의는 과연 불가능한가?
AI와 신기술의 빠른 확산에 따라 시장과 국가, 시민과 이방인, 제국과 식민지, 인간과 기계, 공공과 사유의 경계가 빠르게 흔들리고 있다. 그러나 경계가 무너진 자리에 반드시 자유가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낡은 경계가 사라진 자리에 새로운 지배와 차별, 불평등의 질서가 들어서기도 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월호에 실린 글들은 볼리비아의 노천시장에서 프랑스의 정치와 교육, 1930년대 에티오피아에서 오늘의 팔레스타인, 쿠바에서 동두천에 이르기까지 서로 다른 장소와 시간을 가로지른다. 그러나 이 여정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수렴한다. 누가 역사의 주체로 남고, 누가 역사에서 지워지는가. 9월호는 커버스토리를 비롯해 정치·경제·역사·사회·문화·한반도를 아우르는 20여 편의 글을 통해 이 질문을 집요하게 파고든다.
커버스토리인 마엘 마리에트의 〈나는 이렇게 자본주의자가 되었다〉는 세계화를 바라보는 카메라의 위치부터 바꾼다. 세계화를 말할 때 우리는 흔히 미중 무역전쟁, 다국적기업, 관세와 공급망 같은 거대한 숫자와 구조를 떠올린다. 그러나 이 글의 주인공은 볼리비아에 사는 프랑스 여성 레나다. 그는 중국산 장신구를 수입해 ‘시크 파리’라는 이름으로 판매한다. 기자는 볼리비아 엘알토의 시장에서 광저우 무역박람회까지 레나를 따라가며, 세계화가 거대기업의 회의실뿐 아니라 작은 상인들의 생계와 욕망 속에서도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여준다.
중국산 액세서리는 프랑스풍 상표를 입고 볼리비아 소비자에게 팔린다. 생산지와 상표, 문화적 이미지의 국적이 서로 엇갈린다. 자본주의는 더 이상 하나의 중심에서 주변으로만 흘러가지 않는다. 광저우의 공장과 안데스의 시장, 틱톡과 컨테이너가 연결되면서 이름 없는 상인들도 세계시장의 행위자로 등장한다. 이른바 ‘아래로부터의 세계화’다.
그러나 자본이 국경을 넘는다고 해서 권력까지 평등해지는 것은 아니다. 린디타 첼라와 트리스탕 콜로마의 〈초호화 호텔, ‘신식민주의’의 트로이 목마〉는 그 반대편의 풍경을 보여준다. 걸프 지역의 거대한 국부펀드는 관광과 부동산 개발을 앞세워 인도양을 비롯한 세계 곳곳으로 영향력을 넓힌다. 관광 의존도가 높은 작은 국가에 해외자본은 구원의 손길처럼 보이지만, 바로 그 의존성이 새로운 종속의 통로가 된다. 카타르가 초호화 호텔산업을 대외 영향력 확대의 수단으로 활용해온 과정은 오늘날의 신식민주의가 군함 대신 리조트와 투자계약서를 앞세우고 찾아올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번 호의 가장 날카로운 정치적 문제의식은 브누아 브레빌과 피에르 랭베르의 〈파시즘보다 교묘한 ‘프랑스판 아파르트헤이트’〉에서 드러난다. 필자들이 경고하는 것은 극우 집권과 함께 어느 날 갑자기 민주주의가 무너지는 고전적인 파시즘만이 아니다. 더욱 위험한 것은 민주주의의 외형을 유지한 채 시민의 권리를 조금씩 차등화하는 체제다.
이민자의 노동력은 필요하지만 그들을 동등한 시민으로 받아들이지는 않는 사회, 국적과 이중국적, 종교와 거주지역을 기준으로 사실상의 차등적 시민권을 만드는 사회다. 극우정치는 반드시 의회를 폐쇄하거나 군대를 거리로 불러내지 않는다. 법과 제도를 이용해 차별을 정상적인 질서로 만들 수도 있다. 그래서 필자들이 끝내 붙드는 단어는 ‘반파시즘’보다 근본적인 ‘평등’이다. 경제적 권리와 시민권을 관통하는 평등이야말로 좌파의 나침반이자 정치 프로그램이 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 문제는 성일권의 〈오디세이>에서 만난 팔레스타인>에서 전혀 다른 언어로 되돌아온다. 오디세우스에게 이타카가 있었다면, 트로이 사람들에게도 자신만의 ‘이타카’가 있었다. 집으로 돌아가려는 영웅의 귀향은 아름답지만, 그 영웅이 불태운 도시에도 누군가의 집과 가족, 기억이 있었다. 그렇게 3천 년 전의 서사는 오늘날 팔레스타인의 폐허와 만난다. 내 집과 고향이 소중하다면 다른 사람의 집과 고향도 똑같이 소중하지 않은가. 정치와 국제법의 언어에 앞서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감각으로 전쟁을 되묻는 글이다.
타리크 부아피아와 엘로디 데캉의 〈에티오피아에 손대지 마라!〉는 이 질문을 1935년으로 돌려놓는다. 무솔리니의 에티오피아 침공 앞에서 유럽의 지식인과 정치세력은 갈라졌다. 국제법과 민족자결을 말하던 유럽이 아프리카인에 대한 침략 앞에서는 얼마나 쉽게 자신의 원칙을 포기하는지가 드러났다. 당시 폴 니장의 “흑인을 상대로라면 무엇이든 용납된다. 이것이 바로 우리의 서구다”라는 비판은 거의 한 세기가 지난 지금도 섬뜩할 만큼 현재적이다. 그러나 에티오피아를 지키려는 움직임은 피부색과 국경을 넘어선 연대로 발전했고, 훗날 반식민주의와 민족해방운동을 떠받칠 초국적 연대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줄리아 네이마의 〈‘시장’에 손 내미는 위기의 쿠바〉 역시 오래된 이념의 경계가 흔들리는 현장을 포착한다. 국가가 경제를 장악해온 쿠바에서 민간경제와 시장의 확대는 피하기 어려운 선택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를 ‘사회주의냐 시장이냐’라는 낡은 이분법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시장은 사람들에게 경제활동의 자유를 줄 수 있지만, 기존 권력층과 신흥 기업가가 결합한 새로운 과두체제를 낳을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시장의 도입 여부가 아니라 경제적 권력과 그 성과가 누구에게 돌아가느냐는 점이다.
이 질문은 에브게니 모로조프의 〈‘AI’ 사회주의는 과연 불가능한 걸까?〉에서 21세기의 가장 첨예한 문제로 확장된다. 인공지능은 인류가 축적해온 언어와 지식, 경험을 학습해 만들어졌다. 그렇다면 AI가 창출하는 부와 능력은 왜 소수 기업의 사유재산이어야 하는가. 버니 샌더스가 제안한 AI 기업의 공공 지분 구상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모로조프는 AI 자체를 사회가 함께 소유하고 통제하는 ‘공동의 자산’으로 상상할 수 있는지를 묻는다.
AI를 둘러싼 이러한 문제의식은 한반도 섹션에 실린 목수정의 〈AI에 맞서는 프랑스 교육의 선택, ‘그랑 오랄’〉과 절묘하게 맞물린다. 한쪽이 “AI는 누구의 것인가”라고 묻는다면, 다른 한쪽은 “AI 시대에 인간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라고 묻는다. AI가 인간보다 더 많은 정보를 기억하고, 더 빠르게 계산하며, 더 매끄럽게 글을 쓰는 시대에 교육이 해야 할 일은 인간을 AI처럼 만드는 것이 아니다. 프랑스의 탈디지털 교육과 ‘그랑 오랄’은 자신의 생각을 구성해 말하고, 타인의 생각을 듣고 논쟁하는 능력을 다시 교육의 중심으로 가져오려는 시도다. 앞으로의 격차는 AI를 사용하는 사람과 사용하지 않는 사람 사이보다 ‘인간의 지능을 지켜낸 사람과 그렇지 못한 사람’ 사이에서 더 크게 벌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이 글 전체를 관통한다.
‘공공’의 문제는 사회면에서도 이어진다. 피에르 파스토랄의 〈프랑스의 오랜 풍경을 지키는 ‘문화재 건축가’들〉은 문화유산 보존이라는 당위 뒤에 감춰진 계급적 비용을 들여다본다. 아름다운 옛 도시를 지키는 일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지만, 까다로운 보수 기준을 충족하는 데 드는 비용은 개별 소유주의 몫으로 돌아간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주민에게 문화유산 보존은 감당하기 어려운 부담이 된다. 복잡한 규제를 이해하고 행정기관과 협상하는 능력에서도 계층 간 격차가 발생한다. 부유한 사람은 문화유산을 부동산 가치로 바꿀 수 있지만, 가난한 주민은 도시 외곽의 ‘PVC 지대’로 밀려날 수 있다.
플로랑스 가이야르의 〈보험이 필요한 곳을 기피하는 보험사들〉도 같은 역설을 파고든다. 위험을 함께 나누기 위해 만들어진 보험이 기후위기로 위험이 커질수록 가장 절실하게 보험을 필요로 하는 지역에서 물러난다면, 보험의 존재 이유는 무엇인가. 문화유산과 보험이라는 서로 다른 주제를 다루는 두 글은 결국 같은 질문을 남긴다. 공공의 이익을 지키는 비용은 누가 부담해야 하는가.
역사면의 글들 역시 과거를 박제된 시간으로 다루지 않는다. 크리스틴 리갈의 〈르몽드가 르몽드 디플로마티크의 가치를 이어받지 못한 이유〉는 언론의 정체성과 편집권, 국제정치를 바라보는 시선이 어떻게 달라져 왔는지를 되짚는다. 소니아 콩브의 〈20세기 초 독일, ‘몸의 해방’을 이끈 선구자들〉은 성과학과 동성애, 임신중지를 둘러싼 마그누스 히르슈펠트와 프리드리히 볼프의 잊힌 투쟁을 복원한다. 니콜라 파탱의 기획연재 〈그들은 히틀러에게 베팅했다〉는 권위주의의 탄생을 독재자 한 사람의 광기로 설명하지 않고, 그에게 자신의 이해관계를 걸었던 사회세력과 엘리트의 책임을 추궁한다. 이번 호의 주요 글이 오늘날 프랑스 극우의 부상을 다룬다는 점에서 이러한 역사적 탐구는 더욱 의미심장하다.
베르나르 비올레의 〈내게 시(詩)는 팔레스타인 해방전사다!〉는 기억과 저항의 문제를 문학의 언어로 옮긴다. 아르노 드 몽주아의 〈가난한 사람들의 품격〉은 빈곤을 통계나 복지정책의 대상으로만 바라보지 않고 가난한 사람들의 삶과 존엄, 그들만의 문화적 세계를 들여다본다. 프륀 앙투안의 〈‘마약’에 의존하는 유럽의 노동시장〉은 유럽 노동시장의 어두운 밑바닥을 추적한다.
국제면에서는 이브라힘 와르데의 〈트럼프의 베네수엘라 침공에 ‘용기’ 얻은 네타냐후〉가 한 강대국의 무력행사가 다른 국가의 전쟁과 국제질서에 어떤 신호를 보내는지를 묻는다. 알랭 드노의 〈토탈은 어떻게 비판자를 침묵시켰는가〉는 거대기업이 법적 절차를 무기로 삼아 비판자의 시간과 비용을 소진시키는 방식을 자신의 경험을 통해 폭로한다. 토탈에너지스의 고소로 프랑스 법원의 출석 요구까지 받은 드노의 사례는 법이 약자를 보호하는 방패가 아니라 권력자가 비판을 억압하는 수단으로 뒤집힐 수 있음을 보여준다.
한반도 섹션에서는 한국 사회의 오래된 균열과 지워진 역사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황미숙의 〈異端(이단), 그들은 누구인가?〉는 한국 신흥종교와 이단 논쟁의 역사에서 출발해 종교와 정치권력의 관계를 추적한다. 특히 유철호와 강 월터 하나의 〈미군기지에서 시작된 아이들의 디아스포라〉는 한국 해외입양의 역사를 전쟁고아와 가난이라는 익숙한 설명에서 꺼내 미군 주둔과 기지촌이라는 구체적인 공간으로 옮겨놓는다. 동두천 양주영아원과 캠프 케이시, 미군 병사들의 지원, 그리고 그곳을 거쳐 해외로 떠난 아이들의 흔적이 하나의 역사적 연결망으로 드러난다. 양주영아원이 있던 자리에는 이제 주차장과 커피숍이 들어섰지만, 당시 미군 부대들이 영아원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별도의 ‘양주 고아원 기금’까지 운영했다는 기록은 남아 있다. 한 입양인의 뿌리 찾기는 그렇게 한국 현대사에서 지워진 공간과 사람을 복원하는 작업으로 확장된다.
<르몽드 디플로마티크> 9월호가 보여주는 세계는 암울하면서도 역설적으로 희망적이다. 지워진 존재를 다시 바라보고, 당연하게 여겨온 질서에 질문을 던지는 순간 변화의 가능성도 시작되기 때문이다. 낡은 경계가 무너지고 새로운 경계가 세워지는 지금, 우리는 다시 물어야 한다. 우리는 어떤 세계를 함께 소유할 것인가. 그리고 그 세계에서 누구와 동등하게 살아갈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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