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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계속)
역사시학의 세 장 9 I장 고대시의 융합과 시적 장르 분화의 시작 11 II장 가수에서 시인으로-시 개념의 분화 217 III장 운문의 언어와 산문의 언어 273 찾아보기 333 지은이 옮긴이 소개 336 |
Александр Николаевич Веселовски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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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사시는 문화의 여명이며, 한 민족이 자신의 본질을 표현하는 첫 번째 말이다”, “예술적 관점에서 드라마는 건물을 완성하는 마지막 돌이라고 할 수 있다.” … 문화의 초기 단계에 시적인 것들은 아직 분리되지 못했다. 이후 먼저 서사시가 순차적으로 분리되고 이후에 서정시가 분리되어 결국 드라마의 유기적 전체에 통합되는 방향으로 발전했다.
--- p.86 그들은 이야기하고 노래하고 연주했다. 그런 경우 가수는 먼저 한 연을 노래하고 이어서 그 연의 멜로디를 악기로 연주했다. 이탈리아 민요 가수들은 여전히 그렇게 노래하며, 중세의 서사시 노래도 아마 그런 방식으로 했을 것이다. … 프랑스 무훈시는 누군가가 이야기를 하고 다른 누군가가 교향곡을 연주했다. --- p.108 기원전 8세기 초에 호메로스 유형의 서사적 노래는 더 이상 만들어지지 않았다. … 그것을 위한 조건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복 시대는 끝이 났고, 이미 호메로스의 시는 새로운 질서와 시각의 도입을 보여 준다. --- p.140 민요는 기사 서정시의 다양한 측면을 반영할 수 있었지만, 또한 민요는 민중 생활의 독립적 진보를 반영하여 기사의 일상 및 ‘고상한 사랑’의 이상화 속에 남아서 확산된 몇 가지 기본적 모티브들을 기사 서정시에 제공할 수도 있었다. --- p.167 예술 드라마는 신화의 숭배적 형식과 슈제트들을 보존함과 동시에 변형하면서 형성되었다. … 희극의 운명은 다르다. 그 기원이 다르기 때문이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희극은 시골 마을 디오니소스 축제에서 확산되었던 팔로스 노래들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 p.211 그리스에서 시인은 님프 또는 님프의 영에 사로잡힌다. 뮤즈는 마니아와 어근이 같다. 그것은 영감, 열정에 관한 이론의 기반이 된다. … 플라톤이 그 이론을 체계화했고, 그 후로 시인들이 모든 면에서 그의 말을 반복했으며, 미학자들이 그의 말을 해석했다. --- p.259 역사적으로 스타일로서 운문과 산문은 동시에 나타날 수 있었고 또 그래야 했다. 하나는 노래되었고, 다른 하나는 이야기되었다. … 노래 형식이 고대 서사적 전승의 필수적 특징은 아니다. 산문 속의 서사시인 북유럽의 사가는 고립된 사실이 아니다. --- p.3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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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작품의 문학사’에서 ‘사회적 사고의 문학사’로
베셀롭스키의 평생을 관통한 문제의식은 문학 연구를 엄밀한 학문으로 정립하는 것이었다. 그는 문학사가 위대한 작가들의 명작 감상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역사학이나 언어학처럼 객관적 연구 원리와 설명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믿었다. 그가 찾은 것은 문학이 어떤 역사적 사회적 조건에서 발생하고 어떤 법칙에 따라 발전하는지 설명하는 방법이었다. 1859년 유럽 여행을 시작으로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학문 전통을 접한 베셀롭스키는 특히 독일에서 언어와 문학을 집단의식의 산물로 이해하는 민족심리학의 영향을 받았다. 1870년 페테르부르크대학에서 행한 ‘학문으로서의 문학사 연구 방법과 과제들’은 이런 구상을 본격적인 학문적 선언으로 발전시킨 강연이었다. 그는 여기서 문학사를 ‘사회적 사고의 역사’로 규정하고, 문학을 특정 시대와 공동체의 의식과 경험이 언어로 표현된 결과로 보았다. 이후 서사시와 서정시, 드라마를 비롯해 시적 언어, 문체, 슈제트, 장르의 역사적 발전을 체계적으로 연구했으며, 1890년대의 주요 논문과 미완성 원고 ‘슈제트의 시학’에서 그 성과를 구체화했다. 따라서 ‘역사시학’은 특정 시기에 완성된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 1850년대부터 생애 마지막까지 발전시킨 베셀롭스키 필생의 학문적 기획이었다. 문학의 기원에서 장르와 모티브, 슈제트의 역사까지 베셀롭스키가 바라본 문학의 출발점에는 개인 작가가 아니라 공동체가 있다. 초기 인류에게 노래와 춤, 언어와 의례는 농경과 수렵, 전쟁, 제사 같은 집단적 행위와 분리되어 있지 않았으며, 문학은 이런 공동체적 삶의 리듬과 필요에서 태어났다. 이후 사회와 인간 의식이 분화하면서 서사시와 서정시, 희곡 등의 장르가 독립적으로 발전했고, 시적 언어와 표현 방식 역시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모했다. 베셀롭스키는 인간의 감정을 자연 현상과 나란히 놓는 ‘심리적 평행법’과 같은 오래된 표현 형식에서도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지 않았던 과거의 세계관과 집단적 기억의 흔적을 읽어 냈다. 그의 연구에서 특히 중요한 개념은 ‘모티브’와 ‘슈제트’다. 영웅의 탄생과 시련, 죽음과 부활처럼 서로 다른 민족과 시대의 이야기에서 되풀이되는 가장 단순한 서사 요소가 모티브라면, 여러 모티브가 결합해 이루는 복합적 이야기 구조가 슈제트다. 베셀롭스키에게 문학의 역사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끊임없이 창조되는 과정이라기보다, 오래된 모티브와 형식이 새로운 역사적 조건 속에서 다시 결합되고 재해석되는 과정이었다. 이런 관점은 베셀롭스키의 비교문학 연구를 전 세계로 확장시켰다. 그는 그리스, 로마, 게르만, 슬라브 문학은 물론 인도와 아프리카, 북아메리카의 민속과 구전문학까지 비교했다. 서로 접촉하지 않은 문화권에서도 유사한 이야기와 형식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통해, 단순한 전파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인류 문학의 보편적인 발전 원리를 탐구하고자 했다. 현대 문학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끈 역작 베셀롭스키의 역사시학이 가진 가장 중요한 의미는 문학 연구의 시선을 작품과 작가에서 문학을 만들어 낸 사회와 역사, 공동체의 기억 으로 확대했다는 데 있다. 문학을 자율적인 미적 구조로만 보는 관점을 넘어 역사학, 민속학, 인류학, 언어학, 종교학을 넘나드는 비교 연구를 통해 문학의 발생과 발전을 설명했다. 특히 모티브와 슈제트의 반복 및 변형 연구는 훗날 러시아 형식주의와 구조주의, 현대 서사학이 발전시키는 여러 문제를 선취했다. ‘슈제트의 시학’은 이야기의 발생과 전파, 변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려 했던 초기의 중요한 시도였으며, 문학을 하나의 역사적 체계로 이해하는 길을 열었다. 그의 영향은 후대 러시아 문예학에서도 뚜렷하게 이어졌다. 바흐친, 멜레틴스키, 로트만, 가스파로프, 토포로프, 구레비치 등 러시아 문학과 문화 연구의 주요 학자들이 베셀롭스키의 연구 전통을 계승했다. 베셀롭스키의 역사시학은 그의 죽음으로 완결되지 못했다. 연구 역시 주로 고대와 중세 문학을 대상으로 하며, 19세기 학문이 지닌 진화론적 단계론적 한계 또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장르의 발생, 문학과 사회 구조의 관계, 집단적 상상력, 모티브와 슈제트의 반복과 변형이라는 문제들은 현대 문학 연구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주제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시학』은 낡은 문학 이론서가 아니라 문학을 인류의 집단적 기억과 사회적 삶의 역사로 읽는 방법을 제시하는 살아 있는 고전이다. 완전한 번역으로 만나는 베셀롭스키의 빛나는 통찰 이번 한국어판은 베셀롭스키 연구의 핵심 판본인 지르문스키가 편집한 1940년판을 저본으로 삼은 전권 완역본이다. 지금까지 이탈리아, 미국, 독일 등에서 일부 저술과 논문만 제한적으로 소개된 상황에서 원서 전체를 읽을 수 있는 한국어판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완역이라는 의미가 있다. 러시아 국립대 교수로 여러 민족의 의례와 신화를 연구해 온 역자는 풍부한 언어학적 민속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정확한 번역을 완성했다. 또한 베셀롭스키의 학문적 여정과 역사시학의 성립 과정을 담은 해제와 풍부한 역주를 더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이 책은 한국 독자가 그동안 러시아 형식주의와 구조주의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해 온 베셀롭스키의 사상을 원전의 맥락에서 직접 만날 수 있게 한다. 문학사와 비교문학은 물론 민속학, 신화학, 문화사 연구에 기초 자료를 제공하며, 개별 작품을 넘어 장르와 서사 형식이 어떻게 생성되고 변천해 왔는지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연다. 나아가 한국문학과 동아시아의 설화, 신화, 서사 전통을 세계문학의 맥락에서 폭넓게 조망하는 데도 유용한 방법론적 자원이 될 것이다. 독자는 시대와 민족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문학의 바다를 항해하며, 20세기 문학 이론의 근간을 이룬 베셀롭스키의 빛나는 통찰의 전모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