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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부
주석 노트에서 11 해외 출장 보고서에서 15 서정시와 드라마의 역사 강의에서 35 서사시의 역사 강의에서 123 슈제트의 시학 207 찾아보기 389 지은이 옮긴이 소개 392 |
Александр Николаевич Веселовски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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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시인을 낳는 것이지, 시인이 사회를 낳는 것이 아니다. 역사적 조건은 예술 활동에 내용을 제공한다. 고립된 발전이라는 것은 생각할 수 없는 일인데, 적어도 예술의 발전이 그렇다. … 모든 예술 작품에는 그 시대와 사회의 흔적이 있다. 그것은 시를 “모든 삶의 이상적 재현”으로 정의하는 것과 관련이 있다.
--- p.11 문학의 역사는 그런 의미에서 지금까지 우리를 사로잡았던 아름다운 것과 숭고한 것에 대한 저 썩은 이론을 대체하면서 존재할 수 있고 또 존재해야 한다. … 그리고 문학사는 시(詩)만을 다루고 싶은 욕망에서 벗어나, 시 작품 설명을 위해 정치적 종교적 발전의 특징에 의존해야 할 것이다. --- pp.32-33 합창의 고대적 의미는 명백하다. 그것은 숭배 시가에서 온 것으로서, 디오니소스 동반자들, 이피팔들의 합창이다. … 아리스토텔레스는 합창에 예술적 목적을 부여하고자 했다. 그에게 합창은 대중의 음성 표현이자 주인공의 양심이었다. 독일인들도 합창을 아리스토텔레스와 같은 방식으로 설명하려고 했으며, 근대 드라마에서는 다른 인물들이 그런 조건에 부응했다고 지적했다. --- p.117 만일 신화, 민담, 중세 서사시, 러시아 서사시 등의 슈제트 그룹으로 나누어 본다면, 결국 그 어떤 극단적으로 제한된, 전혀 풍부하지 않은 자료를 얻게 된다. 한편, 그런 많지 않은 그룹들 속에는 알려진, 단순한 슈제트들의 단순한 조합을 설명해 주는 놀라울 정도로 풍부한 민담들이 뿌리내리고 있다. --- p.138 역사시학의 과제는, 내가 보기에, 개인 창작 과정에서의 전설의 역할과 경계 설정이다. 스타일과 리듬 요소, 가장 단순한 시적 형식의 이미지와 도식이라는 측면에서 말하자면, 전설은 인간이 최초로 공동생활을 하던 시기에 집단 심리와 그에 상응하는 생활 조건의 자연스러운 표현 양식으로 사용되었다. --- p.207 디오니소스가 제우스의 허벅지에서 탄생한 신화는 모계의 권리에 대한 저항이다. 아이스킬로스의 에우메니데스에는 부계제도와 모계제도 사이의 대립의 흔적이 나타나는데, 여기서 아폴론은 모계 권리의 대표자들인 요정들에게 말한다. “아이가 어머니라고 부르는 사람이 아이를 태어나게 한 사람이 아니다.” --- p.283 후기 신화들은 프로메테우스가 아테나를 욕보인 것으로 제시한다. 아에스킬로스는 프로메테우스가 제우스에게 반기를 드는 죄를 범했고, 결국 제우스에게 패배한 것으로 본다. 이후 시각이 바뀌었다. … 바이런에게 프로메테우스는 운명이라는 귀머거리 독재자에 맞서 싸우는 전사이자 모든 재난에서도 꿋꿋하고 자유로운 인간 정신의 표상이다. --- p.38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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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와 작품의 문학사’에서 ‘사회적 사고의 문학사’로
베셀롭스키의 평생을 관통한 문제의식은 문학 연구를 엄밀한 학문으로 정립하는 것이었다. 그는 문학사가 위대한 작가들의 명작 감상에 머물러서는 안 되며, 역사학이나 언어학처럼 객관적 연구 원리와 설명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믿었다. 그가 찾은 것은 문학이 어떤 역사적 사회적 조건에서 발생하고 어떤 법칙에 따라 발전하는지 설명하는 방법이었다. 1859년 유럽 여행을 시작으로 독일, 프랑스, 영국 등의 학문 전통을 접한 베셀롭스키는 특히 독일에서 언어와 문학을 집단의식의 산물로 이해하는 민족심리학의 영향을 받았다. 1870년 페테르부르크대학에서 행한 ‘학문으로서의 문학사 연구 방법과 과제들’은 이런 구상을 본격적인 학문적 선언으로 발전시킨 강연이었다. 그는 여기서 문학사를 ‘사회적 사고의 역사’로 규정하고, 문학을 특정 시대와 공동체의 의식과 경험이 언어로 표현된 결과로 보았다. 이후 서사시와 서정시, 드라마를 비롯해 시적 언어, 문체, 슈제트, 장르의 역사적 발전을 체계적으로 연구했으며, 1890년대의 주요 논문과 미완성 원고 ‘슈제트의 시학’에서 그 성과를 구체화했다. 따라서 ‘역사시학’은 특정 시기에 완성된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 1850년대부터 생애 마지막까지 발전시킨 베셀롭스키 필생의 학문적 기획이었다. 문학의 기원에서 장르와 모티브, 슈제트의 역사까지 베셀롭스키가 바라본 문학의 출발점에는 개인 작가가 아니라 공동체가 있다. 초기 인류에게 노래와 춤, 언어와 의례는 농경과 수렵, 전쟁, 제사 같은 집단적 행위와 분리되어 있지 않았으며, 문학은 이런 공동체적 삶의 리듬과 필요에서 태어났다. 이후 사회와 인간 의식이 분화하면서 서사시와 서정시, 희곡 등의 장르가 독립적으로 발전했고, 시적 언어와 표현 방식 역시 시대와 사회의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변모했다. 베셀롭스키는 인간의 감정을 자연 현상과 나란히 놓는 ‘심리적 평행법’과 같은 오래된 표현 형식에서도 인간과 자연을 분리하지 않았던 과거의 세계관과 집단적 기억의 흔적을 읽어 냈다. 그의 연구에서 특히 중요한 개념은 ‘모티브’와 ‘슈제트’다. 영웅의 탄생과 시련, 죽음과 부활처럼 서로 다른 민족과 시대의 이야기에서 되풀이되는 가장 단순한 서사 요소가 모티브라면, 여러 모티브가 결합해 이루는 복합적 이야기 구조가 슈제트다. 베셀롭스키에게 문학의 역사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끊임없이 창조되는 과정이라기보다, 오래된 모티브와 형식이 새로운 역사적 조건 속에서 다시 결합되고 재해석되는 과정이었다. 이런 관점은 베셀롭스키의 비교문학 연구를 전 세계로 확장시켰다. 그는 그리스, 로마, 게르만, 슬라브 문학은 물론 인도와 아프리카, 북아메리카의 민속과 구전문학까지 비교했다. 서로 접촉하지 않은 문화권에서도 유사한 이야기와 형식이 등장한다는 사실을 통해, 단순한 전파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인류 문학의 보편적인 발전 원리를 탐구하고자 했다. 현대 문학 패러다임의 전환을 이끈 역작 베셀롭스키의 역사시학이 가진 가장 중요한 의미는 문학 연구의 시선을 작품과 작가에서 문학을 만들어 낸 사회와 역사, 공동체의 기억 으로 확대했다는 데 있다. 문학을 자율적인 미적 구조로만 보는 관점을 넘어 역사학, 민속학, 인류학, 언어학, 종교학을 넘나드는 비교 연구를 통해 문학의 발생과 발전을 설명했다. 특히 모티브와 슈제트의 반복 및 변형 연구는 훗날 러시아 형식주의와 구조주의, 현대 서사학이 발전시키는 여러 문제를 선취했다. ‘슈제트의 시학’은 이야기의 발생과 전파, 변형을 체계적으로 설명하려 했던 초기의 중요한 시도였으며, 문학을 하나의 역사적 체계로 이해하는 길을 열었다. 그의 영향은 후대 러시아 문예학에서도 뚜렷하게 이어졌다. 바흐친, 멜레틴스키, 로트만, 가스파로프, 토포로프, 구레비치 등 러시아 문학과 문화 연구의 주요 학자들이 베셀롭스키의 연구 전통을 계승했다. 베셀롭스키의 역사시학은 그의 죽음으로 완결되지 못했다. 연구 역시 주로 고대와 중세 문학을 대상으로 하며, 19세기 학문이 지닌 진화론적 단계론적 한계 또한 남아 있다. 그럼에도 장르의 발생, 문학과 사회 구조의 관계, 집단적 상상력, 모티브와 슈제트의 반복과 변형이라는 문제들은 현대 문학 연구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주제다. 그런 의미에서 『역사시학』은 낡은 문학 이론서가 아니라 문학을 인류의 집단적 기억과 사회적 삶의 역사로 읽는 방법을 제시하는 살아 있는 고전이다. 완전한 번역으로 만나는 베셀롭스키의 빛나는 통찰 이번 한국어판은 베셀롭스키 연구의 핵심 판본인 지르문스키가 편집한 1940년판을 저본으로 삼은 전권 완역본이다. 지금까지 이탈리아, 미국, 독일 등에서 일부 저술과 논문만 제한적으로 소개된 상황에서 원서 전체를 읽을 수 있는 한국어판은 세계적으로도 드문 완역이라는 의미가 있다. 러시아 국립대 교수로 여러 민족의 의례와 신화를 연구해 온 역자는 풍부한 언어학적 민속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정확한 번역을 완성했다. 또한 베셀롭스키의 학문적 여정과 역사시학의 성립 과정을 담은 해제와 풍부한 역주를 더해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이 책은 한국 독자가 그동안 러시아 형식주의와 구조주의를 통해 간접적으로 접해 온 베셀롭스키의 사상을 원전의 맥락에서 직접 만날 수 있게 한다. 문학사와 비교문학은 물론 민속학, 신화학, 문화사 연구에 기초 자료를 제공하며, 개별 작품을 넘어 장르와 서사 형식이 어떻게 생성되고 변천해 왔는지 탐구할 수 있는 새로운 지평을 연다. 나아가 한국문학과 동아시아의 설화, 신화, 서사 전통을 세계문학의 맥락에서 폭넓게 조망하는 데도 유용한 방법론적 자원이 될 것이다. 독자는 시대와 민족을 가로지르는 거대한 문학의 바다를 항해하며, 20세기 문학 이론의 근간을 이룬 베셀롭스키의 빛나는 통찰의 전모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