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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 사실에 상상력을 더해 철학적 사고와 탐구심을 확장시켜 주는 그림책
아이의 눈에 비치는 자연의 모습은 아름답다. 반짝이는 강물과 하늘 높이 솟아오른 나무숲, 데굴데굴 구를 수 있는 넓은 풀밭과 모든 것들을 비추는 해…. 세상을 막 탐구하기 시작한 아이에게는 동물들 역시 모두 낯설다. 하지만 아이는 이 반가운 친구들에게 생김새나 행동으로 별명을 붙여 준다. 주렁주렁 열매를 신나게 먹는 곰은 으르렁 커다란 친구, 쿵쿵 떼 지어 다니는 털매머드는 털북숭이들, 곤충은 꼬물꼬물 자그마한 친구. 그렇다면 자기와 같으면서도 또 다른, 저 건너의 낯선 아이를 본 아이는 어떤 감정을 느낄까? 강을 사이에 두고 만난 두 아이는 짧지만 강렬한 눈 맞춤을 통해 서로를 인지하게 된다. 우리는 교과서로 인류의 진화 과정을 배울 때 오스트랄로피테쿠스부터 호모 사피엔스까지, 유인원에 가까운 모습부터 직립 보행하는 현재 인류까지의 간단한 표를 보게 된다. 이 표는 언뜻 보면 인류가 하나의 종으로서 각 단계를 밟아왔다고 말하는 것 같지만 정확히는 같은 시기에 살았던 다양한 인류 가운데 살아남은 종이 바로 호모 사피엔스, 즉 지금 우리의 조상인 셈이다. 그리고 연구 결과에 따르면 호모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이 같은 시기에 살았으며 남아 있는 화석을 통해 두 인류가 공통된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고 알려져 있다. 이 그림책은 더 나아가, 이 두 인류가 만났다면 어땠을까에 대한 상상력을 더해 탄생했다. 두 아이의 만남은 이런 역사적 맥락에서 종과 생김새는 다르지만 같은 지구 위에 살아가는 것만으로도 하나의 연대일 수 있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더불어 새로운 환경에서 타인을 만나며 확장되는 아이의 세계를 은유하기도 한다. 모르는 이와 눈이 마주쳤을 때 먼저 손을 들어 인사할 수 있는 마음과 연대, 포용력을 담은 그림책이다. 여운을 남기는 글과 선사 시대의 자연을 담은 장엄하고 광활한 일러스트 이쪽과 저쪽, 혹은 저 건너로 대치되며 반복하는 문장은 시처럼 운율이 살아 있다. 의도적으로 비워 둔 글의 여백을 채우는 건 푸른 하늘과 갈대숲, 반짝이는 강물 등 풍요로운 자연이다. 커다란 판형에 펼쳐지는 선사 시대의 풍경 속 아이의 옷차림새, 동굴 속 모습 등도 당시 우리의 조상이 거닐었을 법한 배경을 잘 보여 준다. 아이는 동물들을 따라 달리고, 데굴데굴 구르다 풀밭에 누워 보기도 하고, 하늘을 가로지르며 나는 새와 떼 지어 다니는 털매머드를 만나기도 한다. “아이는 여기 있고 모든 것은 저기, 저 너머에서 아이를 기다려요.” 구아슈와 목탄의 질감에 가을이 떠오르는 색감의 일러스트를 유려한 붓놀림으로 전개한 이 그림책에 퀘벡도서관협회는 ‘선사 시대 어린아이의 하루와 자연이 주는 고요함을 엿볼 수 있게 한다.’라고 평했다. 더불어 퍼블리셔스 위클리는 ‘종과 시대를 뛰어넘은 연대, 그리고 예술의 의미에 대해 생각할 거리를 만들어 준다.’라고 찬사를 보냈으며 외에 출판 서평지에서 수많은 호평을 받은 바 있다. 책의 마지막에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에 대한 더 객관적인 정보를 ‘작가의 말’ 속에 담아내 풍부한 독서를 돕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