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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 : 웃으라는 말 대신에 우리는
황선우 저
세미콜론 2026.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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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탱자나무집
밥 타령을 밥 먹듯이 하는 민족
묵고재비는 성격이 운명이다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정확하게 해내는 사람
열무김치가 여름마다 하는 일
새해는 조금 번거롭게
갓 이즈 에브리웨어
새우젓 축제의 아리랑
김장이라는 정직한 축제
내 안의 어쩔 수 없는 K
숟가락 하나만 더 놓으면 펼쳐지는 마법
한국인의 집단 감성
혼쭐이 나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한국 여자들의 사랑법
내일은 내일의 비빔국수가 뜬다
얼지 마, 굶지 마, 우린 함께야
영원히 식지 않는 마음도 있다
무한한 공간 저 너머로

저자 소개 1

부산 광안리 출신으로 열여덟 살에 바다를 떠나 서울로 왔다. 마포구 안에서만 여러 번의 이사를 거치며 1인 가구로 살아오다가 김하나와 2인 가구를 이루며 넓은 집에서 고양이 네 마리와의 삶에 정착했다. 20년 동안 잡지를 만들고 인터뷰하는 일을 했으며 그중 대부분의 기간을 패션 매거진 ?W Korea?에서 일했다.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와 인터뷰집 『멋있으면 다 언니』, 서간집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김혼비와 공저)를 썼다. 여자 둘이 함께 쓴 책으로 『퀸즐랜드 자매로드: 여자 둘이 여행하고 있습니다』가 있고, 팟캐스트 ?여둘톡: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를 매주 제
부산 광안리 출신으로 열여덟 살에 바다를 떠나 서울로 왔다. 마포구 안에서만 여러 번의 이사를 거치며 1인 가구로 살아오다가 김하나와 2인 가구를 이루며 넓은 집에서 고양이 네 마리와의 삶에 정착했다. 20년 동안 잡지를 만들고 인터뷰하는 일을 했으며 그중 대부분의 기간을 패션 매거진 ?W Korea?에서 일했다. 『사랑한다고 말할 용기』와 인터뷰집 『멋있으면 다 언니』, 서간집 『최선을 다하면 죽는다』(김혼비와 공저)를 썼다.

여자 둘이 함께 쓴 책으로 『퀸즐랜드 자매로드: 여자 둘이 여행하고 있습니다』가 있고, 팟캐스트 ?여둘톡: 여자 둘이 토크하고 있습니다?를 매주 제작, 진행하며 ‘톡토로 유니버스’를 만들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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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6년 11월 03일
쪽수, 무게, 크기
216쪽 | 115*180*20mm
ISBN13
9791124336656

책 속으로

오호라, 그날 우리는 잔뜩 신이 나 코스트코 회원 접수계의 노트북 앞에서 범죄자 머그숏처럼 못생긴 증명사진을 찍고, 가족 카드를 발급받았다. 우리가 처음으로 가족으로 인정받았어! 그것도 ‘글로벌 유통 체인’으로부터 ‘회원 카드’라는 번듯한 형식으로! 역시 코스트코는 먹는 데 진심이었다. 같이 밥을 먹는 사이라는 뜻의 ‘식구’가 바로 가족의 다른 말이지 않은가. 가족이 혼인과 혈연, 입양으로 이루어진 공식적 단위라면, 식구는 일상적 삶의 단위, 그중에서도 밥상을 함께 차리고 나누는 공동체라는 느낌이 강하다. 그러니 가족은 주민센터나 구청에서 인정받는다면, 식구는 코스트코에서 인정받을 만하다.
---p.30 「밥 타령을 밥 먹듯이 하는 민족」 중에서

오케스트라는 내게 사람이 사람과 연결된다는 감각이 어떤 것인지 돌려주는 집단이다. 십대 클라리넷부터 칠십대 색소폰까지의 동료들과 각자의 소리를 모아 음악을 만들기에, 서로 다르다는 것은 당연하고도 감사한 일이 된다. 내가 속한 파트에서 책임감을 가지고 맡은 소리를 내듯 다른 이들도 저마다의 몫을 한다. 없어도 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10분짜리 곡에 딱 한 번 등장하는 트라이앵글까지 전부 소중하다. 간혹 삑사리가 나고 실수도 있지만 잘해보려던 마음을 의심하지 않으며 다음번의 즐거운 합주를 약속한다.
---p.98 「새우젓 축제의 아리랑」 중에서

빨갛고 매운 양념을 계속 보고 만지고 간을 맞추다 보니 위산이 팡팡 분비되어 기름지고 단백질 있는 무언가가 자연히 당겼다. 새참 먹는 일꾼들처럼 우리는 절인 배추의 노란 속잎에 양념을 싸 먹고, 돼지고기를 먹고, 막걸리를 걸쳤다. 그 짧은 휴식은 소를 다 만들었다는 성취를 함께 축하하고, 또 한 고비를 앞두고 숨을 고르는 의미에서 중요했다. ‘자식들 먹이는 일이라 하나도 안 힘들어.’ 같은 답을 은근히 기대하며 김마께 여쭤봤다.
“어머니, 이렇게 김장 크게 하시는 집이 이제 별로 없어요. 힘들지 않으세요?”
“괜찮어, 미리 주사 맞아놨어. 8만 원짜리. 나흘 전에 맞아야 제일 힘들 때 기운이 나.”
---pp.112-113 「김장이라는 정직한 축제」 중에서

‘우리’를 한국인으로 묶어주는 건 서류의 국적이나 DNA보다는 혀와 위장이다. 그러니까 어느 식당을 가도, 심지어 중국집에 가도 김치를 기본 반찬으로 내어주는 영토의 주민들이 우리다. 어릴 적 초겨울이 되면 집집마다 언제 김장을 하는지 달력을 공유하던 사람들, 빨간 다라이 안에 버무려진 김칫소를 돌돌 말아서 입에 쏙 넣어주는 엄마의 손가락이라는 공통 기억을 가진 사람들. 닮은 기억으로 묶인 문화권의 시민들. 이런 사람들의 집단 기억, 집단 무의식 속에 김치의 자리가 있다. 단단하고 깊게.
---pp.143-144 「한국인의 잡단 감성」 중에서

업장을 운영하느라 바쁘고 고단할 텐데도 자신에게 어울리는 옷차림이나 머리 모양을 의욕적으로 꾸미는 장년의 사장님이라면, 일단 체력과 에너지가 좋을 것이다. 스타일에 관해서 뚜렷한 추구미가 있고 적극적으로 표현하는 사람이라면 자신의 공간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이래야만 한다’는 기준을 가지고 장악력을 발휘한다. 그런 장악력은 주방부터 손님들의 테이블, 접시 위까지 구석구석 미치며 가게의 맛과 서비스를 컨트롤한다. 그들의 카리스마는 포디엄 위에서 맨 앞줄 바이올린 악장부터 저 멀리 팀파니까지 모두를 아우르며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지휘자의 리더십과 닮아 있다.
---p.150 「혼쭐이 나더라도 포기할 수 없는」 중에서

한국 사람들은 누가 굶는 꼴을 못 본다. 2024년 겨울의 내란 시국에 대통령 탄핵 시위를 할 때 여러 사정으로 함께 나서지 못하는 사람들은 돈을 모아 밥차를 보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 행진이 경찰에 의해 막히고 연대하기 위해 모인 시민들까지 남태령에서 고립되었던 겨울밤에, 그들이 춥고 배고프고 외로울까 봐 각종 배달 음식 오토바이를 보냈던 게 한국인이다. 애정을 가진 사람이 끼니를 놓치는 걸 두고 보지 못해서 뭐라도 챙겨준다.
먹이려는 마음은 곧 돌보는 마음이다. 한국 현대사에는 친위 쿠데타, 비상 계엄 선포와 해제, 탄핵소추안 제출과 의결 같은 굵직한 사건이 연대기로 기록될 것이다. 하지만 공식적 기록 밖에는 얼어붙지 말라고 먹이고 돌보며 서로의 이야기를 듣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 지난한 겨울을 버티게 한 건 그런 마음이었다.
---p.183 「얼지 마, 굶지 마, 우린 함께야」 중에서

사춘기 때 몸이 급속도로 달라지면서 어색하고 불편했던 그 감각을 기억한다. 그때의 내 옆에서 참고 견뎌줬던 엄마가, 어쩌면 지금은 자기 신체가 달라져가는 속도와 양상에 당황스러워하고 있을지 모르겠다. 이제 보호자의 자리를 서로 바꿨으니 지금 엄마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고 마음먹어본다. 펄펄 김이 오르는 갱시기 앞에서 기다릴 줄 모르고 숟가락부터 들이밀다 입천장을 데던 내가, 이제는 입에 넣기 전에 후후 불어 식히는 법을 익힐 차례다. 이토록 뜨거운 마음의 기운은 한 김 식힌다고 사라지지 않을 테니까.
---pp.201-202 「영원히 식지 않는 마음도 있다」 중에서

출판사 리뷰

대한민국 ‘일상/토크’ 1위 팟캐스트 [여둘톡]
황선우가 발견한 정직한 손과 사랑과 돌봄,
한국 여자들이 서로를 사랑하는 방식에 대하여

맛있음을 즐기고 배고픔을 살피며
나눔과 연대로 ‘우리’가 되어온 ‘우리’들의 이야기

2013년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고, 2017년에는 ‘김치 담그기’가 국가무형문화재 제133호로 지정되었다. 한국인의 정체성이 그대로 깃들어 있는 공동체 음식문화 ‘김장’은 이제 우리만의 것이 아니다. 김치는 더없이 한국적인 음식이면서도 전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문화 현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김치 케사디야, 김치 타코, 김치 타코야키 등 다양한 메뉴에 거부감 없이 김치를 활용하는 사례가 속속 등장하는 데서 이를 확인할 수 있다.

한국인이라면 김치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고, 모두 엄마 뱃속에서부터 김치에 대한 선행학습을 그 무엇보다 빠르게 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집집마다 대를 이어 전해지는 김치 레시피도 아니고, 김장철마다 대한민국 면면촌촌에서 고생하시는 어머니의 노동과 희생정신에 감사하자는 이야기도 아니고, 김치의 위대함을 설파하려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이 책에는 여러 한국 여자들이 등장한다. 동거인이면서 함께 책을 쓰고 팟캐스트를 진행하는 김하나 작가, 나를 먹여 살린 가장 가까운 가족인 엄마, 대학 시절 고향에서 보내온 먹을거리를 나눠준 기숙사 선배 언니, 해마다 김장을 집안 최대의 축제로 기획하고 주최하는 일명 ‘김장 마스터’, 추운 겨울 탄핵 집회 현장에 나선 이들을 걱정하며 따뜻한 음식을 보내는 이름 모를 사람들.

자기만의 방식으로 맛있음을 즐기고 서로의 배고픔을 살피는 우리에게도 그런 여자들이 있다. 현대사회에서 이들은 혈연이라는 틀 바깥에서 새로운 형태의 돌봄을 주고받으며 다정과 사랑과 식량을 나눈다. 같은 문화권에서 자라 마음 한켠에 유년의 공통된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이들이기에, 밥 한 숟갈과 반찬 한 젓가락만으로도 서로를 알아본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를 먹이고 돌보며 ‘우리’를 ‘우리’로 만든다.

황선우 작가 역시 한국 여자로서 여러 역할과 정체성을 살아낸다. 잡지사 기자로 일하던 사회 초년생을 지나, 구립 오케스트라 플루트 파트 단원, 동거인에게 날마다 다른 비빔국수를 만들어주는 요리 담당, 책을 쓰고 강연을 하는 작가, 부대찌개에 김치를 추가해서 먹는 구체적인 행복을 아는 ‘묵고재비’,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제작하는 팟캐스터 등에 이르기까지. 때로는 딸이고 때로는 친구이고 때로는 일하는 사람 황선우의 시간이 김치통에 꾹꾹 눌러 담은 김치처럼 이 책에 들어 있다. 생생한 경험과 성실한 취재에서 길어 올린 글은 한 장 한 장 공들여 적은 정성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엄청난 뭔가가 내 몸을 휘몰아치고 지나간 기분이야.”
“그 엄청난 게 뭔지 알아? 바로 한국 현대사야.”

게다가, 개인의 추억에 머물지 않고 대한민국 근현대를 아우르는 우리네 역사의 무게감이 느껴지는 점도 인상적이다. 개인의 감정과 한국인의 정서, 통계 수치와 문화사가 김치 양념처럼 조화롭게 어우러져 있다. 문고판 시리즈 특유의 유쾌한 매력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단순한 에세이를 넘어 문화, 사회, 역사를 넘나드는 통찰이 가득해, 결코 가볍게만 읽을 수 없다. 그야말로 “뭔가가 온몸을 휘몰아치고 지나가는” 강렬한 독서 경험이다.

어떤 측면에서 이 책은 황선우 작가가 반세기에 가까운 세월 동안 직접 보고 듣고 경험해온 생애 구술이자, 대한민국을 생생하게 목격해온 증언이기도 하다. 경남 하동 탱자나무집에서 할머니가 자식과 손주들을 먹이던 방식에서 시작해 택배로 도착하는 엄마의 반찬, 각 지역 독자들로부터 선물받은 각종 디저트와 수제 음식들, 동거인과 매일 먹고 차리고 치우는 밥상, 추운 겨울의 광장으로 이어지는 돌봄의 여정은 그대로 한국 여자들이 건너온 시대의 기록이 된다. 그래서 이 책은 다음 세대에게는 우리가 어떻게 서로를 먹이고 돌보며 살아왔는지를 전하는 다리이고, 김치를 처음 만나는 지구촌 사람들에게는 그 맛 너머의 사연을 건네는 통로가 된다.

우리에게 ‘김치’는 황선우 작가의 표현처럼 “모두의 마음속에 우뚝 서 있는 조형물이자 상징”과도 같다. 우리를 이루는 근간이기도 하다. 이 책의 표지가 보여주듯 김장 때 쓰는 빨간 고무 다라이(?)가 만들어낸 거대한 케이크처럼 즐거운 축제이고, 저마다 다른 악기가 제 소리를 내면서도 하나의 곡이 되는 오케스트라처럼 아름다운 조화다. 함께 모여 일손과 마음을 나누던 협동 정신, 계절의 흐름에 몸을 맞추며 쌓아온 자연과 인간의 조화, 서로의 겨울을 챙기며 함께 살아남으려던 연대와 상생의 마음이다.

[흑백요리사]에서 “나는 비빔인간입니다.”로 많은 울림을 준 한국계 미국인 에드워드 리 셰프가 멀리서 추천의 말을 보내왔다. “황선우의 글을 읽으며 김치와 나의 뿌리, 그리고 한국인이라는 내 정체성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한국과 미국, 두 개의 식탁 사이에서 자라 김치를 미국의 요리와 접목해온 그에게 김치는 아마 음식이기 이전에 자신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묻는 질문과도 같았을 것이다. 그의 말처럼 “한 나라의 역사를 들려주는 동시에 한 개인의 삶을 이야기하는” 이 책은 정말이지 “뭉클하고 아름답다.” 세월이 흐를수록 깊은 맛이 드는 묵은지처럼 오래도록 사랑받을 책이 될 것이 분명하다.

2026년 1월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의 영미판 『Two Women Living Together』가 영국 펭귄랜덤하우스, 미국 하퍼콜린스에서 출간되면서 지구 반대편의 영미권 독자들을 만나고 있다. 두 여자가 함께 꾸려가는 일상이 국경을 넘어 폭넓은 공감을 얻었듯, 이번 『웃으라는 말 대신에 우리는』 역시 다르지 않을 것이다. 타국의 김치를 처음 접하는 독자에게는 낯선 발효 음식 너머의 이야기로, 이미 김치를 즐겨온 독자에게는 새로운 관점으로 다가갈 테니 말이다. 이 책에 담긴 건 결국 ‘함께 먹는다’는 일의 온기다. 그러니 카메라 앞에서 전 세계 사람들이 “치~즈~” 대신 “키임~취이~”를 외치며 웃게 될 일도 머지않았다.

추천평

하나의 음식은 한 나라의 역사를 들려주는 동시에 한 개인의 삶을 이야기한다. 훌륭한 음식 에세이는 그 두 가지를 모두 해낸다. 황선우의 글을 읽으며 김치와 나의 뿌리를, 그리고 한국인이라는 내 정체성의 의미를 더 깊이 이해하게 되었다. 뭉클하고 아름답다. - 에드워드 리 (셰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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