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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제1부
가을날에는 빈집 다시 빈집 바람이 이는지 버들가지들이 얼어 은빛으로 이제는 날개도 보이지 않고 날아가는 새여 썩둑썩둑 시간을 자르며 나는 가리니 다시 구천동으로 갈마동에 가자고 아내가 말한다 겨울 갈마동 일기 달 오늘 밤에도 당신은 어디로? 2. 제2부 가을의 속도 저녁 예감 겨울 내소사로 수천의 새들이 날갯짓을 하면서 의자 호탄리 시편 함티 가는 길 손 전화 벨이 운다 한밤중 바람이 대숲으로 빠져나간 뒤 물 그림자 위로 3. 제3부 나는 다리 위에 있다 싸락눈처럼 반짝이면서 마애불이 돌 속으로 겨울 월광 불국사 회랑 겨울 내몽고 1 겨울 내몽고 2 포플러들아 포플러들아 마애불을 생각하며 우수 4. 제4부 역새풀들은 그들의 소리로 겨울이면 배고픈 까마귀들이 동강에서 나는 뭐라 말해야 할까요? 햇빛 한 그릇 봄 길 가을의 집 첫 시집을 보며 연오랑과 세오녀처럼 68번 도로에서 5. 제5부 강이 흐르는 것만으로도 황혼 저편으로 비루먹은 말처럼 별이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날이여 길 위에서 낮은 소리 농부들이 마당을 어슬렁거렸다 삽살개 같은 것들이 하늘소 별아! 에튀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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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천어들이 지느러미를 움직이는 소리가
물레 돌아가는 소리처럼 윙윙윙 울립니다 수면에는 물거미 한 마리 없습니다 달도 없습니다 물속 깊이 보이지 않는 나무들만 어둡게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 p.4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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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내소사로
하늬바람이 내소사 길 나무들을 날립니다 아직도 햇빛은 찬란하고 수은주가 내려가는지 12월의 시간들은 조금씩 조금씩 마르고 하늘 가운데로 소리들은 투명하게 솟아올라 우리가 우리 그림자를 물속으로 들여다보듯이 지상에 어린 내소사 길을 내려다봅니다 나는 천천히 천천히 걷습니다 언 돌이 발부리에 채입니다 얼음의 여울이 미광처럼 흐르고, 여전히 내소사 길은 덜덜 떨면서 산 밑으로 뻗어나가고, 점점 날은 어두워가고 바람이 쇠북에 걸려 오래도록 쉰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 p.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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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풀들이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굴헝으로 우리는
들어가 푸른 메뚜기들을 만난다 메뚜기들은 가끔씩 덥고 지 루한 풀 숲을 빠져나와 책장을 넘기고 넘기면서 새로운 책장 으로 들 어간다 책장 위에서 뒷다리에 힘을 주고 똥을 눈다 검은 똥이 뚝뚝뚞 구멍으로 빠져나온다 다시 메뚜기들은 뒷다리의 힘을 풀고 반원의 눈을 굴린다 메뚜기들은 날 개를 펴고 평형으로 한없이 날아오른다 그러나 어떤 메 뚜기들은 평형이 허물어지면서 날개가 부서져내린다 별이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날이여 부서져내리는 메뚜기들을 보면서 우리 는 운다 --- p.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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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풀들이 무릎까지 푹푹 빠지는 굴헝으로 우리는
들어가 푸른 메뚜기들을 만난다 메뚜기들은 가끔씩 덥고 지 루한 풀 숲을 빠져나와 책장을 넘기고 넘기면서 새로운 책장 으로 들 어간다 책장 위에서 뒷다리에 힘을 주고 똥을 눈다 검은 똥이 뚝뚝뚞 구멍으로 빠져나온다 다시 메뚜기들은 뒷다리의 힘을 풀고 반원의 눈을 굴린다 메뚜기들은 날 개를 펴고 평형으로 한없이 날아오른다 그러나 어떤 메 뚜기들은 평형이 허물어지면서 날개가 부서져내린다 별이 떠올랐다가 사라지는 날이여 부서져내리는 메뚜기들을 보면서 우리 는 운다 --- p.8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