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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으로 아름다운 것들은 아무 데에도 쓸모가 없는 것들뿐이다. 유용한 것들은 모두 추하다. 왜냐하면 그것은 무엇인가 필요의 표현이기 때문이며, 게다가 인간의 필요라는 것은 그 가련한 본능과 마찬가지로 역겹고 혐오스럽기 때문이다. 한 채의 집 안에서 가장 유용한 장소는 화장실이 아닌가. 공리주의자 분들에게는 죄송하지만, 나는 무용한 것을 필요로 하는 부류의 사람이다. 일상에서 도움이 되는 그릇보다도 용이나 원앙새가 그려진, 나에게 전혀 쓸모가 없는 중국도자기를 더 좋아하고, 나의 재능 중에서도 수수께끼같이 모호한 말을 이해하는 능력이 없는 것을 가장 높이 평가한다.
--- p.4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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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이란 돈으로 살 수 없는 유일한 것이며, 그것을 애당초 지니고 있지 않은 자에게는 영원히 주어지지 않는 것이지. 그것은 씨를 뿌리지 않은 채로 싹트는 덧없이 약한 꽃이며, 순수하게 하늘이 주신 선물이 아닌가! 아, 아름다움이여! 우연이 이마에 얹을 수 있는 가장 빛나는 왕관이여. 그대는 인간의 손이 닿지 않는 모든 것, 예컨대 푸른 하늘, 금빛의 별, 고결한 백합의 향기처럼 고상하고 소중하다! 누가 그대 앞에 무릎을 꿇지 않을 수 있단 말인가?
--- p.178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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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역시 영문도 모르는 막연하고 관능적인 욕망에 휘감겼어. 그녀의 순수하고 섬세한 몸을 여기저기 어루만지는 것이 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기분 좋은 일이었어. 나는 어깨에서 잠시 손을 떼었다가 주름 사이로 손을 쑥 집어넣어 그녀의 놀란 가슴을 더듬었어. 그것은 마치 둥지 안에서 별안간 붙잡힌 암비둘기처럼 부르르 떨고 있었어. 그리고 난 뺨의 둥그스름한 끝에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가볍게 입 맞추고 난 후, 그녀의 열려 있는 입으로 옮겨갔어. 쾌락이라는 독한 술은 처음의 한 모금으로 나를 이토록 취하게 하고, 나의 이성은 형태도 없이 사라지고 말았어. 이렇게 심한 도전과 끊임없이 되풀이되는 애무, 아름다운 육체와의 접촉과 입맞춤 동안에 속삭이는 달콤한 고백에―아무리 상대가 여자라도―완전히 흥분하고 말았단다.
--- pp.405~40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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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성, 여성, 어느 쪽도 아니야. 나는 아직 이름이 없는, 또 다른 제3의 성에 속해 있는 것 같아. 그것이 여느 남성이나 여성보다도 위에 있는지, 밑에 있는지, 혹은 결함이 있는지, 우수한지는 모르겠어. 나로서는 남자도 여자도, 어느 한쪽을 완전히 사랑할 수는 없을 거야. 뭔가 충족되지 않은 것이 언제나 내 안에서 불평을 하거든. 언제까지나 남자와 여자 사이를 헤매고 있을 것 같아. 내 꿈은 이 이중의 본성을 만족시키기 위해서 번갈아가며 남자와 여자가 되는 거야. 오늘은 남자, 내일은 여자, 이런 식으로 말이야. 남자 애인들을 위해서는 번민하는 애정이나 온순하고 헌신적인 태도, 부드러운 애무, 외로운 듯이 내쉬는 한숨 등 내 성격 중 고양이나 여자에게 어울리는 모든 것을 바칠 생각이야. 그리고 사랑하는 여자들에게 나는 활동적이고, 대담하고 열정적이며, 당당한 태도로 모자를 옆으로 쓰고, 허세를 부리는 모험가와 같은 태도를 취할 거야. 그렇게 하면, 내 성격은 완전히 발휘되고 나무랄 데 없이 행복해지겠지. 왜냐하면 진정한 행복이란 모든 방면에서 자유롭게 자신을 발휘하고, 자기가 될 수 있는 무엇이든 되어보는 것이니까.
--- pp.436~43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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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미의 열렬한 추종자인 고티에가 『모팽 양』의 서문에서 말한 ‘예술을 위한 예술’은, ‘인생을 위한 예술’의 반대 입장에서, 예술의 유일한 목적은 예술 자체에 있으며 도덕적?사회적 효용성을 배제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유용한 것은 모두 추악하다’고까지 언급하며 공리주의적 비평가와 기자들에게 독설을 퍼부어 파장을 일으켰다. 『모팽 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작가 고티에의 또 다른 현현으로서, 아름다움의 궁극을 사무치게 갈망하는 이들이다.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고 여자가 여자를 사랑하는 그 모든 비관습적인 사랑의 방식들은 바로 이러한 아름다움을 향한 갈망에서 비롯된다.
테오필 고티에는 1811년 프랑스 타르브에서 태어났다. 처음에 파리에서 그림을 공부하다가 나중에 젊은 낭만주의 문인들과 교유하면서 문학으로 방향을 전환했으며, 샤를마뉴 중학 시절에 만난 제라르 드 네르발과는 평생 우정을 맺었다. 이후 문학이 문학 외적 수단으로 수행되는 것에 반대하며 문학의 역할은 오로지 형상미의 재현에 있다고 주장하여 문단에 새로운 바람을 일으켰다. 고티에의 문학관에서 싹트기 시작한 고답파(Parnasse)는 낭만주의의 감상성에 반대하고 냉엄한 지성, 언어의 조탁미, 몰개성, 객관성, 무감동을 신조로 한 유파이다. 1835년에 발표한 장편소설 『모팽 양』은 고티에의 탐미적이고 예술지상주의적인 사상이 고스란히 담긴 문제작으로, 출간되자마자 발자크, 위고 등의 찬사를 받았다. 『모팽 양』의 실제 모델은 17세기에 소문이 자자했던 알토 가수인 남장 여인, 후에 모팽 부인이 된 마들렌 도비니 양(1673~1707)으로, 그녀는 소설의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아름다울 뿐 아니라 자존심이 높았고, 기사복을 입고 다녔으며, 결투를 하였다고 한다. 고티에는 1833년 편집인 랑뒤엘과 모팽 부인의 이야기로 작품을 쓸 것에 합의하는데, 여기에는 성공이 확실해 보이는 특이한 주제에 매력을 느낀 것 외에도, 나름대로의 문학사적인 다른 이유가 있었다. 고티에는 1834년 1월에 ?프랑스 리테레르?에 프랑수아 비용을 격찬한 글을 실은 적이 있는데, 정부의 어용신문인 ?콩스티튀시오넬?은 이것을 비난하며 취미와 도덕의 부패요 타락이라는 내용을 보도했다. ?프랑스 리테레르?는 즉각 응수하여 사건은 재판정으로 갔으나 ?프랑스 리테레르?의 고소는 각하되었다. 고티에는 미풍양속과 도덕의 이름으로 문단의 숙청을 꾀하려는 정부에 대하여 분노를 터뜨렸다. 7월왕정의 프랑스는 빅토르 위고의 『에르나니』를 프랑스좌에서 추방하고, 펠리시테 드 라므네의 신저 『신자의 말』의 발매를 금지했으며 볼테르나 디드로의 저작까지 압류하고 있었다. 이에 고티에는 도덕군자인 척하는 비평가와 문예란 기자 등에 대한 통렬한 비판의 글을 ?프랑스 리테레르?에 보냈으나 정치적인 이유로 발표는 미뤄지고 있었다. 그래서 고티에는 그것을 묶어서 1834년 5월이라는 날짜를 넣어 『모팽 양』의 서문으로 삼은 것이다. 재담과 조소, 풍자 뒤에 작가의 진지한 의도가 숨어 있는데, 그것은 무엇보다도 그 시대의 정신, 즉 7월혁명의 부르주아 정신에 대한 격렬한 항의라고 볼 수 있으며, 한마디로 공리주의에 대한 분노에 다름 아니다. 공리주의가 사회에서 최고의 정신적 가치로 여기는 것, 그것은 다수의 이익이다. 따라서 예술작품은 작품이 갖는 사회적 효용에 의해 판단되는데, 고티에는 그러한 태도에 도무지 찬동할 수 없었던 것이다. 총 17장으로 구성된 『모팽 양』은 내용뿐 아니라 형식적인 면에서도 매우 파격적이다. 1장부터 5장까지는 달베르라는 시인이 친구 실비오에게 보내는 편지를 통해 자신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미인의 탐구에 매달리는 번민과 묘한 심리를 전하며, 정부가 된 로제트와 사랑을 나누는 요염한 장면이 가끔 극 형식을 빌려 이야기된다. 하지만 그 시대도 장소도 명확하지 않다. 로제트의 저택 묘사 중에 중세적인 것이 엿보이기는 하나, 독자는 근대의 청년 시인의 몽상을 상상하게 된다. 하지만 6장에 다다라 이 소설의 여주인공인 테오도르, 즉 역사적으로 유명한 남장 미인 마들렌 드 모팽 양이 등장하면서 무대는 17세기로 거슬러 올라가고 형식도 보통의 소설 형식으로 바뀐다. 그러나 어느덧 다시 모팽 양이 어릴 적 친구인 그라시오자에게 보내는 편지와 달베르의 연문이 섞이면서, 이야기의 대강은 서술과 편지가 중복되고 교차되며 나아간다. 『모팽 양』은 오늘날 아름다움에 대한 각별한 관심의 추세와 더불어 새롭게 읽혀져야 하는 작품이다. 아름다움을 칭송하는 고티에의 탐미주의적인 장문들을 읽다 보면 그의 예술지상주의가 얼마나 방대한 역사와 내용을 가졌는지를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다. 아울러 모팽 양이 펼쳐가는 화려하고 기이한 ‘로드무비’는 섹슈얼리티 문제와 관련하여 오늘날까지도 시사하는 점이 적지 않다. 사회적 성정체성인 젠더(gender)를 치열하게 성찰하고 또한 관습적인 성별 역할을 넘나들며 그 허구성을 적나라하게 문장으로 풀어낸 작품인 『모팽 양』이 19세기에 한 남성작가에 의해 씌어질 수 있었음은 대단히 놀라운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