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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에 관한 보고서
불멸의 종족 자손 담배 연기로 만든 반지 우리들 벨벳 드레스 요술 펜 밧줄 마구쉬 설탕의 집 손바닥의 얼굴 케이프 연인 속의 연인 연속 가짜 초상화 속죄 포르피리아 베르날의 일기 충동적으로 꿈꾸는 아이 작품해설. 엔트로피적 비전, 혹은 새로운 질서의 욕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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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국과 지옥에 관한 보고서>: 천국과 지옥의 법은 변덕스럽기 짝이 없다. 인류의 역사를 떠받쳐온 단선적이고 데카르트적인 종교와 문화의 담론을 추방하고 규범과 품격의 영역에 불안과 위반의 코드를 부여하는 오캄포의 대표적인 단편.
<불멸의 종족>: 갈수록 작아지는 한 세계를 조직하고 다스리는 아이들의 종족 이야기. <자손>: 기이하고 과도한 억압자로 설정된 아버지, 그리고 그와 관련된 암울하기 짝이 없는 시절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펼쳐진 살인의 꿈. 그러나 아버지의 복수는 그가 죽어서도 기이하게 실현된다. <담배 연기로 만든 반지>: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 푸른 작업복 차림의 ‘건달’ 가브리엘을 사랑하는 소녀. 아무도 이해해주지 않는 그녀의 열정적인 사랑은 자기 파멸을 지향한다. <우리들>: 국화빵처럼 서로 닮은 두 형제가 한 여자를 감쪽같이 속인다. 그 공범의 비행이 어느덧 일상적인 것이 된다면……. <벨벳 드레스>: 양재사 카실다가 만든 벨벳드레스. 가봉한 옷을 입어보는 부인은 드레스의 벨벳 천이 자신의 목을 조른다는 느낌을 받는다. <요술 펜>: 희망으로 가득 채우는 마술적인 힘을 지닌 요술 펜에 얽힌 이야기. <밧줄>: 토니토는 자신의 밧줄에 프리물라라는 이름을 지어준다. 그리고 어느 날부터 프리물라는 생명체처럼 생활하게 되는데……. <마구쉬>: 점술에 신통력을 갖고 있는 마구쉬, 그는 내 인생의 비밀스런 상담자이기도 하다. <설탕의 집>: 결혼 후 새집에 거처를 정한 여주인공 크리스티나는 옛 거주자인 비올레타의 혼이 씌어 자기 운명의 실현되지 않은 우연을 흡수하는 이중적 욕망의 삶을 살아간다. <손바닥의 얼굴>: 너를 향한 한 가지 고백…… 내가 아무리 혼자 있다 해도 결코 혼자가 아닌 이유. <케이프>: 바다에 빠져 자살한 여성 인물 페도라가 서커스단의 여자아이로 환생한 이야기. <연인 속의 연인>: 하나가 되고 싶어하는 두 연인에게 삶이란 얼마나 위험한 것인가. <연속>: 전업작가인 화자는 모든 사회적 관계를 단절하고 자신을 구속하는 경험적 현실로부터의 영원한 탈주인 자살을 욕망한다. <가짜 초상화>: 순수의 시대를 그린 세밀화는 어디에 존재하는가. <속죄>: 나를 집요한 욕망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루페르토. 그것을 알아차리고 관망해온 나의 남편 안토니오가 카나리아들을 기르는 데 정성을 쏟는 이유는……. <포르피리아 베르날의 일기>: 작품의 끝부분에서 고양이로 변신하는 화자, 미스 필딩의 서사가 포르피리아의 일기를 포함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는 단편. <충동적으로 꿈꾸는 아이>: 점쟁이가 되고 싶어하는 아이의 꿈과 현실에 관한 이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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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일상적인 현실에서 발견하는 느닷없는 공포
오캄포의 작품은 새로운 어떤 것과 마주하고 있다는 느낌을 불러일으킨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작가의 상상력은 언제나 일상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 느닷없이 텍스트의 어느 곳에선가 공포와 놀라움이 돌출하고, 독자의 상상력을 벗어나는 환상적이고 불합리하고 잔혹한 사실들이 일상 속으로 미끄러져 들어간다. 축제의 정원은 갑자기 죽음의 무대가 되고, 행복이 넘치던 집은 타인에 의해 부과된 지독한 운명을 완성해야 하는 고통의 장으로 탈바꿈한다. 또 양재사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가운데 벨벳 드레스가 어느 부인을 목졸라 살해하고, 뱀으로 변한 밧줄은 어린아이를 물어 죽인다. 오캄포의 작품에서, 순수함과 잔혹함, 쾌락과 고통, 현실과 환상, 논리와 비논리처럼 양립할 수 없는 것들이 한데 어우러지는 매혹적인 조합의 법칙이 작동한다. 그녀의 환상은 지금까지 문화적 금기에 묶여 있던 욕망을 풀어놓음으로써 가시적 현실의 허위성을 폭로하며, 일견 단순하고 명백해 보이는 모든 것을 규정하는 가치의 양면성을 드러낸다.
주변적 인물들의 발화 위치 복권, 악에 대한 권리 그녀의 텍스트에서는 가치의 준거로 작동하는 남성/여성이라는 근원적 대립항의 체계적 전복이 이루어진다. 또한 범죄는 다른 어떤 행위와도 차별되지 않으며 증오는 사랑과 동일한 합법성을 획득한다. 주변적 인물에서 발화 주체로 올라선 여성은 독자에게 놀라움을 불러일으키는 자신의 극단적이고 잔혹한 행위에 대한 해명을 시도하며, 그 해명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선과 악, 천사와 악마 사이의 경계는 지워지고 화자의 언술은 설득력을 얻는다. 악에 대한 권리를 되찾은 여성 인물들은 오랜 편견과 침묵, 그리고 ‘이름 없음’을 깨뜨리고 상실된 정체성을 회복한다. 일단 오캄포의 이야기들이 부과하는 윤리적?언어적 곡예에 굴복하고 나면 이미 멀어진 안정적 질서로 되돌아갈 가능성은 사라진다. ‘변신’의 정치적 의미 오캄포의 작품 전반에 걸쳐 발견되는 변신은 무의미하고 불합리한 행위가 아니라 사회적?상징적 질서에 대한 의도적 도전이자 사회?문화적으로 고착화된 여성 주체의 가설에 대한 도전이다. 변신과 더불어 분신(double), 거울, 사진, 그림자처럼 허구적 자아를 파편화하거나 증식시키기 위한 모든 장치들이 동원되는데, 이러한 장치들은 작품의 환상성을 극대화시키는 동시에 여성 주체에 대한 복잡한 해석을 가능케 한다. 또한 오캄포의 단편은 흔히 1인칭으로 서술되는 편지나 일기의 형식을 취하는데, 이 형식들은 독자에게 전기적 사실에 대한 기대를 불러일으키고 작가에게는 가면을 쓰지 않고도 분산된 아이덴티티의 일부가 되도록 허락한다. 오캄포가 잔인하고 파괴적인 여성 인물들을 통해 힘없는 존재의 힘을 승인하고 페미니즘적 문제의식을 드러낸다면, 순수함이 결여된 아이들이 화자로 등장하는 경우에도 동일한 원리가 작동한다. 오캄포는 아이들의 세계에 들어가 사랑스럽고 천진난만한 몸짓마다에서 번득이는 사악함과 증오와 복수를 발견한다. 아이들은 꿈꾸는 것과 그 불가능한 현존 사이에서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마성적 존재로 그려지기도 한다. 잔혹함, 강박증, 비밀, 거짓말, 불길함 등 그녀의 문학에 어둠을 드리우는 요소들은 생명체와 비생명체, 인간과 동식물, 큰 것과 작은 것, 남성과 여성, 어른과 아이와 같은 계서적 지배 질서가 없는 세계에 대한 강렬한 욕망의 형식에 다름 아니다. 결국, 그녀의 작품을 관통하는 원리는 ‘진정한’ 질서로 돌아가고자 하는 엔트로피적 충동이며, 부조리하고 환상적인 허구의 세계 뒤에는 가짜 지배 질서를 무너뜨리려는 정치적 의도가 숨어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