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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폴리 왕립 근위대에 소속된 스물다섯 살의 알바로는 지식욕에 불타오르는 스페인 귀족 청년이다. 호기심 많은 그는 아무런 선입관 없이 오직 경험을 통해서만 진위를 가리고자 한다. 어느 날 선배인 소베라노에게서 금속을 변화시키고 영혼을 복종시키는 과학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된 알바로는 혼령에게 명령을 내리겠다며 모험을 시작한다. 소베라노의 동료 두 명과 함께 포르티치 폐허에 가서 그들의 지시대로 알바로는 악마를 부르는 주문을 왼다. 주문을 듣고 나타난 것은 형태나 크기에 있어 끔찍하기 짝이 없는 낙타 머리. 그러나 과감하게 공포를 직시하는 알바로를 이 악마는 숭배하게 된다. 악마는 추악한 낙타 머리에서 앙증맞은 흰 암캉아지로, 아름답고 청순하고 순종적인 이미지 아래 강렬한 욕망을 품고 있는 교활한 비온데토(비온데타)로 변신을 거듭하며 알바로를 혼란에 빠뜨린다. 악마와 경솔한 관계를 맺은 대가로 비싼 값을 치르게 되리라는 소베라노 일행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비온데타가 낙타 머리 악마의 또 다른 현현에 다름아니라는 스스로의 경계에도 불구하고, 알바로는 계속해서 비온데타로부터 막대한 도움과 보살핌을 받으며 지내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비온데타가 자객의 습격을 받아 사경을 헤매게 되고 이에 알바로는 그녀의 정체에 대해 의심을 품었던 것을 자책하며 그녀의 사랑을 받아들임과 동시에 자신도 그녀를 영원히 사랑할 것을 맹세한다. 그러나 행복하고 감미로운 시간을 보내는 와중에도 알바로는 적법한 의식과 절차 이전에는 비온데타와의 육체적 결합을 거부할 것을 고집한다. 알바로의 이러한 태도를 비난하며 끊임없이 그를 유혹하는 비온데타. 알바로는 비온데타를 설득하여, 두 사람의 결합을 허락받기 위해, 독실한 신앙을 가진 자신의 어머니 돈나 멘시아를 만나러 고향인 에스트라마두르를 향해 떠난다. 알프스 산맥을 거쳐 프랑스, 다시 스페인으로 가는 길에 온갖 예기치 않은 난관들이 일어나고 일정은 지연된다.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날 밤 묵게 된 시골 농가에서 그들은 침대 하나와 두 개의 의자가 딸린 테이블이 있는 작은 방에 안내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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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에 빠진 악마』와 카조트는 유수한 비평가들이 환상문학의 기원과 정의를 밝히는 데 말머리에 사례로 드는 작품이자 작가로, 이번 출간은 카조트의 작품이 국내에 최초로 번역 소개되는 것이라는 의의를 갖는다. 제라르 드 네르발은 1845년 당시에 성행하던 환상문학의 맥락 속에서 이 작품의 독보적 가치를 강조하여 비평가들의 관심을 카조트에 주목시켰다. 츠베탕 토도로프 역시 '환상성(The Fantastic)의 정의'라는 글에서 ‘자연적인 인과관계와 초자연적인 인과관계라는 두 가지 가능성 사이에서 망설임을 경험할 때 환상적인 효과가 창조된다’며 ‘현실인지 꿈인지, 진실인지 환영인지’ 마지막 순간까지 모호성이 지속되는 작품인 『사랑에 빠진 악마』를 사례로서 해설한 바 있다.
자크 카조트는 마술적 분위기의 에피소드들로 주목받는 중세풍의 소설 『올리비에』(1763) 등을 발표했고, 1768년에는 디종 아카데미의 회원으로 선출되었다. 특히 1772년에 발표한 『사랑에 빠진 악마』는 진지한 문학적 가치로 높이 평가받으며 새로운 문학 형태의 탄생을 알렸다. 남미 문학의 거장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는 『사랑에 빠진 악마』에 등장하는, 인간 여자 모습을 한 악마 비온데타의 가면성과 양면성을 강조하면서, ‘여성’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하는 악마 존재가 성적(性的) 정체성의 가면극 유희에 자신을 내던지는 드라마틱하면서도 흥미로운 국면에 주목한 바 있다. ‘괴기한 모습의 어떤 것도 비온데타에게는 남아 있지 않다. 가면은 얼굴이 되고, 사악한 유혹녀는 유혹당한 여인이 된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내내 그녀는 알바로의 매력에 사로잡힌 여인이 되어 괴로움에 탄식 할 것이다.’ 환상문학은 익숙한 세계와 낯선 세계가 공존하며 벌이는 갈등의 양상을 다룬다. 특히 카조트는 기지의 사실과 미지의 사실을 동시에 포용하는 의미의 모호성을 작업의 토대로 삼고 있다. 승인된 질서와 그렇지 않은 질서 사이의 대립을 제시하여 이 대립을 인지하는 독자에게 망설임과 불안감을 제공하고, 궁극적으로는 합리적인 것도 비합리적인 것도 아닌 결론에 빠지게 만들어 독자 스스로 새로운 인식을 만들도록 한다. 『사랑에 빠진 악마』는 실제와 비실제의 문턱, 사실주의와 낭만주의의 경계야말로 환상문학이 전개되는 지점이라는 것을 반영하는 대표적이자 시원적(始原的)인 걸작이라 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