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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대상
권지예 〈뱀장어 스튜〉 대상작가 자선 대표작 〈내 가슴에 찍힌 새의 발자국〉 2. 추천 우수작상 김연수 〈첫사랑〉 김인숙 〈밤의 고속도로〉 윤영수 〈이인소극(二人笑劇)〉 정영문 〈죽은 사람의 의복〉 조경란 〈마리의 집〉 천운영 〈눈보라콘〉 한창훈 〈여인〉 3. 기수상작가 우수작상 최인호 〈유령의 집〉 |
金衍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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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나는 눈보라콘을 좋아한다. 눈보라콘 속에는 부라보콘을 향한 욕망과 열망이 들어 있다. 눈보라콘도 나처럼 부라보콘을 숭배하고 있는 것이다.눈보라콘이 부라보콘의 대용물밖에 될 수 없겠지만 그래도 눈보라콘에는 다른 가짜들과는 구분되는 무언가가 분명히 존제한다. 나는 눈보라콘에게 동지애까지 느낀다.
--- p.26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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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남편은 그녀의 오른손목을 혀로 핥기 시작한다. 엄격히 말하면 손목이 아니다. 오른손목에 자벌레처럼 오톨도톨하게 남은 흉터다. 오른손목의 푸른 정맥을 가로지른 그녀의 흉터 자국을 마디마디 혀로 핥기 시작한다. 마치 그것이 다른 여자들에게는 없는 특별한 그녀만의 성감대이기나 한 것처럼. 그러고 나면 그는 마치 진압군처럼 비로소 전의가 충전되는 듯하다. 조금씩 격렬하게 그녀 몸의 여기저기를 수색하다가 맨 마지막으로 아랫배에 나 있는 또 하나의 흉터에 이르면 그는 그녀 속으로 깊이 투하해 마침내 폭발해 버린다. 아랫배엔 오래전 자궁에서 아이를 꺼내느라 생긴 흔적이 가시돋힌 철삿줄처럼 그어져 있다. 오른손목의 자벌레나 아랫배의 철삿줄, 둘 다 남편과는 상관없는 상처들이다. 남편을 만나기 오래전부터 그녀는 그것들을 몸에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 p. 36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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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이 '뱀장어 스튜'란 그림은 내게는 쓸쓸한 감동을 준다.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예술가의, 일상에 대한 경의와 마지막 여자에 대한 예의가 느껴진다. 인생이란 화려하지도 않고, 더군다나 장엄하지도 않으며 다만 뱀장어의 몸부림과 같은 격정을 조용히 끓여 내는 것이 아닐까……. 스튜 냄비의 밑바닥처럼 뜨거움을 견디고 살아 내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용히 스며들기 때문이다. 신이 조절한 타이머에서 종소리가 날 때까지 말이다. 하긴 꼭 뱀장어 스튜가 아니면 어떤가. 삼계탕이나 곰탕, 뭐 이런 것들도 조용히 끓고 있는 것이다.
--- p. 3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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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는 추억이라든가 기억이라는 이름의 구슬들이 널려 있는데 그것을 어떤 실에 꿰어서 목걸이를 완성하는 것은 우리들의 몫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건 신의 몫일까. 운명의 몫일까 생각해본다. 분명한 것은 생이 끝나는 순간까지 우리는 미로와 같은 삶의 궤적을 방황하면서도 완벽한 목걸이를 만들어 보려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꼭 꿰고 싶은 구슬을 놓치는 적도 있을 것이다.
--- p.4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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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 가짜 휘발유에 젤많이 들어간 게 뭔지 아나?'
소녀가 느닷없이 물어 왔다. 나는 머쓱해져 부라보콘을 한 입 베어 물고 대답한다. '물 아이가?' 후후훗, 짧고 경쾌한 웃음소리가 귓가를 스쳐 지나간다. '그라믄 어떻게 차가 가겠노? 그랫다가는 당장 들통나뿌는데. 그 속에 젤로 많이 들어 있는 거는 진짜 휘발유다. 무슨 애긴 줄 알겠나?' 머리를 끄덕이긴 했지만 그게 무얼 의미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가짜에도 진짜가 들어 있다는 말인가? 진짜로 가짜를 만든다는 얘긴가? 내가 벗겨 낸 아이스크림 포장지를 들여다 보았다. 부라보콘이 아니라 눈보라콘이다. 여태까지 소녀가 먹고 있던 것이 부라보콘이라는 생각은 잘못이었다. 부라보콘 먹는 법을 소녀에게 알려주려던 생각을 접었다. '아바는 가짜 휘발유를 만들고 엄마는 가짜 점쟁이고, 내도 가짜가 아닌가 모르겠다.' 소녀가 이번엔 손으로 입을 가리고 후후훗, 웃는다. 소녀의 손을 잡는다.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 p.27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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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 12월 3일 자끌린이 점심식사로 만든 스튜를 위하여. 이 그림을 바침으로써 그녀를 영원히 행복하게 해줄 수 있기만 하다면.'
왠지 이 '뱀장어 스튜'란 그림은 내게는 쓸쓸한 감동을 준다. 인생의 황혼에 접어든 예술가의, 일상에 대한 경의와 마지막 여자에 대한 예의가 느껴진다. 인생이란 화려하지도 않고, 더군다나 장엄하지도 않으며 다만 뱀장어의 몸부림과 같은 격정을 조용히 끓여 내는 것이 아닐까……. 스튜 냄비의 밑바닥처럼 뜨거움을 견디고 살아 내는 것인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조용히 스며들기 때문이다. 신이 조절한 타이머에서 종소리가 날 때까지 말이다. 하긴 꼭 뱀장어 스튜가 아니면 어떤가. 삼계탕이나 곰탕, 뭐 이런 것들도 조용히 끓고 있는 것이다. --- p.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