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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 식탁으로의 초대
미식을 향한 프랑스 요리의 역사 멋쟁이 파리지앵들의 음식천국, 파리 독일과 프랑스의 접경지역, 알자스 로렌느 맛의 보물창고, 부르고뉴 미식의 수도 리옹 지성적인 포도주의 고장, 보르도 남부의 태양이 숨쉬는 뚤루즈 천의 맛을 지닌 프로방스 현대 프랑스 요리와 그 거장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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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리의 즐거움 - 비스트로에서 먹는 양파스프
파리에서는 레스토랑 중 일반적으로 작고, 자유스럽고 편안한 분위기의 공간을 비스트로라고 부른다. 일설에 의하면 나폴레옹 전쟁 시대 때, 파리로 진군한 러시아 병사들이 마실 것을 달라고 재촉하는 의미로 ‘비스트로’라고 외친 데서 그 이름이 유래했다고 한다(러시아어로 ‘비스트로’는 ‘빨리’라는 뜻이다). 그래서인지 비스트로는 격식 차리는 고급 음식보다는 비교적 빠르게 서비스되는 편안한 음식이 메뉴의 주를 이룬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양파 수프(la soupe a l’oignon)를 처음 선보인 곳도, 세계에서 가장 큰 농수산물 시장이 있는 레알 지구의 비스트로였다. 시장을 드나들던 상인들과 짐꾼들의 지친 몸과 텅 빈 배를 따뜻하게 감싸주고 채워 주던 이 유명한 수프의 원래 이름은 ‘레알의 그라탱’ 쯤으로 해석되는 ‘그라티네 데 알gratinee des Halles’이었다. 주재료인 양파를 얇게 썰어서 버터에 볶다가 소고기 국물을 붓고 한소끔 끓여 낸 뒤 바게트 빵을 구워 수프 위에 띄운다. 그리고 그 위에 그뤼에르gruyere 치즈를 갈아서 뿌려주고 그릴에서 갈색이 나도록 구워주면 완성되는 것이 양파수프이다. 오늘날에 와서 양파스프를 파는 비스트로가 많이 사라져서 아쉽지만, 아마도 그 옛날 피갈 거리의 물렝루즈moulin rouge에서 밤새도록 주색잡기에 여념이 없었던 천재화가 뚤루즈 로트렉Toulouse Lautrec의 쓰린 속을 달래주었을지도 모른다. 알자스의 푸아 그라 푸아 그라Foie gras의 자취는 4,500년 전인 고대 이집트 때부터 찾아 볼 수 있다. 야생의 거위가 이동을 할 계절이 되면 엄청난 양의 먹이를 먹어서 여행에 필요한 에너지를 간에 지방의 형태로 축적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었다. 대이동을 시작하기 전에 잡은 거위에서 추출한 간은 맛이 좋았고, 금세 곳곳에서 그 맛을 즐기기 시작하였다. 1년 내내 그 맛을 즐기고 싶었던 이집트인들은 의도적으로 거위를 살찌웠는데, 그 방법이 무척 잔인하였다. 즉, 억지로 거위에게 먹이를 먹였던 것이었다. 현대에 와서는 거위나 오리의 뇌에 전기 자극을 주어 식욕을 조절하는 부위를 파괴해 버리는 방법을 쓰고 있는데, 단순히 화학물질만 주입하는 방법도 개발되었다고 한다. 미식을 향한 인간의 잔혹함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알자스 지방에 거위사육이 전해진 것은 동유럽에서 온 유대인들이 종교적인 이유로 돼지고기 대신 먹을 수 있는 고기로 거위를 사육하면서부터였다. 이것을 계기로 스트라스부르그는 프랑스 맛 지도 위에 가장 맛있는 푸아 그라 파이를 만들어 낸 지역으로 표시될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었다. 실제로 알자스 지방 구舊 사령관인 꽁따드Contades원수의 요리사였던 쟝 삐에르 끌로즈Jean Pierre Clause는 종종 여러 가지 재료를 넣은 파이를 만들곤 했었는데, 미식가였던 꽁따드 원수의 만찬을 위해서 얇게 썬 햄과 간 송아지고기 그리고 그 사이에 푸아 그라를 넣은 파이를 만들어 바쳤다. 이 첫 번째 스트라스부르그식 푸아 그라 파이는 1780년에 만들어졌고 그곳에 온 모든 초대 손님들을 열광시키기에 충분하였다. 그 후 루이 16세에게 바쳐진 이 파이는 왕으로부터도 칭송을 얻게 된다. 푸아 그라는 얇게 저며서 센 불에 앞뒷면을 구워 먹거나, 포트와인에 재웠다가 테린을 만들어 달콤한 무화과나 배와 함께 먹는다. 이때 소테른느와 같은 당도 높은 와인을 곁들이면 좋다. 또한 푸아 그라는 가격이 비싼 만큼 쉽게 먹을 수 없는 식재료로 분류된다. 보통 프랑스인들은 1년 중 성탄이나 새해를 맞이하는 밤에 헤베이용reveillon이라고 하여 새벽까지 먹고 마시는 파티를 하는데, 그때 주로 먹는 고급 음식으로 인식되어 있다. 정반합의 프랑스 식문화 프랑스의 몇몇 스타급 레스토랑의 일부 요리사들은 현대적 감각의 고급 프랑스 요리들을 일류 레스토랑에서의 절반 가격으로 공급하는, 이른바 가스트로-비스트로gastro-bistro를 통해 레스토랑을 살아 숨쉬는 공간, 사람들이 편히 쉬면서 새로운 음식을 느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가고 있다. 이 젊은 쉐프들의 공통점은 전통을 무엇보다도 소중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프랑스 전통 요리의 장점들을 기본 바탕으로 해야만, 현대적인 감각의 요리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서 진정한 고급 요리는 전통에 입각하여 질 좋은 재료를 가지고 솔직하면서도 창조적으로 요리하는 것이다. 값비싼 고급 식재료, 푸아 그라부터 싸고 보편적인 재료 오징어까지 나름의 노하우를 적용하여 만들어낸 그들의 음식을 맛보는 것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전통을 중시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새로운 현대적인 요리를 창조해내는 프랑스의 식문화는 이처럼 계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젊은 요리사들에 의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역사 속에서 지속적인 발전을 해 온 프랑스의 식문화는 전통이라는 튼튼한 바탕 위에서 낡고 쓸모없는 부분에 대한 반反이 성립되고 거기서 한 단계 발전된 합合을 도출해 내는 마치 정, 반, 합의 변증법과도 같다. 저자는 프랑스의 각 지방 음식을 소개하면서 거기에 얽힌 역사적인 사실과 문화적인 배경을 재미있게 섞어가며, 누가 읽어보아도 프랑스 음식문화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게끔 안내한다. 단편적이긴 하지만, 책을 통해 프랑스로 미식여행을 떠나고자 하는 이에게 맛과 멋과 향이 어우러진 프랑스의 역사와 문화를 소개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