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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 일째 시편 23편 왜 나를 고통 환멸의 한 연구 내 공포의 모든 것 미궁 소설 괴물구멍 앞에서 해후 화성악 개요 꽃과 공룡 인사동에서 북극성 2. 그 행진 내스무 살에게 절대음악 기차 속에서 울다 어느날 장미는 선인장처럼 백야 방금 전의 그순간 묘비명 무서운 거울 밤길 우리처음 이후 밤의 근체에서 바람이 불어올 때 봄날은 간다 3. 카뮈 내피 해지는 성찬식 애인 그대 오랜 불꽃 스트라빈스키 저녁에 허공의 작은 방 열대야 고운 뺨 자화상 평화 4월 4. 그대 암흑시 괴물들 세계도 사해문서 이런 너 참회록 청춘 고백성사 동지 안부 목어 혈액형 서시 해설/김정환 「文」과 「靑」, 그리고 몸 - 이응준 시집 『낙타와의 장거리 경주』에 부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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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너는 아프구나. 꽃나무 말라 죽어버린 오후구나.
주름진 치마가 꼭 무너진 회당의 천장 같다. 그늘 잠긴 눈동자 안으로 검은 나비 팔랑팔랑 날개뿐인 제 육신을 감춘다. 이제는 온통 지쳐버려 아름답지 않은 여인, 나의 사바여. 소망은 오직 하나, 피에 젖지 않는 붕대로 이 전생애를 가리는 것이다. --- p.2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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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시집을 상재하고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후에 펴내는 이번 시집에서 그는 희망이 사라져버린 세기말의 폐허를 노래하고 있다. 열여덟의 청춘에 이미 <까마귀>를 근친으로 여겨버린 삶에게 희망은 <기차같이> 스쳐가 버렸다. 세계 속에서 시인은 <부패하기 시작한 시체처럼> 누워 있다. 그런데 이렇게 절망의 고백시편에 가까운 작품의 내용들은 역설적이게도 절망의 참신한 모습을 표현해놓는 일에 집중되어 있다. 아직 젊기 때문에 어느 곳에도 안주할 수 없는 시인은 절망조차도 자신의 삶에 익숙해지는 것을 거부하기 위하여 절망의 새로운 모습을 자꾸 찾아내려 애쓰는 것이다. 그리하여 절망은 때로 찰나지간의 소망과 사랑을 빚어 내기도 한다. 가령 <북극성>을 <지옥의 가장 어두운 곳에/神처럼 박힌 사랑//얼어붙어/환하게/깨어져라>(「북극성」)라고 묘사했을 때의 시선 속에서 우리는 그러한 증거를 찾아낼 수가 있다. 별조차도 절망으로 얼어붙고 깨어져야 할 것이며, 그리하여 지옥에 처박혀 있는 존재에 불과하지만 그것은 동시에 타자에 대한 사랑을 반짝임으로 내보일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한 것이다. 물론 그 사랑은 찰나지간에 확인되고 절망의 구렁텅이에 다시 처박힌다. 그러므로 <북극성>은 아픔으로 빛나는 <별자리>인 것이다. 그것은 이 시집에서 시인이 노래하고 싶어하는 시인 자신의 존재가치이기도 하다. 결국 이응준의 시편은 절망의 몸 속에 흐르는 <녹슨 피>의 감각으로 기록된 <세기말>의 비망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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