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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제된 손
오를라 (제1판) 마드무아젤 코코트 산장 자살 무덤 에라클리위스 글로스 박사 어린아이 오를라 (제2판) 옮긴이의 글 작가의 생애 도판목록 |
Guy de Maupassa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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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둘러 옷을 입고 피에르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의 집에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었다. ……피에르는 아직 죽지 않았다. 하지만 그는 무척 소름 끼치는 모습을 하고 있었다. 터무니없이 크게 열린 두 눈과 확장된 동공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공포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무시무시한 물체를 뚫어져라 바라보는 듯했고, 손가락은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으며 몸은 턱까지 시트에 덮여 있었다. 나는 시트를 들춰보았다. 그의 목덜미에는 손가락 자국 다섯 개가 나 있었다. 그 자국들은 살 속 깊이 박혀 있었고, 셔츠에는 피 몇 방울이 얼룩져 있었다. 바로 그때, 뭔가가 내 몸을 건드렸고 나는 그의 알코브에 놓인 초인종을 우연히 쳐다보았다. 박제된 손은 그곳에 없었다. ……그 손은 정말이지 끔찍했으니까. 어쨌거나 그후 나는 그 손의 행방을 알아보지 않았다.
--- p.14 「박제된 손」 하지만 폐부를 찌르는 듯한 의심이 내 마음속에 여전히 남아 있었습니다. 내가 의식하지 못한 채 자리에서 일어나 싫어하는 음료마저 마셔버린 것이 아닐까요? 그간의 내 감각들이 몽유병적 수면으로 인해 마비되어, 평소의 입맛과 전혀 다르게 변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리하여 나는 나 자신에게 새로운 술책을 써보기로 했습니다. 나는 반드시 만질 수밖에 없는 모든 물건들을 하얀 모슬린 천으로 감싸고 흰 삼베 수건으로 한번 더 덮었습니다. ……잠에서 깨어나보니 물건들에 누군가 손을 댄 흔적은 있었지만 흑연으로 더러워지지는 안고 깨끗하더군요. 하지만 삼베 수건은 내가 덮어두었던 방식과 전혀 다르게 덮여 있었습니다. --- p.27 「오를라(제1판)」 저는 관을 열고 관속에 등불을 비추었습니다. 그리고 그녀를 보았습니다. 그녀의 얼굴은 파리했고 부풀어 올라 있었습니다. 끔찍스러운 모습이었지요! 입가에는 검은 진물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녀였습니다! 바로 그녀였어요! 공포가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하지만 저는 한쪽 팔을 뻗어 그녀의 머리카락을 움켜쥔 뒤 그 흉측한 얼굴을 제 쪽으로 끌어당겼습니다! 그날 밤 내내, 저는 사랑스러운 포옹 후 남자들이 여인의 향기를 간직하듯, 그 불결한 부패의 냄새를, 제 사랑하는 애인의 냄새를 간직했습니다! --- p.102 「무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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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의 깊은 밑바닥에 자리 잡은 공포의 그림자
「박제된 손」 「오를라」 「산장」 「자살」 「무덤」 「어린아이」 등 이 책에 수록된 단편에는 알 수 없는 두려움에 시달리는 기괴한 성격의 소유자, 제어할 수 없는 강력한 자연환경과 절대적인 고독감 속에서 미쳐가는 인간들이 생생히 묘사된다. 한 남자의 환각을 통해 보이지 않는 미지의 존재에 대한 두려움을 묘사한 「오를라」는 모파상 공포소설의 최고 걸작으로 손꼽히며, 일기 형태로 개작된 제2판에는 분열에 시달리는 화자의 심리상태가 좀 더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이외에도 시체의 일부를 함부로 다루는 인간에 대한 응징이 소름끼치도록 사실적으로 묘사된 「박제된 손」과, 사랑하는 연인의 무덤을 파헤친 광기 어린 주인공이 등장하는 「무덤」은 독특한 소재로 독자들의 뇌리에 강한 인상을 남긴다. 무엇보다 어느 정숙한 미망인이 뜻밖의 임신 뒤 세간의 시선이 두려워 자기 배를 갈라 태아를 끄집어 내 죽인다는 내용이 담긴 「어린아이」는 여성의 성욕을 죄악시하는 인간 사회의 선입견과 위선을 맹렬히 폭로한다. 중편 「에라클리위스 글로스 박사」 역시 절대적인 진리를 찾아내려는 인간의 집착에 대한 풍자가 잘 드러나 있으며, 자신의 믿음을 배반당한 뒤 포악한 광기에 사로잡히는 마지막 장면은, 인간 본성에 대한 모파상의 디스토피아적 비전이라 할 만하다. 이처럼 모파상의 공포소설에는 귀신이나 유령, 흡혈귀 따위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의 소설에 드러나는 공포의 근원은 인간 내면에 자리 잡은 고독, 우울감, 집착, 죄의식, 허위의식 따위이다. 그것은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에서 오는 두려움일 수도 있고, 어떤 신념에 대한 맹목적인 믿음에서 오는 두려움일 수도 있으며, 우리 사회에 만연한 허위의식에서 두려움일 수 있다. 유령이나 악마 같은 초자연적인 존재보다 더 큰 파괴력으로 인간의 영혼을 갉아먹는 공포의 실체를 모파상은 일찍이 묘파해낸 것이다. 냉정한 문체 속에 생생히 묘사되는 불안과 공포 수백여 편의 단편을 남긴 모파상의 작품 세계는 광범위한 듯하지만 거기에는 다루는 소재의 리듬이 있다. 초기의 통렬한 풍자, 다음에는 감상과 연민, 최후에는 불안과 공포, 숙명적 비관주의가 그것이다. 하지만 프랑스 자연주의의 대부, 플로베르에게 사사 받은 모파상의 작품은 시종일관 문체에 있어 거리와 냉정함을 잃지 않는다. ‘말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표현하는 데에는 말이 하나밖에 없다. 그것을 움직이는 데에는 하나의 동사밖에는 없고 그 성질을 나타내는 데는 하나의 형용사밖에 없다. 마침내 그 낱말, 그 동사, 그 형용사를 발견할 때까지 찾아야 한다’는 플로베르의 가르침에 충실했던 모파상의 군더더기 없는 냉정한 문체는, 아무리 짧은 단편이라도 인물의 개성과 기괴한 광경을 생생히 떠오르게 하는 힘을 잃지 않는다. 1인칭 시점의 무감동한 문체는 분열하는 인물의 내면을 풍부히 묘사하면서도, 작품 전체에 이상한 고독감과 비관주의를 의식하는 데서 오는 고뇌의 그림자를 한숨처럼 드리운다. 죽음의 공포를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이 고스란히 녹아든 모파상의 작품에서 독자들은 삶에 대한 모파상의 절망과 혐오와 공명하게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