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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시세계 시인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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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부 이별
비의 도시
이별 후 속 푸는 방법
은사시나무의 꿈
떠나갈 듯 야호
폭설
나는 개미다
가벼움에 관하여
소리의 뼈
연인의 발견
그녀의 쓸쓸한 하품
사랑의 출처
백화점 알레르기
눈의 감옥
삼거리에서
눈물

제2부 접속
게이미피케이션
게이미피케이션 2
왕뚜껑
엄마 손
나의 나체
접속
무지개 제조 공식
한낮
우산 사용 설명서
연애의 풍경
사거리에서
가족, 발견
3월에 내리는 눈
5월
첫눈 오는 날

제3부 느림
안구건조증
방심의 각도
사당역에서 할 수 있는 모든 것
연을 날리며
구두의 무게
그녀의 쓸쓸한 하품 2
내공의 형식
아름다운 병
자동판매기를 찾아서
가벼움에 관하여 2
V라인 그녀
비밀
아이스크림 같은 인생
달맞이꽃을 위하여
N포 알레고리

제4부 맑은 날
가벼움에 관하여 3
물방울 여백
소멸의 속도
수레
어항 속 동거인
젖은 지붕
가벼움에 관하여 4
빵, 웃다
맑은 날
신호등의 나날
강철 희망
산행
헌혈은 커뮤니케이션이다
고막의 시선
나머지 이름을 부르며

해설 아름다운 병/ 채상우

저자 소개 1

1973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단대부고 졸업, 동국대 문학사, 성균관대 경영학 석사다. 2007년 『유심』을 통해 등단했으며, 2012년 시집 『소통의 계보』를 발간했다. LG그룹, 한국야쿠르트 홍보팀에서 근무했으며, 현재 ㈜민앤지 커뮤니케이션 실장이다. 서울시 창업스쿨 PR 부문 강사, 언론매체 insight 필진, 한국PR협회와 한국시인협회 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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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07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08쪽 | 156g | 153*224*20mm
ISBN13
9791187413684

책 속으로

그녀의 쓸쓸한 하품


그녀의 몸을 잠시 빌렸다
나도 모르게 뒷모습 따라가던 대학로였다
가슴 밑바닥에 누룽지처럼 눌러 붙은
먼 사랑을 몰래 바라보던 사람은 안다
운명이란 본래
더 가까워질 거리가 남아 있지 않을 때
터벅터벅 멀어질 일만 남는 일
내가 그녀의 안으로 들어갔을 때
짧은 치마가 길어졌다
세상은 짧아졌다 길어지는 법
그녀에게 입주하고
만기일이 다가왔을 때
나는 그녀의 쓸쓸한 하품을 보았다
그 벌로 땡볕에 서 있다가
그림자에 물을 주었다
색을 채워주고 싶었다
우리 연애의 끝은 어디인가
빈 것과 가장 가까운 소통의 무게로
나는 또 빈 수작을 걸었다

--- 본문 중에서

출판사 리뷰

사랑의 절대적 부정성과 접속하며 그 빈 칸을 메우는 일,
배재형 시인의 두 번째 시집 『그녀의 쓸쓸한 하품』

2007년 월간 『유심』으로 등단하고 2012년 첫 시집 『소통의 계보』를 펴내며 시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았던 배재형 시인이 두 번째 시집 『그녀의 쓸쓸한 하품』을 출간했다. 배재형 시인의 시집 『그녀의 쓸쓸한 하품』은 ‘사랑’에 관한 시집이나, 우리가 흔히 접해 왔고 알고 있는 ‘사랑’에 대한 시집이 아니다. 이렇게 말할 수 있는 까닭은 이 시집의 어떤 시편들이 ‘사랑’에 대해 단지 냉소적이거나 별다르기 때문이 아니다. 오히려 배재형 시인은 ‘사랑’에 대해 적고자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다.

배재형 시인은 한 대학신문 칼럼에 “나의 두 번째 시집 제목은 ‘그녀의 쓸쓸한 하품’이라고 할 예정이다.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하품 속에서도 시는 숨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마치 시가 이 사회에선 쓸쓸한 하품처럼 느껴졌다. 쓸쓸하지만 보잘것없는 하품이 우리에게 힘이나 위로가 된다면 너무 큰 비약일까”라고 밝혔다. 그가 발견한 요즘의 새로운 사랑은 “쓸쓸하지만 보잘것없는 하품”처럼 아주 사소하겠지만 그 사소함이 우리들에게 “힘이나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것이리라.

시집 속 시인의 세상에는 온통 비가 내린다. 장대비 속에서 연애를 기다리는 그의 연애, 그의 사랑은 우수 어리고 늘 습기에 차 있고, 그래서 젖어 있다. 그의 사랑은 빗방울, 물방울 모습 속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눈물도 그 방울과 다르지 않다. 그의 시집 『그녀의 쓸쓸한 하품』을 관류하고 있는 비, 이슬, 눈물, 빗방울, 물방울들은 모두 물의 이미지이다. 물은 생명이면서도 종교적으로는 화해, 용서, 정화의 의미를 갖는다. 그는 그의 지나간 모든 사랑을 그렇게 정화시키고 용서하고 싶은지도 모른다.

시 「삼거리에서」에서 “사랑을 몰랐으니 사랑하지 않았다”고 발뺌도 해보지만 천상 시인인 그는 “그녀의 삶은 비 속에서 우울해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마음 약한 사람이다. 그의 시들이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까닭이다.
다른 시 「나의 나체」에서 배재형 시인이 처음부터 그리고 최종적으로 적고 싶었던 것은 “어둠 속에서 환해지고 있”는, 즉 완전한 공백의 자리에 “피어나고 있”는 “나의 나체”가 아니었을까 싶다. “아침마다” “꼭꼭 숨겨두었”던 그 “야위었”고 하얗고 “무척 피곤해 보이는” 자신의 “나체” 말이다. “나의 나체”는 ‘나’라는 주체를 표상한다기보다는 “어둠 속에서 환해지고 있”는 어떤 사물이다. 그것은 무력하고 허약하고 쇠약한 뼈와 살이다. 그런 가련한 신체가 ‘나’이고 ‘사랑’이다.

그러니까 배재형 시인은 이 시집을 통틀어 단 하나를 보여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나’ 그리고 ‘사랑’의 실재 말이다. “나의 나체”가 그러하듯 그의 시에서 ‘사랑’은 “아름다운 병”으로 현전한다. 그것은 상실감과 배신감으로 얼룩져 있으며, 시인은 자기 자신과 상대방을 끊임없이 모멸하고 비웃고 뒤튼다. 그러나 시인은 잘 알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자기 처벌인가를, 또한 “몰래보는 음화처럼” 얼마나 쾌락적인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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