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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세전
두 파산 표본실의 청개구리 임종 굴레 금반지 짖지 않는 개 작가와 작품 세계 작가 연보 |
廉尙燮, 횡보橫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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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방을 꾸려 놓고 어머님께 오늘 밤차로 떠나겠다고 여쭈러 안으로 들어가니까, 출입하였던 큰 형님이 뒤미처 들어왔다.
"얘가 오늘 저녁으로 떠나겠다는구나! 내 이런 주착없는 애가 있니?" 모친으로서 생각하면 딸자식이 죽은 것과는 다르다 하여도, 둘째 며느리를 열다섯부터 앞에서 키운 정이 있으니 집이 한구석 텅빈 것 같은데, 아들마저 초상을 치르자마자 훌쩍 가 버리겠다니 어이가 없는 것이다. "별안간 이것은 무슨 소리냐? 가자면 나부터 가야지. 네가 왜 먼저 서두르느냐? 나는 아이들을 놀려 놓고 온 터 아니냐?" 하고 큰형님은 역정을 낸다. 나는 이 말에 찔끔하였다. 사실 경우가 틀렸다. "너는 너무 기분주의야. 어쨌든 나는 내일 떠나야 하겠지만, 방학 동안은 좀 들어앉었으렴. 어머니께서 섭섭해 안 하시니?" 나는 떠나는 것을 무기 연기하기로 하였다. 사람이 죽어나간 건넌방에는 안에서들 들어가 자기를 싫어하는 모양이기에 내가 자기로 하였거니와, 형님이 떠난 뒤로는 더구나 혼자 드러누워서 이 생각 저 생각에 전전반측하며 잠을 못 이루는 날이 많았다. 곰곰 생각하면 날이 갈수록 죽은 사람에게 역시 미안한 생각이 간절하였다. 더 산대야 하나 날 자식을 두셋 더 낳았을 것밖에 별 수야 있겠지마는, 좀더 따뜻이 해 주었더면 하는 후회도 난다. 그러나 생각하면 이런 뉘우침도 결국에는 자기가 당장 고적하고 아쉬우니까 그런가 보다는 생각도 든다. 지금 애인이라도 있다면 이 생각 저 생각 없이 뛰어 달아났을 것이다. 그러나 당장 어린 것을 기를 걱정은 없다 하여도 조만간-삼사 삭 후에 졸업하고 나오면 역시 혼자는 어려우니 장가는 들어야 할 것이나 누구를 고를까? 마음에 맞는 사람이 있기로 누가 선뜻 와줄까?- 이런 걱정도 머리에 떠오른다??????. --- 「만세전」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