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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경과 소설이 있는 정물, 성경으로 충분한가?
2. 여자 광부들, 고난에 동참하는 방식 3. 감자 먹는 사람들, 흙의 신학 4. 오래된 탑, 종교의 본질은? 5. 한 짝의 구두, 발바닥으로 밀며 나아가는 삶 6. 야포니즘, 동서양의 차이 7. 자화상 연작, 나는 누구인가? 8. 씨 뿌리는 사람 연작, 무한 속에 던져진 존재 9. 노란 집, 화가 공동체를 세워라 10. 빈센트의 의자, 여기에 앉으세요 11. 별이 빛나는 밤, 하나님과의 신비한 합일 12. 해바라기와 자장가, 감사와 위로 13. 올리브나무 연작, 감람산은 어디에나 있다 14. 사이프러스 연작, 도무지 어떻게 해볼 수 없을 때 15. 꽃 핀 아몬드 가지, 아기의 눈동자에 하나님이 계신다 16. 까마귀 나는 밀밭, 길은 어디에 있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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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이 책의 저자입니다.
2010-05-13
고흐같이 기괴하고 극적이고 이단아적인 삶을 산 인물도 많지 않을 것입니다. 고흐의 삶은 가면 갈수록 신비에 싸여하고 있습니다. 고흐효과라고 할까요. 과장된 측면이 있지요. 하지만 이런 과장을 통해서도 현대인들은 못내 숨기고 싶어하지만 고통스러운 우리네 삶을 숨길 수가 없음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는 셈입니다.
저는 네덜란드에서 만 7년동안 머무르면서 고흐의 그림과 삶에 나타난 고통과 환희를 추적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누렸습니다. 우리 삶은 갑자기 엄습해오는 예기치 못한 일들로 말미암아 상처와 고통을 입습니다. 고흐는 이 모든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끝까지 그 고통을 꼭 끌어안았고 그 결과 진주같은 그림들이 탄생되었습니다. 고흐는 인생과 자연에 대해 하나님이 그리스도를 통해 연민의 마음을 품고 있으신 것을 보았습니다. 물론 고흐는 정통신학과는 거리가 먼 '자연신학자'라고 부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그의 비정통성, 동서양의 영성을 통합하려고 부단히 애쓴 것이 전 세계인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으니 참 이상하다는 생각입니다. 얼마전에 작고한 헨리 나우엔 신부는 고흐를 자신의 유일한 '상처입은 치유자'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고흐는 자신이 가려고 하지 않았던 곳까지 갔고, 자신이 보려고 하지 않았던 것까지 보았던 용기있는 사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하버드 대학교에서 신학을 가르칠 때 다른 모든 과목 중 고흐의 그림과 글을 가지고 수업했던 시간이 자신과 신학생들을 가장 크게 변화시켰다는 말을 하기도 했으니 고흐는 신학자들의 신학자라고도 말할 수 있을까요? 고흐를 향해 쏟아지고 있는 모든 비난과 열광을 누그러뜨릴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는 고흐를 통해 대리만족하는 자리를 넘어 고흐처럼 상처와 고통을 온 몸으로 껴안을 수 있어야 하겠습니다. 상처받은 이만이 치유할 수 있습니다. 저는 목사로서 상처받은 예수님을 통해서만 우리 인생이 치유받을 수 있다고 믿습니다. 고흐는 가장 그럴듯하지 않은 모습으로 우리에게 바로 그 예수 그리스도의 길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삶의 진실을 용기있게 대면하기를 못내 꺼려하는 저와 모든 이들에게 우리 주님의 위로가 있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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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는 천재가 아니라 용기 있는 사람이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는 자신의 존재를 향해 끊임없이 질문했다. 마침내 그는 자신의 마음을 강력하게 끄는 한 가지를 발견한다. 그림이다. 빈센트는 그림을 통해 구원의 길을 추구하고자 했다. 아름다움의 세계를 통해 구원에 이르고자 했다. 자신의 구원이 아니다. 그는 떼오에게 그림이 자신을 회복시켜 줄 뿐만 아니라 가난한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기회가 될 거라고 말했다. 빈센트는 무의식에 희생된 사람이 아니다. 그는 의식적으로 하나님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한 사람이다. 그는 그림을 그리되 분명한 자의식을 가지고 계속 그림을 그려 나갔다. --- p.148
빈센트는 씨 뿌리는 사람을 그리면서 화가인 자신의 역할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했다. 그는 자신의 입술로 가난한 자들에게 복음의 씨앗을 뿌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는 그림으로 복음의 씨앗을 뿌리고 있다. 빈센트는 화가야말로 자연과 영원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화가는 자연을 모사하는 것만이 아니라 자연에 나타난 신성을 환기시키는 특권을 부여받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설교자는 그것을 말로 직설적으로 표현하지만, 화가는 그림으로 상징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 p.166 그는 밤하늘에 빛나는 별을 보면서 하나님께서 그를 향해 사랑의 음성으로 속삭이는 것을 들었다. “보라. 세상 끝날까지 내가 항상 너와 함께 있을 것이다.” 빈센트는 하나님께서 자기와 함께하고 계신다는 사실을 깊이 느꼈다. 밤하늘에 빛나는 별이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빈센트는 밤하늘의 별들이 들려주는 소리에 귀를 기울였을 뿐만 아니라 그 별에까지, 그 하나님에게까지 이르기를 원했다. 빈센트는 하나님과의 신비한 합일을 꿈꾼 것이다. --- p.222 빈센트는 자신이 풍경화가라기보다는 인물화가라고 생각했다. 그가 풍경을 그릴 때에도 그의 풍경에는 사람의 흔적이 늘 어른거렸다. 그의 풍경화에는 사람의 흔적뿐만 아니라 하나님의 흔적도 있다. 우리는 빈센트의 풍경화, 특히 꽃잎 하나, 풀잎 하나에 깃들어 있는 하나님의 손길을 보게 된다. 빈센트는 자신이 그리는 나무들과 식물들이 살아서 움직이는 것 같은 느낌을 종종 받곤 했다. 빈센트는 하나님이 어디에나 계신다고 느낀 것이다. --- p.287 빈센트의 하나님은 의지가 굳세어서 감정적인 미동도 없는 독야청청한 하나님이 아니었다. 빈센트의 하나님은 세상 일에서 적당히 거리를 두고 기적이라는 방식을 통해서만 개입하는 그런 하나님이 아니었다. 빈센트의 하나님은 어린아이와 같은 하나님이었다. 어린아이처럼 자신을 방어할 수 없는 상처받은 하나님이었다. 모든 상처받은 자들과 같이 상처받는 하나님이었다. --- p.30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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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으로 표현된 고흐의 신앙고백과 글로 표현된 저자의 신앙고백
흔히 ‘광기(狂氣)의 천재 화가’로 통하는 고흐. 그는 화가의 한 사람을 넘어서서 동서양을 넘나들며 하나의 문화 현상으로, 문화 아이콘으로 자리매김된 지 오래다. 그의 삶과 그림은 수많은 사람들의 다양한 논의의 프리즘을 통해 끊임없이 다시 읽히고 해석되어 왔다. 이 책에서 저자는 고흐의 작품들에 투영된 기독교 신앙의 자취를 더듬으며, 그가 화폭을 통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 구현하려 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차근차근 짚어 간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신화화된 고흐’가 아니라 우리네 일상의 모습에 훨씬 가까이 다가와 있는 고흐의 또 다른 모습을 발견하게 된다. 고뇌하고 아파하며 상처입고 위안 받는, 혹은 위안을 주려는 그의 모습 가운데는 늘 하나님의 그림자가 투영되어 있다. 복음을 전하려 했지만 목회자가 될 수 없었던 고흐에게 그림이야말로 ‘복음의 씨앗을 뿌리며 하나님과 합일되기를 소망했던’ 그의 일상의 염원을 담아내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네덜란드에서 7년간 목회자로 사역하면서 고흐의 ‘상처받은 삶’에 특별히 주목했다. 고흐가 남긴 서신과 작품을 통해 그의 삶에 아로새겨진 상처와 고통의 흔적에 다가가면서 그는 ‘고통을 나누려는 마음이 시대의 아픔을 치유할 수 있는 길’임을 깨닫는다. 고흐의 하나님, 우리의 하나님 일반적으로 고흐의 작품은 서양미술사의 흐름 가운데 양식과 기법을 중심으로 논의되어 왔다. 그가 다룬 다양한 주제와 소재들도 ‘후기인상파’라는 틀 속에서 조명되어 오다시피 했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는 개별 작품에 나타난 그런 특징들이 고흐의 삶의 단면들은 물론 그때그때의 정황과 맞물린 그의 심성을 어떻게 반영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저자는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그런 연관관계를 확장함으로써, 자본주의가 발흥하는 19세기 후반 서양 문화의 맥락에서 배태된 고흐의 삶과 작품이 갖는 의미를 살펴보며, 하나님과 인간의 올바른 관계와 우리 신앙의 현주소까지 조심스레 진단한다. 삶과 신앙의 본질적인 문제를 거창한 담론이 아닌 평범한 일상에서 접근하고 다루는 저자의 탐색은 150여 년의 시차와 동서양을 넘나들며 ‘가장 평범하면서 보편적인 것’이 갖는 진실에 맞닥뜨리게 한다. 책의 구성 고흐의 작품 가운데 80여 점을 주제별로 16꼭지로 묶고, 각각의 주제에 따른 그림들을 통해 그의 삶과 신앙의 궤적을 더듬어가면서 우리 삶의 보편적 문제로 접근해 간다.(각 꼭지 제목에서 쉼표 뒤의 말들이 그 문제들의 핵심을 집약하여 나타낸다.) 꼭지마다 맨 끝에 저자가 ‘누님’이라 부르는 지인 분께 보내는 편지글은, 각 꼭지에서 다룬 주제와 내용을 집약하면서 맺음말 구실을 하는 한편, 새로운 문제 제기를 통한 성찰과 묵상으로 다가서게 한다. 자세한 사연이 밝혀져 있진 않지만 편지글의 수신인인 ‘누님’(이 책의 추천사를 쓴 김기남 두레교회 권사)도 이루 말할 수 없는 고통과 상처를 안고 살아온 분이다. 고흐의 삶과 작품을 통해 고통의 나눔과 위안의 문제에 다가가려 했던 저자의 소박하지만 간절한 바람이 담긴 이 서신들을 읽다 보면, 마치 이 편지의 수신인이 우리 각자인 듯한 느낌이 든다. 결국 우리도 일상의 고통과 상처를 나누고 위안하며 위안 받아야 할 존재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