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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볕이 따사로운 오후, 찬호는 학교에서 돌아와 막 책가방을 풀고 있었습니다. 그때 엄마가 안방에서 부르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찬호야, 바지 하나 사 왔는데 입어 봐.” 바지를 사 왔다는 말에 찬호는 잽싸게 안방으로 건너갔습니다. “엄마, 어디서 산 거예요?” “응, ‘행복을 파는 가게’라고 있어. 어때, 예쁘지?” 엄마가 바지를 들어 보였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봐도 바지가 새것 같지가 않습니다. “엄마, 이거 헌 바지 아니에요?” 찬호가 바지를 이리저리 들춰 보며 물었습니다. “말만 헌 바지지 새것이나 다름없어. 게다가 단돈 오백 원에 샀는걸. 값에 비하면 정말 깨끗하고 예쁘지 않니?” “엄마!” 찬호는 헌 바지란 말에 버럭 소리를 지르 며 들고 있던 바지를 얼 른 내려놓았습니다. “저, 이 바지 안 입어요! 내가 무슨 거지예요? 억수라면 또 몰라도.” 찬호의 입에서 자기도 모르게 같은 반 친구 이름이 튀어나왔습니다. “억수? 아, 그 착하고 검소한 애!” “아이참, 검소해서가 아니라 가난해서 그런 거예요. 나보고 억수처럼 헌 옷을 입으라고요?” 찬호는 속이 부글부글 끓어 자기 방으로 건너와 버렸습니다. 신기하게도 억수와는 1학년 때부터 쭉 한반입니다. 이제 3학년이 되었으니 어느새 3년째나 같은 반입니다. 고은이는 2학년 때는 다른 반이었지만, 올해 다시 같은 반이 되었고요. ‘엄마는 날 뭘로 보고 그런 곳에서 바지를 사 온 거야?’ 찬호는 생각할수록 엄마가 못마땅했습니다. --- 본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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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학년이 된 찬호. 찬호는 외동아이라 그런지 새것만 좋아한다. 옷도, 신발도, 학용품도 모두 새것이고 싫증이 나면 버리고 새로 산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벼룩시장에서 헌 바지를 500원에 사 오자 찬호는 더럽다며 입지 않는다. 헌 옷을 입으면 반 친구들한테 놀림을 받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한편 찬호와 같은 반 친구인 고은이는 아빠와 함께 간 벼룩시장에서 그곳의 매력에 푹 빠진다. 환경을 살리는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를 자연스럽게 실천할 수 있는 곳이란 생각이 든 것이다. 비 오는 어느 날, 찬호는 등굣길에 도로에 나와 있는 지렁이를 맨손으로 주워서 화단으로 옮기고 있는 억수를 발견하고는 깜짝 놀란다. 또 억수가 중고 필통을 사용하는 것을 본 찬호는 매우 더럽다고 생각하며 반 친구들과 함께 억수를 놀리는 데 동참한다. 찬호는 억수가 왜 지렁이를 맨손으로 만져 흙 범벅이 되고 중고 필통을 사용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도덕 시간. 지구와 환경에 대한 단원을 마치며 선생님은 모둠별로 지구 환경을 보호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을 한 가지씩 발표하라고 한다. 고은이와 억수와 같은 모둠이 된 찬호는, 어린이 벼룩시장을 열자는 고은이의 제안에 펄쩍 뛴다. 남이 쓰던 헌 물건은 더럽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다음 날 찬호의 생일에 오기로 한 찬호 아빠가 산에서 굴러떨어지는 돌덩어리 때문에 사고를 당한다. 찬호는 새것만 좋아하는 사람들 때문에 지구가 병들어 가는 거라는 고은이의 말에 처음엔 화가 났지만 곧 자기의 잘못을 깨닫게 된다. 고은이와 찬호와 억수는 발표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교실에서 벼룩시장을 열게 된다. 찬호는 이 과정을 통해서 아나바다는 더러운 것이 아니고, 지구를 아끼고 사랑하는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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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벙이 억수』의 두 번째 이야기가 나왔다. 2007년에 출간된『꺼벙이 억수』는 어린이들에게 꾸준히 사랑받고 있고, 초등학교 2학년 교과서에도 실려 있다. 『꺼벙이 억수』는 옷도 싸구려만 입는 데다 자주 빨지도 않고 행동도 어눌해 보이는 친구 ‘억수’를 통해 ‘좋은 친구’와 ‘진정한 우정’에 관해 눈뜨게 되는 초등 1학년 찬호의 성장기를 다뤘다.
『꺼벙이 억수랑 아나바다』는 다소 지저분해 보이고 어수룩해 보이는 억수를 통해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자)’의 실천이 환경을 살리는 데 얼마나 도움을 주는 일인지를 보여 준다. 찬호가 보기에 억수는 항상 헌 옷만 입고 다니고 지저분한 데다 이상한 행동을 일삼는 친구다. 가령 비가 오는 날 길가의 지렁이를 맨손으로 집어 화단에 옮긴다거나 중고 필통을 부끄러움 없이 갖고 다니는 일 말이다. 찬호가 더럽다는 이유로 피하는 일에 억수는 항상 열심이다. 찬호는 이해할 수 없는 억수의 행동을 비웃기만 한다. 하지만 찬호는 어느 날 아빠가 산사태 때문에 사고를 당하자, 자연을 가꾸고 환경을 보호하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지 깨닫게 된다. 또한 억수와 함께 ‘아나바다’를 실천하는 벼룩시장을 계획하고 열게 되면서 생활에서 실천하는 ‘지구 환경 지키기’가 얼마나 보람된 일인지 알아 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