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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쪽지를 뽑은 사람은 자리에 돌아가서 선생님이 ‘펴 보세요’라고 할 때까지 잘 가지고 있어요.”
민경이는 아예 눈까지 감고 쪽지를 뽑았습니다. 은지는 가슴에 한 손을 얹고 쪽지를 골랐습니다. “펴 보세요!” 선생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은지는 살그머니 쪽지를 펼쳤습니다. “악------!” 은지가 좋아할 틈도 없이 민경이가 내지른 소리에 은지 눈길이 민경이 손에 들린 쪽지로 갔습니다. 거기엔 큼직한 글씨로 ‘연꽃’이라고 쓰여 있었습니다. 아, 민경이는 연꽃이 된 것입니다! 은지는 심청이 되었고요! 민경이는 쪽지를 한쪽에 팽개치고 책상에 두 팔을 대고 얼굴을 파묻었습니다. 어깨가 가늘게 흔들리는 것을 보니 우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은지는 민경이가 심청은커녕 연꽃 역할을 맡은 게 고소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금 전, 자신을 향해 바락바락 소리를 지른 죄라고 생각하며 속으로 큼큼큼 웃었습니다. 그런데 자꾸 곁눈질로 보니 어깨를 축 늘어뜨린 민경이가 한편으론 불쌍해 보였습니다. --- pp.59-6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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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지와 민경이는 친한 친구다. 서로 손가락까지 걸고 꼭꼭 약속을 했다. 죽마고우, 천생연분 하기로 말이다. 그러던 어느 날 동그란 얼굴에 눈도 동그랗고 코도 동그랗고 머리통도 사과처럼 동글동글한 지수가 홍콩에서 전학을 왔다. 은지는 첫눈에 지수에게 마음을 뺏겨 버렸다. 그렇지만 차마 민경이에게는 말할 수 없다. 은지는 지수랑 친하게 지내고 싶지만, 민경이 때문에 적극적으로 지수에게 다가갈 수가 없다. 그런데 은지의 마음을 눈치챈 민경이는 셋이는 죽마고우를 할 수 없다며 토라져 버린다. 은지도 쌀쌀맞은 민경이에게 화가 났지만, 결국 은지는 심청전 연극을 앞두고 심청 역을 간절하게 맡고 싶은 민경이를 위해 자신이 맡게 된 '심청' 역을 '몰래' 양보한다. 은지는 심청 역보다는 친구 민경이가 더 소중했던 것이다. 이렇게 화해한 은지와 민경이는 지수와 함께 셋이 죽마고우를 하기로 약속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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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용품과 군것질 욕심 때문에 엄마 돈을 몰래 훔치고 시험 점수도 몰래 고쳐 썼던 은지가 이번엔 친구를 위해 착한 '몰래'를 실천한다. 새로 전학을 온 친구와 친해지고 싶지만, 단짝인 민경이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했던 은지. 그러다가 민경이의 마음을 다치게 한 은지는 중요한 순간에 민경이를 위해 가장 큰 것을 내주고 포기하게 된다. 심청전 연극에서 심청 역을 맡고 싶어 하는 민경이를 위해서 은지의 심청 역을 민경이에게 넘기고 자신은 말 한마디 없는 '연꽃' 역을 맡은 것이다. 마냥 어리기만 했던 은지가 진정으로 친구를 위해 마음이 큰 사람이 된 것이다. 은지는 친구의 기쁨을 자기의 기쁨으로 만들 줄 알게 되었고 '친구 몰래' 친구에게 기쁨의 선물을 줄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독자는 '엄마 몰래', '선생님 몰래', '친구 몰래'로 이어지는 은지의 성장기를 통해 은지와 함께 같이 울고 웃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