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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에스토니아
발트의 길을 걷다 _ 박혜선 어린 날의 우상 _ 박혜선 마음을 건네는 방법 _ 이묘신 의자를 준비하세요 _ 박혜선 길 위의 시인 _ 이묘신 02 라트비아 해학으로 빚은 집 _ 오미경 일상으로의 초대 _ 이금이 룬달레 룬달레 룬달레 _ 이묘신 투라이다의 장미 _ 오미경 03 리투아니아 빌뉴스의 백골 _ 이금이 시간은 사라지지 않는다 _ 이종선 열망의 무게 _ 오미경 진정한 리더가 그리운 시대_ 이종선 정령들의 숲 _ 이종선 국경이 들려준 말 _ 이금이 작가의 말_ 다시, 여행의 꿈꾸며 |
Lee Geum-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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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련에 의해 강제 점령당한 그날로부터 딱 오십 년이 되는 1989년 8월 23일, 그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가장 치욕스러운 날, 발트3국은 가장 뜨겁게 몸을 일으켜 세웠다. 서로 말은 달랐지만 그들의 외침은 단 하나, ‘자유’였다. 총이 아니라 마주잡은 손으로, 칼이 아니라 함께 부른 노래로 그들은 세상을 흔들어 깨웠다.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라트비아 리가, 리투아니아 빌뉴스까지 620km의 ‘발트의 길’에서 이백만 명의 사람이 인간 사슬을 만들어 목 놓아 자유를 부르짖은 것이다. (중략)
탈린의 비루 문 앞에서 사과를 팔던 할머니, 중세 복장을 하고 관광객들에게 그림을 그려 주던 리가의 늙은 화가, 트라카이 성으로 가는 길에 블루베리를 팔던 아저씨, 그 옆에서 산딸기를 팔던 격자무늬 앞치마를 한 아줌마까지 오래전 발트의 길에서 자유를 외쳤을 것이다. 발을 내딛는 곳마다 그날의 발자국이 찍혀 있는 것 같다. 내가 여행하면서 만난 발트 사람들, 그들 모두가 그날의 주인공이었을 것이다. ---「발트의 길을 걷다」중에서 그동안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낯선 시간과 공간에서 현실을 잊은 채 특별하고 새로운 것들을 경험하는 것. 그게 여행의 묘미이며, 내가 여행을 떠나고 싶어 하는 이유라고 여겼다. 하지만 여행이라는 특별한 시간에 평범한 일상이 녹아드는 순간, 여행의 즐거움은 배가 된다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 우리가 여행을 꿈꾸는 건 일상을 벗어나기 위해서가 아니라 일상을 되찾고 싶어서인지 모른다. 상품성 높은 열매를 위해 자연스러운 일상을 빼앗긴 우리의 사과나무들처럼 우리도 목적 지향적 삶에 매몰돼 많은 것을 놓치며 살고 있다. 그 시간들을 여행에서 되찾고 싶어 떠나는 것이다. 우리가 여유라고 부르는 그것들이 실은 우리가 평소에 누려야 할 일상인 것이다. 라트비아의 베르사유가 아니라 룬달레 궁으로, 자연 그대로의 사과나무로, 나는 나로……. ---「일상으로의 초대」중에서 난민이 겪는 고통 역시 인간들이 만들어 놓은 경계에서 비롯된다. 세상에는 자연이 만든 경계도 많다. 산, 강, 바다 같은 경계는 터널을 뚫고, 다리를 놓고, 배나 비행기를 띄워서라도 극복하면서 사람이 만든 경계는 어째서 쉽게 허물지 못하는 걸까. 이 순간에도 사람과 사람 사이, 마음과 마음 사이에 수많은 선들이 그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 경계가 많으면 많을수록 그물코는 복잡해지고 좁아진다. 그리고 결국 사람들은 자신이 만든 작은 그물코 안에 갇혀 살게 된다.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기 위해서는 내 안의 수많은 고정관념과 편견을 허물어야 한다. 경계란 결국 그것들에 의해 생겨나는 법이니까. ‘나’와 ‘너’뿐만 아니라 ‘우리’가 서로의 경계를 허물고 어우러져 살아야 한다고, 이번 여행에서 만난 발트3국의 국경들이 내게 말한다. ---「국경이 들려준 말」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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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트3국, 거기가 어디야?
유럽의 한가운데 위치하고 ‘발트3국’이라고 불리는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우리에게는 동유럽, 북유럽, 서유럽, 어디에도 속해 있지 않은, 생소한 곳이다. 발트3국은 긴 세월 동안 자신의 이름을 잊은 채 살았다. 덴마크, 독일, 스웨덴, 러시아 등의 강대국이 주인으로 살았기 때문이다. 1939년 8월, 독일의 히틀러와 소련의 스탈린이 비밀협약을 맺고, 독일은 폴란드를, 소련은 발트3국을 나눠 갖기로 했다. 그로부터 50년이 흐른 1989년, 에스토니아 탈린에서 라트비아 리가, 리투아니아 빌뉴스까지 620km의 ‘발트의 길’에서 200만 명의 사람들이 인간 사슬을 만들어 자유를 부르짖었다. 총이 아니라 마주잡은 손으로 칼이 아니라 함께 부른 노래로, 발트3국은 세상을 흔들어 깨웠다. ‘발트의 길’에서 독립과 자유를 외친 결과 1991년, 세 나라는 독립국이 되었다. 발트3국은 오랫동안 외세 침략의 역사를 고스란히 감당하면서도, 자신들의 언어를 지키며 고유한 독자성을 유지해 왔다. 세 나라의 인구를 모두 합쳐도 서울 인구에 못 미치지만, 에스토니아의 경우 1인당 국민소득이 우리와 비슷한 경제 강국이다. 하지만 여전히 주변 강대국에 의한 정치, 경제적 위협을 끌어안고 있다. 소수 민족, 약소국, 자기들만의 언어, 외세의 간섭, 평화 투쟁……. 발트3국은 유럽이지만, 왠지 우리나라와 닮은 점이 많다. 그 때문에 이 지역을 여행하는 것은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발트는 우리 역사와 비슷해서 더 애잔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들의 평화로운 일상을 보며 그걸 얻기 위해 그들이 벌인 힘겨운 투쟁이 떠오르면서 우리의 과거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어요.” _ 작가의 말 중에서, 박혜선 “소박함과 여유로움이 주는 맛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발트의 아름다움과 맛을 만끽할 수 있을 거예요. 발트 여행은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곳이라 생각돼요.” _작가의 말 중에서, 이종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