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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빈처
2. 술 권하는 사회 3. 타락자 4. 할머니의 죽음 5. 운수 좋은 날 6. 불 7. B사감과 러브 레터 8. 그리운 흘긴 눈 9. 희생화 10. 까막잡이 |
玄鎭健, 빙허(憑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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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형이 동서를 밉다거니 무엇이니 하면서도 기차를 놓치면 남편이 기다릴까 염려하여 급히 가던 것이 생각난다. 그것을 미루어 아내의 심사도 알 수가 있다. 부득이한 경우라 하릴없이 정신적 행복에만 만족하려고 애를 쓰지마는 기실 부족한 것이다.
다만 참을 따름이다. 그것은 내가 생각해야 된다. 이런 생각을 하니 그날 아내에게 그런 말을 한 것이 후회가 되었다. '어느 때라도 제 은공을 갚아 줄 날이 있겠지!' 나는 마음을 좀 너그러이 먹고 이런 생각을 하며 아내를 보았다. "나도 어서 출세를 하여 비단신 한 켤레쯤은 사 주게 되었으면 좋으련만......" 아내가 이런 말을 듣기는 참 처음이다. "네에?" 아내는 제 귀를 못 미더워하는 듯이 의아한 눈으로 나를 보더니 얼굴에 살짝 열기가 오르며, "얼마 안 되어 그렇게 될 것이야요!" 라고 힘있게 말하였다. "정말 그럴 것 같소?" 나는 약간 흥분하여 반문하였다. "그라믄요, 그렇고말고요." 아직 아무도 인정해 주지 않는 무명작가인 나를 저 하나이 깊이깊이 인정해 준다. 그러길래 그 강한 물질에 대한 본능적 요구도 참아 가며 오늘날까지 몹시 눈살을 찌푸리지 아니하고 나를 도와 준 것이다. '아 아, 나에게 위안을 주고 원조를 주는 천사여!' 마음 속으로 이렇게 부르짖으며 두 팔로 덥썩 아내의 허리를 잡아 내 가슴에 바싹 안았다. 그 다음 순간에는 뜨거운 두 입술이...... 그의 눈에도 나의 눈에도 그렁그렁한 눈물이 물 끓듯 넘쳐 흐른다. --- pp.28-2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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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처형의 눈 위에 시퍼런 멍이 든 게 보였다. 그날 '나'는 술을 여러 잔 마시고 집에 돌아왔다. 처형의 멍든 눈자위 이야기를 하며, 없더라도 의좋게 지내는 것이 행복이란 아내의 말에 '나'는 흡족해 한다. 처형이 사다 준 신을 신어 보며 좋아하는 아내, 물질에 대한 욕구를 참고 사는 아내에게 '나'는 진정으로 고마움과 사랑을 표시한다. 이에, 아내의 눈과 '나'의 눈에 눈물이 넘쳐 흐른다
--- p.52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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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어째 없을까?'
아내는 장문을 열고 무엇을 찾더니 입 안 말로 중얼거린다. '무엇이 없어?' 나는 우두커니 책상 머리에 앉아서 책장만 뒤적뒤적하다가 물어 보았다. '모본단 저고리가 하나 남았는데.' '…….' 나는 그만 묵묵하였다. 아내가 그것을 찾아 무엇을 하려는 것을 앎이라. 오늘 밤에 옆집 할멈을 시켜 잡히려 하는 것이다. 이 2년 동안에 돈 한푼 나는 데 없고 그대로 주리면 시장할 줄 알아 기구와 의복을 전당국 창고에 들여밀거나 고물상 한 구석에 세워두고 돈을 얻어오는 수밖에 없었다.지금 아내가 하나 남은 모본단 저고리를 찾는 것도 아침거리를 장만하려 함이다. 나는 입맛을 쩍쩍 다시고 폈던 책을 덮으며 '후우' 한숨을 내쉬었다. --- p.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