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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시각으로 경험하는 세상
박주연 (jyppp@yes24.com)
2018.02.22.
오늘 이야기하려는 책은 『너의 눈 속에』, 나이에 상관없이 모두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는 컨셉으로 나오고 있는 그림책 시리즈의 최신 도서이다. 잘 알려져 있는 동화 “빨간 모자”에 예술적 시각을 접목한 도서로, 스토리보다 그 독특한 시각이 장점이다. 흑백의 펜 선만으로 그려진 그림이 아이들에게는 무서울 수 있을 것 같다. 포인트가 되는 빨간 모자의 망토와 늑대의 붉은 눈을 보면 나도 섬칫 놀라니 말이다. 그렇지만 독특하고 예술적인 책이라 모두에게 소개하고 싶었다.
세상에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는 걸 우리는 쉽게 잊는다. 보통 주변에는 자신과 비슷한 사람들만 있기 때문에 우리는 모든 세상 사람들이 나와 비슷하게 생각하고 행동할 거라고 믿는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모든 사람이 나와 비슷하다면 우리는 스트레스 받고 싸울 일 자체가 없을 것인데 - 물론 내가 나에게 주는 스트레스도 많지만 - 우리는 자주 화를 내고 세상은 마음에 들지 않는 것 투성이이다. 『너의 눈 속에』는 각기 다른 존재의 시선을 나란히 보여주면서 서로 다른 존재들이 세상을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보여준다. 날카로운 그림만큼이나 예리한 통찰력이 아닐 수 없다. 빨간 모자가 보는 숲 속에는 함께 어울릴 친구들이 가득하지만 배고픈 늑대에게는 먹잇감만이 눈에 들어온다. 빨간 모자는 숲에서 마주친 늑대에게 다시 보자는 친근한 인사까지 건네지만, 늑대는 전혀 빨간 모자와 친하게 지낼 생각이 없다. 그에게 빨간 모자는 배고픔을 달래줄 먹이일 뿐이다. 이렇게 서로 다른 관점은 각자의 시각에서 그려진 숲의 모습과 짧은 글들로 잘 드러나고, 그들의 시각이 비슷한 곳으로 흘러가 마침내 서로를 만날 때까지 긴장감이 고조된다. 이미 모두가 알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 긴장하고 빨간 모자의 안녕을 빌게 된다는 것이 흥미롭다. 정교한 그림으로 마치 흑백영화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것은 덤. 책 속으로 빨려 들어가 각각의 입장을 경험하고 나면 이 세상에 정말 다양한 존재가 있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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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모자와 늑대의 시선 교차 방식이 엮어 낸 쫀쫀한 긴장감의 세계
〈너의 눈 속에〉의 표지는 제법 강렬하다. 상단과 하단에 깊이 박힌 눈동자 두 개가 독자들의 마음까지 서늘하게 꿰뚫어 보는 듯하고, 이 눈동자가 무엇을 의미하는지에 대해 강한 의문이 들게 한다. 첫 장부터 심상치가 않다. 왼쪽 장면은 암흑, 오른쪽 장면은 길을 떠난 빨간 모자에게 손을 흔드는 엄마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책장을 몇 장 넘겨 보면 왼쪽에는 멀리 보이는 빨간 모자의 뒷모습, 오른쪽에는 숲 속에서 일하는 나무꾼들의 모습이다. 여기에 글은 “어, 엄마가 이야기한 아저씨들이네. 안녕하세요?”. 빨간 모자의 목소리다. 그렇다, 왼쪽은 캄캄한 굴에 틀어박혀 있다 숲으로 어슬렁거리며 나와 빨간 모자를 쫓는 늑대의 시선이고, 오른쪽은 숲 속 할머니 댁에 가는 빨간 모자의 시선이다. 〈너의 눈 속에〉의 모든 장면은 이 두 인물의 눈에 비친 풍경들이다. 글 또한 왼쪽은 서슬 퍼런 늑대의 말로, 오른쪽은 할머니를 만나러 가는 길이 마냥 즐거운 소녀의 노랫소리 같은 대화글로 이루어져 이미지의 긴장감을 배가시킨다. 자, 이제 마침내 빨간 모자와 늑대가 딱 마주친 순간, 왼쪽 늑대 영역에는 빨간 모자의 얼굴이, 오른쪽 빨간 모자 영역에는 빨간 눈알을 번뜩이는 늑대의 얼굴이 클로즈업된 그 순간, 긴장감은 최고조에 이른다. 〈너의 눈 속에〉는 이미 알고 있는 이야기임에도 불구하고 잠시도 지루할 틈 없이 마성의 두려움과 긴장감에 빠뜨리는 그림책이다. 검정 선과 붉은 포인트 색, 미색의 여백이 자아내는 침묵의 마력 〈너의 눈 속에〉는 늑대와 빨간 모자의 입장에서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그림책이다. 어느 순간 늑대가 되어 빨간 모자를 뒤쫓고, 또 어느 순간엔 빨간 모자가 되어 할머니 집의 문을 두드려 보며, 등장인물과 함께 그 길을 걷고 그와 같은 행동을 하는 느낌이 들도록 구성했을 뿐만 아니라 순간순간 독자의 상상력을 최대치로 끌어 내기도 한다. 이미지는 오직 검정 선으로만 묘사되었지만 허술한 부분이 보이지 않는다. 마치 기억의 한 부분처럼, 망원경으로 투사해 보는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빨간 모자의 옷과 늑대의 눈동자에만 선택적으로 쓰인 빨강은 빨간 모자를 향한 늑대의 욕망과 늑대를 향한 빨간 모자의 두려움을 한층 가중시키며 독자를 이야기의 세계로 초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