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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창백한 푸른 점’
여러분도 이런 표현을 들어보았지요? 칼 세이건이라는 미국의 천문학자가 지구를 나타낸 말이랍니다. 드넓은 우주에서 바라보면 지구는 눈에 띌 듯 말 듯 정말 조그만 점 하나에 불과하답니다. 지구가 태양계에 속하는 행성이라는 건 알겠는데, 태양계조차 우주에서 보자면 무수한 은하 중에서도 외진 곳에 있는 별들의 아주 작은 무리에 지나지 않는다는군요. 그렇다면 이렇게 조그만 행성에서 옥신각신하며 살고 있는 인간이란 도대체 어떤 존재일까요? 지금까지 밝혀지기로, 아직 지구는 생명체가 살고 있는 유일한 행성입니다. 물론 인간의 현재 과학 수준에서 볼 때 그렇다는 얘기입니다. 끝없이 넓은 우주 어딘가에 인간과 비슷한, 아니 인간보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생명체가 살고 있을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니까요. 만약 그 외계인이 몰래 지구를 방문하여 관찰한다면 그들 눈에 비치는 인간은 어떤 모습일까요? 《지구인 사용 설명서》는 이런 상상에서 출발하여 스스로 만물의 영장이라고 착각하며 살아가는 인간에 대해 날카롭고 예리한 질문을 던지는 책이랍니다. 외계인이 지구인을 본다면 낯설고 이상한 곳으로 여행하려면 무엇보다도 철저한 정보와 꼼꼼한 준비가 중요하겠지요. 그러니 멀고 먼 우주에서 온 외계인이 지구에 내려서 인간을 만나려면 어떻겠어요. 말뤼네 교수는 자신의 보고서에서 준비 과정을 네 단계로 나누었습니다. 먼저 착륙 전에 지구의 위치와 인간의 모습에 대한 정보를 알아야 합니다. 이런 기본 지식을 갖춘 뒤에 조금 어려운 정보로 넘어가지요. 인간이 사용하는 언어와 인사 방법, 그리고 인간이 먹는 음식에 대해 공부하는 거예요. 그 다음 단계는 보다 전문적인 지식입니다. 인간이 어떻게 가족을 만들고 여가 생활을 하는지 뿐만 아니라, 감정이라는 이상야릇하고 불규칙한 내부 반응까지도 알아야 하거든요. 마지막은 지금까지 살펴본 내용의 정리 단계입니다. 인간은 지구에 사는 생물들 가운데 한 종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과, 반려동물들과의 관계, 그리고 지구에서 사라졌거나 사라지고 있는 것들을 다룬답니다. 지구는 여전히 신비로운 행성! 어떻게 보면 이 보고서는 비웃음과 조롱으로만 채워진 것 같습니다. 인간은 언제나 고약한 냄새를 풍기고(몸에서 가스를 배출하고, 발가락 사이에 곰팡이 균이 서식하며, 입에서는 구린내가 난다!), 쓸데없이 남자용 팬티와 여자용 팬티를 다르게 만들어 입으며, 학교라는 공간에 아이들을 가두어 놓고 이상한 음식으로 괴롭히기도 한답니다. 이런 게 다 인간이 무식하고 기술 문명이 뒤떨어진 탓이라나요. 그래도 인간은 여전히 매력적인 연구 대상입니다. 인간이 눈을 감고 있을 때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도대체 알 수 없고, 인간이 걸린다는 상사병라는 것도 도대체 알쏭달쏭하지요. 하지만 이렇듯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것은 서로의 관계가 지금보다 훨씬 가까워질 수 있다는 가능성이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지칠 줄 모르고 지구인에 대한 연구를 거듭하는 말뤼네 교수의 열정에 박수를 보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