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張錫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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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입술을 깨물며 빛나는 별
새벽 거리를 저미는 저 별 녹아 마음에 스미다가 파르륵 떨리면 나는 이미 감옥을 한 채 삼켰구나 유일한 문밖인 저 별 --- p.11 |
생각난 듯이 눈이 내렸다
눈은 점점 길바닥 위에 몸을 포개어 제 고요를 쌓고 그리고 가끔 바람에 몰리기도 하면서 무언가 한 가지씩만 덮고 있었다 나는 나의 뒤에 발자국이 찍히는 것도 알지 못하고 걸었다 그 후 내 발자국이 작은 냇물을 이루어 근해에 나가 물살에 시달리는지 자주 꿈결에 물소리가 들렸고 발이 시렸다 또다시 나무에 싹이 나고 나는 나무에 오르고 싶어 아무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잘못 자란 생각 끝에서 꽃이 피었다 생각 위에 찍힌 생각이 생각에 지워지는 것도 모르고 --- p.13 |
새떼들에게로의 망명
1 찌르라기떼가 왔다 쌀 씻어 안치는 소리처럼 우는 검은 새떼들 찌르라기떼가 몰고 온 봄 하늘은 햇빛 속인데도 저물었다 저문 하늘을 업고 제 울음 속을 떠도는 찌르라기떼 속에 환한 봉분이 하나 보인다 2 누가 찌르라기 울음 속에 누워 있단 말인가 봄 햇빛 너무 뻑뻑해 오래 생각할 수 없지만 오랜 세월이 지난 후 나는 저 새떼들이 나를 메고 어디론가 가리라, 저 햇빛 속인데도 캄캄한 세월 넘어서 자기 울음 가파른 어느 기슭엔가로 데리고 가리라는 것을 안다 찌르라기떼 가고 마음엔 늘 누군가 쌀을 안친다 아무도 없는데 아궁이 앞이 환하다 --- p.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