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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송이에 방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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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송이에 방을 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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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송이에 방을 들였다
한영수
파란 2018.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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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 1부
숨은 신 -13
어둠상자 -14
분수 -16
한계령 -18
방 -20
늑대 -22
타인의 삶 -23
굴뚝새 -24
마리오네트 -26
슬픔을 모시러 간다 -28
초침 소리 -30
백 년 -32

제 2부
민어(民魚) -35
라면 -36
껍질이 아니면 -38
목련의 겨울 -40
전문가 -42
소여도 -44
치자 -46
복숭아의 세계 -47
앵두가 왔다 -48
부분일식 -50
맹꽁이요 -52
검은 수련 -54

제 3부
만질 수 없는 분홍 -57
대꽃 핀다 -58
봄나무 위로 굴뚝 -60
자유로 -62
소녀와 노랑나비 -64
오월의 뒷면 -66
시민 K -68
뒹구는 것들의 숨을 모아 -70
기린이 아닙니다 -72
타이항산(太行山) -74
다금바리 -75
정오의 휴식 -76
전쟁과 평화 -78

제 4부
동동 -81
거울 속으로 -82
해석에 반대한다 -84
파랑과 파랑과 -86
국수의 속도 -88
시래기 한 봉지 -90
반올림 -92
흙 다시 만져 보자 -94
소릉 -96
한강포차 -98
한 아이 -99
여행비둘기 -100
밤새 자작나무를 탔다 -102

해설
유성호 사랑과 신성(神聖)으로 번져 가는 ‘흰빛이 된 말’들 -103

저자 소개 1

전라북도 남원에서 출생했다. 2010년 [서정시학]을 통해 시인으로 등단했다. 시집으로 『케냐의 장미』,『꽃의 좌표』가 있다.

관련 분류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127쪽 | 200g | 128*188*20mm
ISBN13
9791187756231

책 속으로

「분수」

너를 바라볼 수 있게 가슴을 두고
꽃이 열리듯

발을 들어 올린다 허리 높이로
어깨 높이로 머리 위로
너를 부르는
최초의 높이로

조금만, 조금만 더 가까이
네가 있는 쪽으로

정점을 향해 가던 분수는 순간,
정지한다 온몸을 움직여

저를 저버린다

가지 않는 것 또한
가고 있는 것

비는 모를 거다
내리기만 하지
빗방울은 모를 거다
꼭 쥔 주먹은 매달릴 줄만 알지

그 하루 눈을 뜨고
솟구치며 쏟아져 내리는
눈물

완성하기 위해서
있어야 하는 중간

저를 독재하는 짐승의 포효
은하를 그린다
제때에 얼굴을 돌리는 것
분수는 아는 거다 ***

「방」

눈송이에 방을 들였지
떠오르고
떠오르다 잠이 들었네
구석으로 구석을
업고 업힌 방

철없이 겨울이 내렸어
방은 어디에 있나

구름의 눈동자에 묻어난다
반달이 반을 읽고
새가 돌아본다
깊은 오후
깊은 숨이 숨는 방

수소폭탄 서른 개의 폭발 에너지를 가진 손이
하나로는 만들 수 없는 눈송이
눈송이에 방을 들였네
새끼손톱만 했네
주춧돌은 없었지
손톱으로 긁어 파낸 바닥은 있었지

일 년에 두 번 정도 울어도 좋은 방
바람은 계산하지 말자

손을 모았지
눈송이, 세계를 떠다닌다
봄 가지 어디에도 주저앉지 않고 ***

「굴뚝새」

우리가 동의하는 높이
굴뚝 위에 새는 있다

아니오
아니오
최소한으로 운다
물 한 모금 세 걸음에
굴뚝 한 바퀴

검고 가는 발목이다
단독자의 맨발이다
벌써 굴뚝의 일부가 되어 있는 새
왜 정확하게 새가 아닌가

날개는 짧고
굴뚝은 계속된다
새 이야기를 이야기하다가
갇혔다
불뚝, 추운 높이
굴뚝 쪽으로 더 가 버린 새

아니오
아니오
굴뚝이 돈다
울울한 굴뚝을 돈다

--- 본문 중에서

추천평

인형이 인간이 되는 꿈, 그건 제페토 할아버지의 전유물은 아니다. 소꿉놀이가 입증하듯, 우리는 인형이 사람이었던 시절을 지나왔다. 그럼, 인형의 친구가 되기 위해 스스로를 마리오네트로 만드는 꿈은 어떤가? 자신의 팔과 다리를 줄에 묶고 누군가에 의해 조정당하는 생각은 시의 품속에서 충분히 자연스런 일이다. 이때 그는 “공주”인가, “시녀”(「마리오네트」)인가?

긴 대에 “발목을 묶은 새”(「백 년」)도 마찬가지다. 누각에 제 목을 매단 ‘목어(木魚)’는 왜 아니겠는가? 그들은 “조금씩 껍질이 되는 것”(「껍질이 아니면」)을 선택한 자들의 표상이니, 시인은 ‘마리오네트’가 되어, ‘솟대’가 되어, ‘목어’가 되어, 그리하여 “어둠의 눈동자”(「어둠상자」)마저도 둥근 나무 구슬이 되도록 “슬픔의 뿌리”(「슬픔을 모시러 간다」)를 모시는 자이다.

놀라운 건 이런 삶이 도처에 있다는 생각. “자기만의 방을 짓고 허”(「한강포차」)무는 자의 ‘옹이’에, “사라지는 기억을/수발드는 여자”(「치자」)의 ‘향기’에, “바다에서 나이를 먹은 김 씨”(「다금바리」)의 ‘연륜’에 한결같이 ‘나무의 삶’이 있다. “생활의 비탈”(「늑대」)을 버틴 자들은 항시 “우리가 동의하는 높이”(「굴뚝새」)에 있었다.

그러니 들어라, ‘마리오네트’의 고백을, ‘솟대’의 지저귐을, ‘목어’의 노래를……. 거기에 “자유의 무게를 짊어지고/사라짐으로 완성되는 것”(「여행비둘기」)들이 있으니, 그건 다름 아니라 “몇 겹의 어둠을 건너”(「한계령」)온 나무의 노래. 하여 그들의 노래 속에 “어둠은 이미/무엇”(「어둠상자」)으로 있다. 그의 노래는 인고와 고요로 부르는 “벌거숭이 찬란”(「거울 속으로」)이다. - 장철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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