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소장하고 있다면 판매해 보세요.
이윤학의 다른 상품
|
어느 날 갑자기 내가 죽는다
내가 죽는다, 내가 숨쉬기를 멈춘다, 솜덩이처럼 각지게 묶인다 내 몸이 가졌던 열기가 쏙 빠지고 열기를 밀고 들어올 얼음, 칼 끝으로 비유될 그것이 내가 마지막까지 놓치고 싶지 않은 침묵이며 너의 얼굴을 빼앗아간다 먼지들이 일어날 수도 없는 뻣뻣한 나를 덮어준다 방문의 틈 사이로 들어올 햇빛 한 줄기, 내가 그때 눈을 살짝 떳다 감으면 놀라서 도망갈 먼지들이, 천천히 나를 덮는다 --- p.32 |
|
구더기는 몸담고 살던 구덩이가 싫어졌다
배가 불러오기 시작했다 기어올라가야 했다 구덩이에서 알을 깔 수는 없었다 더러운 生을 물려줄 수는 없었다 알이 눈에 띄게 커지고 몸이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너희들만은 깨끗한 곳에서 먹이를 찾아야 한다 목숨을 위해 더러운 곳으로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 터질 듯이 부른 뱃속의 알을 끌고 수렁을 벗어났다 구더기는 목숨이 다할 때까지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가 알을 낳았다 구더기는 빈 몸이 되어 눈부셨다 호기심 많은 눈을 뜨고 빛을 몰고 밖으로 나가는 새끼들 --- p.1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