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朱剛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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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생선, 명태를 통해 살펴본 우리 음식과 문화
예전에는 나라에서 세금을 걷을 때, 농사가 잘되는 남쪽 지방에서는 쌀을, 추운 북쪽 지방에서는 명태로 세금을 갈음했습니다. 쌀과 더불어 명태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화폐를 대신할 만한 가치를 지닌 존재였지요. 명태가 이처럼 널리 사용될 수 있었던 건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물고기라는 점이었습니다. 추운 겨울 시작된 명태 잡이는 따스한 봄이 오면 끝이 납니다. 살을 에는 추위에 명태는 덕장 속에서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며 딱딱한 장작처럼 말라가지요. 이렇게 마른 명태는 북어라 불리며 전국으로 유통됩니다. 특별한 냉장 시설이 없던 시절에 북어는 귀한 해산물이자 맛있는 음식이었지요. 전국에 있는 사람들의 입맛을 휘어잡을 만큼, 명태는 우리 바다에서 많이 잡혔습니다. 돈이 많은 사람이나 가난한 사람이나 할 것 없이 모두 다 쉽게 명태를 구할 수 있었지요. 명태의 특징 중 하나는 이름이 다양하다는 것입니다. 상태에 따라 살아 있는 건 생태, 얼린 건 동태, 말린 건 북어, 새끼는 노라기 등등 여러 가지 이름으로 불렸습니다. 여러 이름만큼이나 요리법 역시 다양했지요. 우리 음식문화는 밥과 국이 꼭 들어갑니다.그중 명태는 국과 찌개 모두의 재료로 쓰였습니다. 뿐만 아니라 찜, 젓갈, 순대, 기름 등으로 가공해 먹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상태와 조리법으로 우리 밥상에 오랫동안 큰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명태. 명태는 우리의 식문화를 주도한 특별하면서도 흔한 요리 재료였습니다. 민간 신앙의 자리까지 차지한 명태 명태는 다양한 음식 재료로도 쓰였지만 동시에 신앙의 한 부분으로 자리하기도 했습니다. 예전 우리 조상들은 집안의 안녕이나 마을의 행사가 있을 때 고사를 지냈습니다. 이때 꼭 상에 올리는 것이 있는데, 바로 명태지요. 말린 명태인 북어를 제사상에 올리고 기도를 드렸습니다. 마을 입구에 서서 마을 사람들을 지켜 준다는 장승을 세울 때에도 꼭 북어를 매달아 놓았습니다. 이처럼 우리 조상들은 추운 겨울 덕장에서 오랜 시간을 버티며 꾸덕꾸덕 마른 명태에게는 무언가 신비로운 힘이 깃들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런 생각의 바탕에는 무엇보다도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것이 큰 자리를 차지했지요. 전국 어디에서나 쉽게 볼 수 있고, 비린내도 나지 않았으니 사용하기도 편했고요. 그렇게 점점 명태는 우리 생활 깊숙한 곳까지 들어오게 됩니다. 명태 잡이의 풍년과 과학 기술의 관계 명태가 전국으로 유통될 만큼 많은 양이 잡히게 된 건 조선시대 후기에 발달된 과학 기술 덕분입니다. 배 만드는 기술이 발달하면서 먼 바다까지 나갈 수 있게 되었고, 그러면서 낚시를 이용하던 기술이 그물을 이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어업 기술의 발달은 자연스럽게 명태 어획량의 증가를 가져오게 했지요. 하지만 사람들의 욕심은 차츰 늘어만 갔습니다. 화학 섬유를 이용한 그물을 만들었고,기선저인망을 이용해 큰 물고기나 작은 물고기나 할 것 없이 모조리 잡아들였습니다. 이러게 마구잡이식 어업은 그렇게 많고 흔했던 생선, 명태의 씨를 말렸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여기에 지구 온난화까지 더해지면서 동해 바다의 온도도 올라갔고, 찬물 생선인 명태는 차가운 바다를 따라 북쪽인 러시아 바다로 올라가 버리고 말았습니다. 서정적 그림과 어우러진 우리 문화의 재발견 명태는 깊은 바다 밑에서 주로 생활합니다. 표지에 표현된 초록색은 깊은 바닷속을 의미하지요. 차갑지만 수많은 명태들이 어우러져 살면서 온기를 나눴을 그 바다를 상상하며 표현한 것입니다. 비록 지금은 우리 바다에서 볼 수 없지만, 명태는 여전히 우리 생활 깊숙이에 자리한 생선입니다. 지금까지도 다양한 조리법으로 이용되어 우리 입맛을 사로잡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정작 우리 것이 아니란 사실은 안타까움을 자아냅니다. 아련하게 그리운 추억처럼 안타깝고 아쉬운 마음을 서정적인 그림으로 담아 표현했습니다. 예전 명태 잡이가 활기차게 이루어지던 시절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명태의 흔적을 더듬어 거슬러 올라가, 추억 속에 행복했던 명태의 모습들을 담아내고자 노력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명태의 터전을 바꾸어 버린 남획과 지구 온난화 등의 심각한 문제들을 무채색의 무거운 색감으로 표현하며 그 무게감을 더했습니다. 사라져가는 우리 것을 돌아보고자 하는 인문그림책의 시리즈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소재, 명태. 명태의 생활을 더듬어가며 우리는 현재 어디에서 어떻게 생활하고 있는지를 다시 한 번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를 고민하게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