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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보다 빨갛고, 조약돌보다 매끈하고 단단한
평화로운 섬마을이 있었습니다. 잔잔한 파도가 찰랑거리고, 따가운 햇살 사이로 살랑살랑 바람이 불어오는 작은 마을이었습니다. 마을에는 아이가 하나뿐이었어요. 이름은 어뜨. “엇뜨.”라고만 말해서 그렇게 불렸답니다. 어뜨는 늘 아기 돼지 꾸와 함께했어요. 어느 날, 어뜨는 바닷가에서 동백꽃보다 빨갛고, 조약돌보다 매끈하고 단단한 물건을 발견했어요. 세상에 태어나서 처음 보는 물건이었지요. 어뜨는 물건을 들고 문 아저씨에게 달려갔어요. 아저씨는 무언가를 담는 함이라고 했어요. 함에는 책이 한 권 들어 있었어요. 뭍사람들 모습이 담긴 책이었어요. 어뜨는 날마다 책을 보며 뭍에 가고 싶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엉엉엉엉.”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요? 어뜨가 울고 있어요. 어뜨는 왜 우는 걸까요? 아기 돼지 꾸가 없어져서 우는 걸까요? 어뜨가 왜 우는지 알아보세요. 그리고 어뜨가 울음을 그치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곰곰이 생각해 보세요. 플라스틱 세상 2016년 8월. 독일 바닷가로 떠밀려 온 향유고래 열세 마리. 그 가운데 한 마리 고래의 배 속에는 13미터나 되는 그물이 있었습니다. 2018년 11월. 인도네시아 바닷가로 떠밀려 온 향유고래. 고래의 배 속에는 6kg이나 되는 플라스틱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9년 4월. 이탈리아 바닷가로 떠밀려 온 향유고래. 고래의 배 속에는 22kg이나 되는 플라스틱이 있었습니다. 앨버트로스 어미가 플라스틱 조각을 먹이인 줄 알고 아기 앨버트로스에게 물어다 먹였습니다. 아기 앨버트로스는 죽었고, 배에서는 플라스틱이 잔뜩 나왔습니다. 한 사진 작가의 사진에 담긴 이야기입니다. 사람들이 마구 만들어 내고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들로 인해 애꿎은 동물들이 죽어 가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무사할 수 있을까요? 지구를 생각하며 지은 이름 ‘어뜨’ 작가는 시원해 보이는 바다를 내려다보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자아이와 작은 돼지가 바닷가를 걷고 있는 것이 보입니다. 가까이에 빨간 함도 보입니다. 그리고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길 때마다 빨간 함이 물들여 가는 붉은 세상으로 독자를 이끌어 갑니다. 오염되지 않았던 작은 섬마을이 붉은 세상이 되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습니다. 어뜨가 우는 장면에 이르면 작가가 왜 주인공 이름을 ‘어뜨’라고 지었는지 자연스럽게 떠오릅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맞닥뜨리게 되는 붉은 바다는 맨 앞의 푸른 바다와 대비되면서 우리 마음을 ‘쿵’하게 합니다. [앤서니 브라운 심사평 전문] 시각적으로 매혹적이고 정교한 작품입니다. 그림이 몹시 뛰어나고 아름답습니다. 그림의 구성이 다양하고, 색과 재료를 사용할 때 매우 신중하게 선택한 것이 느껴집니다. 이야기가 흘러감에 따라 궁금해진 독자가 책장을 넘기며 소녀와 돼지를 따라가도록 만드는 점은 이 작품이 ‘조용한 책’으로서 일을 제대로 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 이야기는 강력한 메시지를 가졌으며 독자들의 시야를 넓히는 방식으로 우리의 딜레마를 보여 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