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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 노동자들의 현실을
서정적으로 묘사한 빼어난 작품 “바람을 가르며 저 멀리 날아가는 기러기들처럼, 일자리를 찾아 낯선 곳으로 떠돌아야 하는 가족의 고달픈 모습을 어린 소녀의 눈으로 섬세하게 그려냈다. 서로 아껴 주고 배려하는 삶이 아름답다는 것을 가슴 저리게 느끼게 한다. 시처럼 아름다운 문장을 간결한 선과 은은한 색감으로 살린 그림도 깊은 여운을 남긴다.” 뉴욕타임즈 선정 최우수 어린이 그림책 캐나다연방총독상 (그림 부문) 최종 후보작 길을 찾아 떠나는 사람들 《너는 어디로 가니》는 이주 노동자 가정의 현실을 어린 소녀인 안나의 눈으로 바라본 그림책입니다. 이주 노동자란 일자리를 찾아 다른 나라에서 옮겨 와 생활하는 사람들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주로 공장이나 농장 같은 생산 현장에서 힘든 육체노동을 하기에 생활이 만만치 않습니다. 그건 안나의 가족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은 멕시코의 마을에 살지만, 봄부터 가을까지는 캐나다로 가서 농장 일을 합니다. 안나는 자신의 가족이 계절을 따라 이리저리 옮겨 다니는 철새 같다고 느낍니다. 때로는 버려진 굴속에 사는 산토끼 같고, 때로는 하루 종일 따가운 햇볕을 받으며 일하는 일벌 같다고 느낍니다. 밤이 되어 좁은 방에서 옹기종기 모여 자는 언니들과 오빠들을 보면서는 아기 고양이나 강아지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안나가 소망하는 것은 땅속 깊이 뿌리 내린 나무처럼 한 곳에 머물며 자기만의 공간을 갖는 것입니다. 그러나 봄이 여름으로 바뀌고 어느덧 가을에 이르면서 안나의 가족은 또다시 짐을 꾸려야 합니다. 바람을 가르며 먼 길을 떠나는 기러기들처럼‥‥‥. 글과 그림의 자연스러운 어울림 자칫 심각하게만 받아들일 수 있는 주제를 어린 소녀의 심리를 통해 섬세하게 다룬 작품입니다. 소녀의 쓸쓸한 마음을 부드럽고 따스하게 어루만지면서도 깔끔하고 간결하게 이야기를 끌고 가는 서술자의 화법이 인상적입니다. 이야기의 마디마다 수줍은 듯 나서서 자신의 소망을 나지막하게 속삭이는 주인공 소녀의 목소리는 또 얼마나 곱고 은은한지요. 고달프고 서글픈 생활 속에서도 마음의 문을 열고 상상의 나래를 펼치는 안나의 모습이 참 의젓합니다. 그러고 보니 꿈꾸는 듯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있는 안나의 표정도 사랑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연한 파스텔 톤의 색연필과 수채 물감의 적절한 어울림은 소박하고 따스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다채롭고 자유로운 콜라주의 활용은 풍부한 이미지와 함께 상상력의 경계를 한껏 넓혀 줍니다. 이렇듯 자연스러운 글과 그림의 어울림은 어린이 독자들이 이주 노동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가슴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건강한 정서와 서정적인 힘이 될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이주 노동자 유엔 보고서에 따르면, 자신이 태어나지 않은 나라에서 생활하고 있는 이주 노동자와 그 가족은 현재 약 2억 명 가량이라고 합니다. 이들이 ‘타국살이’를 하게 된 데에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기본적으로는 평등하지 않은 경제 상황과 구조가 가장 큰 요인일 것입니다. 우리 역사에서도 이주 노동의 현실은 굵은 자취를 남기고 있습니다. 조선의 국운이 기울어가던 19세기 말 러시아 연해주와 만주 간도로 이주했던 농민들, 20세기가 시작되자마자 머나먼 하와이로 건너가서 사탕수수 농장에서 거친 일을 해야 했던 농업 노동자들, 1960년대에 서독으로 가서 힘들게 일하면서 외화를 벌어들였던 광부와 간호사들. 지금은 상황이 달라져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많은 사람들이 건너와 우리에게 꼭 필요한 일들을 해 주고 있습니다. 이들은 종교, 민족, 국적이 다르고 때로는 피부색이 조금 다르다는 이유로 정당한 대우와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불과 얼마 전까지 낯선 곳에서 받던 편견과 서러움을 까맣게 잊고 있는 셈입니다. 하지만 이런 작은 ‘차이’를 인정하고 서로를 이해할 때 우리 사회에 가득한 '차별'도 극복할 수 있는 것이 아닐는지요. 이 책의 제목에 대하여 이 그림책의 원서 제목은 ‘Migrant’입니다. 단어의 뜻을 영어사전에서 찾아보았습니다. ‘이주자’ 또는 ‘계절 (농장) 노동자’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실린 뜻풀이는 ‘철새’입니다. 조금 다른 듯 하면서도 서로 연관성을 가진 이 뜻들을 아우를 수 있는 제목은 없을까요. 우리가 생각한 제목은 '너는 어디로 가니'. 먼 길을 떠나는 철새에게 자기 마음을 실어 보내는 소녀의 심정을 헤아리면서 좀 더 함축적이면서 여운이 남는 제목을 골랐습니다. 그러고도 남는 궁금한 점 하나. 이 그림책에 나오는 안나의 가족은 남들과 조금 다른 생활을 합니다. 자기들만의 전통과 신앙의 자유를 지키기 위하여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농촌 마을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삽니다. 평화롭고 조용한 생활을 하는 사람들이기에, 굳이 이들의 종교와 신앙이 무엇인지 물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안나의 간절한 마음에 한 걸음 가까이 다가가면서 우리와 조금 다른 생각과 생활방식을 있는 그대로 이해하고 존중하면 어떨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