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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오십. 아직도 돈, 시간, 건강의 한계에 얽매여 살아간다. 그러면서도 어렴풋이 가늠하게 된다. 내 인생에 그나마 이 세 가지가 골고루 될 만한 순간은 바로 지금 언저리가 아닐까 싶은. 그런 뒤로는 보름달이 기우는 것처럼 조금씩 작아져야 할 테지. 남이 아닌 나를 돌보며 조금이라도 덜 기대고 사는 걸 우선순위로 삼아야 할 미래가 창창히 기다리고 있다. 그때부터는 사느라고 넓혀놓았던 오지랖을 하나둘 거둬들이고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그만 놓아주어야 한다. 관리하고 유지하는 데만도 수월치 않은 품이 들 테니까. 그러다 보니 수시로 마음과 의논하는 버릇이 생겼다.
--- 「프롤로그」 중에서 사람마다 생각의 흐름이 자연스럽지 않은 곳이 있다. 남들은 다 아는데 자기만 모른다. 그러면서도 온 힘을 쏟아 자신의 왜곡된 생각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평생 안간힘이다. 그런 걸 역린이라고 부른다. 거꾸로 난 비늘이란 뜻이다. 내 역린은 안 보이는데 남의 역린은 잘도 보인다. 콕 집어 말해주고 싶어서 온몸이 뒤틀린다. 누가 내 역린을 건드릴 땐 그게 그렇게 싫으면서도! --- 「역린」 중에서 모르는 사람과 느슨한 연결을 시작할 때, 꽤 호기심 돋는 사람과 좀 더 친밀해지려 할 때, 세대의 영역이 다른 사람과 소통을 유지하려고 할 때 나는 늘 고민한다. 어디까지 다가가고 어느 만큼 물러서야 뜨겁지도 차갑지도 않은 쾌적한 거리에서 만날 수 있을까를. --- 「부담」 중에서 투명한 사람이 좋다. 물론 투명하면 그리 아름답게 보이진 않는다. 그래서 어떡하면 투명하면서도 덜 추해 보일까 고민하게 된다. 그래서 가끔 침묵이나 웃음으로 가려보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투명한 것보다는 늘 투명한 쪽이 선하다고 생각한다. 너무 추악한 게 투명하면 보기 싫긴 하지만 맑아야 보이고 보여야만 타협점이 생긴다. 그게 함께 살아나가야 하는 사람들의 기본 매너가 아닐까? --- 「해석」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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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이 아닌 나를 돌보며 살기로 했다
요즘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유명한 경구를 패러디한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진짜 너무 늦었다’라는 문장이 곧잘 눈에 띈다. 이 문장에 어울릴 법한 이야기가 있다. 바로 빨간 스포츠카 이야기다. 젊은 시절에는 누구나 한 번쯤 빨간 스포츠카를 꿈꾼다. 그러나 젊은이에게는 그런 스포츠카를 구입할 만한 경제력이 없다. 열심히 돈을 벌어 스포츠카를 살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을 마련하면, 이미 빨간 스포츠카가 어울리지 않는 중년의 나이가 되어 있다는 이야기. 그런가 하면 이런 이야기도 있다. 오토바이 ‘할리 데이비슨’ 역시 비슷한 신세지만, 이 오토바이를 타고 도로를 쌩쌩 달리는 사람들 중에 스카프를 벗으면 의외로 나이 든 할배 할매가 많다는 것이다. ‘할리 데이비슨’을 구입할 수 있는 시기가 되면 이미 젊음을 다 보낸 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굴을 스카프로 가린 채 도로를 질주하는 그들. 그들에게 앞서 말한 두 문장을 내밀면, 그들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때다’라는 문장에 더 큰 공감을 표할 것이다. 나이 오십. 백세시대의 딱 절반이다. 아직 젊다고 하면 젊은 것 같고, 늙었다고 하면 그래 늙었지, 하고 수긍할 수도 있다. 이제 더 이상 남에게 기대어 살지 않기 위해, 꼭 필요하지 않은 것은 놓아주어야 하는 나이가 되었다. 이제는 남에게 나를 맞추지 말고 나에게 나를 맞춰서 살아가야 한다. 50은 나 자신을 들여다보고, 정직하게 나와 의논하며, 무리하지 않고 나에게 속도를 맞춰야 하고 나에게 조금 더 너그러워져야 할 시기다. 그 말인즉슨 내가 나를 오롯이 마주해야 한다는 뜻이다. 너무나도 거대한 도전이 아닐까, 싶지만 그럼에도 도전해볼 가치는 있다. 어쨌거나 내가 나를 가장 잘 알아야 하기에. 무슨 일이 있어도 나를 보듬고 끌어안을 사람은, 오로지 오십 년을 함께해온 나뿐이기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