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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시인의 말
제1부 13 내가 버린 예수 14 수태고지와 지진 16 자식의 명 - 목공 요셉의 혼잣말 18 죄와 용서 - 주 예수 그리스도에게 20 예수가 폭력을 휘두르다니 22 나약한 예수를 위하여 24 통곡의 벽 앞에서 26 40일의 시험 28 최후의 만찬 30 십자가를 지다 33 또 하나의 십자가를 세우며 36 예수, 십자가에 매달린 날 하신 말씀 40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은 45 묵비권 48 행복한 죽음 50 죽기 전에 먹고 싶었던 것 53 피눈물 흘리는 성모상은 기적인가 조작인가 56 피에타 58 성모성월의 어머니 60 부활절에 진혼곡 듣다 제2부 63 아침의 역사 64 그림자와 함께 66 신의 시간, 인간의 길 68 고해성사 70 견진성사 받는 날 71 목숨 1 72 목숨 2 74 비창 제4악장 76 욥이 마침내 79 통곡 82 주검으로 장식하다 - 체코의 쿠트나 호라 해골성당에 와서 85 신의 바람 86 이브에서 제야까지 88 바다의 침묵 90 물이 차오르고 있다 92 윤회와 부활 94 당신의 빛으로 우리는 빛을 보겠나이다 96 태초의 어둠 97 아담에게 바친다 100 하늘의 기원 땅의 기도 - 소록도에 와서 제3부 103 묵념 104 오늘 106 성지 가자 108 반군叛軍 110 다시, 위령탑을 세우며 112 다시, 비문을 새기며 115 105인째 116 밤의 호출 118 노려보다 120 슬픔의 나라에서 122 아픔의 나라에서 124 생명에 대한 예의 128 코가 없다 131 시리아 학살극의 희생자들을 애도함 134 이 세상의 모든 결박된 자들을 위하여 136 철학의 계보 138 목숨의 값어치 142 45구의 시체 어디에 묻혀 있나 - 홋카이도 조릿대[笹] 묘표墓標 전시관에 와서 144 크리스마스이브의 기도 146 손 148 에필로그 |
LEE, SEUNG-HA,李昇夏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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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이번에 『폭력과 광기의 나날』에서 못다 한, 예수에 관련된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해 보고자 했습니다. 원수를 사랑하라고 말했다가, 왼쪽 뺨을 맞으면 오른쪽 뺨을 내밀라고 했다가, 십자가 처형을 당한 예수의 생애는 제게 불가사의였습니다. 이와 유사한 억울한 죽음은 역사상 또 얼마나 많았습니까.
이웃을 사랑하라는 것이 교리인 기독교와 이슬람교가 수십 년째 극한의 대립 상태에서 살육을 일삼고 있습니다. 예루살렘을 가운데에 두고서 말입니다. 저는 중동의 폭력사태를 외신으로 수시로 접하면서 이 땅의 사계절이 아름답다고 예찬하고 인정 미담들이 훈훈하다고 미소 지을 수 없었습니다. 내면의 깊은 우물에 두레박을 내릴 수도, 난수표의 미로 속을 헤매 다닐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런 시를 썼습니다. 사실상 거칠기 이를 데 없습니다. 정제된 언어를 구사하기엔 제 마음이 황무지였습니다. 사막이었습니다. 황무지와 사막에 언어의 씨를 뿌리다 보니 꽃들이 이렇게 피다 만 꼴이 되었습니다. 이번 시집을 끝으로 더 이상 ‘폭력’과 ‘광기’의 시편을 쓰지 말리라, 다짐을 해 보지만 잘 될지 모르겠습니다. 세상은 200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폭력과 광기의 나날이며 공포와 전율의 나날이며 감시와 처벌의 나날입니다. 그래서 저는 시를 쓰고 있습니다. --- 「에필로그」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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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를 매개로
폭력과 광기 없는 세상을 희구하다 이승하 시인이 시집 『예수·폭력』을 ‘문학들 시인선’ 세 번째 권으로 펴냈다. 10·26사태와 12·12사태, 광주의 참상이 일어난 대학 시절, 고문 정국을 다룬 시 「화가 뭉크와 함께」가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등단한 시인은, 1993년 펴낸 시집 『폭력과 광기의 나날』을 시작으로 『공포와 전율의 나날』, 『감시와 처벌의 나날』 등을 통해 ‘폭력과 광기 없는 세상’을 집요하게 희구해 왔다. 이 가운데 『감시와 처벌의 나날』은 교도소 교화 사업 10년과 정신병원 환자 면회 10년의 결과물이었다. 이번 시집 『예수·폭력』은 제목에서도 엿볼 수 있듯 ‘예수’를 매개로 ‘폭력’의 문제를 노래한 것이 특징이다. “예수에게 행해졌던 폭력과, 그 폭력을 사랑으로 갚았던 예수의 생애”를 추적하면서, 중동 분쟁은 물론 아우슈비츠, 킬링필드, 한국전쟁, 베트남전쟁, 4·19와 5·18 등 역사적 비극과 조류독감·구제역·아프리카돼지열병, 핵, 아동성폭력, 세월호 등 사회적 문제를 시로써 고발하고, 분노하고, 반성하며, 위무한다. 한꺼번에 죽인 소와 돼지 수십만 마리 닭과 오리 수백만 마리 구제역 침출수가 계곡으로 강으로 흘러들고 있다 식수원으로 흘러들고 있다 사람 마실 물에 짐승의 피눈물이 섞일 것이다 너희는 모두 이것을 받아 마셔라 이는 새롭고 영원한 계약을 맺는 내 피의 잔이니 죄를 사하여 주려고 너희와 모든 이를 위하여 흘린 피다 너희는 나를 기억하여 이를 행하여라 - 「최후의 만찬」 일부 아픈 사람에게 수사는 사치다. 인용한 시구 어디에도 감정의 과잉이나 과장된 수사가 보이지 않는다. 시인은 그 아픔을 설명하지 않고 비명이 터져 나오는 자리를 보여 준다. 현대사회의 비극에 성경 구절을 병치한 데서 오는 시적 긴장과 신문기사, 사진, 그림, 통계 수치 등을 시에 적극 활용하는 기법이 시의 메시지를 더욱 명징하게 부각시킨다. 총 3부 60편으로 구성된 이번 시집에는 천주교 신자인 시인이 신과 일체화되기 위한 기도의 시들도 눈에 띈다. 앞서 언급한 사회적 문제를 중심에 놓고 그 안에서 취해야 할 ‘나’의 삶의 자세에 대해 고뇌하는 시들이다. “내 죄가 커질 때/성자는 내 안에서 커진다/내 죄가 작아질 때/성자는 내 안에서 작아진다/오늘도 성자는 내 그림자와 함께/나를 졸졸 따라온다”고 한 「그림자와 함께」를 비롯하여 「신의 시간, 인간의 길」, 「고해성사」, 「견진성사 받는 날」, 「목숨1, 2」 등의 시는 윤동주의 시 「십자가」, 「자화상」 등의 삶의 자세와 다르지 않게 다가온다. 그런가 하면 아동 성폭력 문제를 담은 「슬픔의 나라에서」라는 시를 보면 최근 우리 사회에 커다란 충격을 준 ‘박사방’ 사건이 떠오르면서 시인의 날카로운 예지에 새삼 놀라게 된다. 아이가 울고 있다 어두운 방구석에 숨어서 흑흑 흐느끼고 있다 (중략) 아이야 울어도 울어도 아침은 오지 않고 네가 살아갈 생, 낮이어도 내내 어두울 텐데 텔레비전 개그 프로 방청객들처럼 어른들은 아이 일이라고 웃고 있구나 이 나라, 눈물이 긴 강을 만든 슬픔의 나라인 줄도 모르고 - 「슬픔의 나라에서」 일부 이번 시집에는 타인의 해설이나 발문 대신 시인의 고백(「에필로그」)을 실었다. “시의 변화와 개성에 대한 의미 부여도 중요하겠지만 시집이 담고 있는 가혹한 현실에 대한 메시지를 보다 명료하게 부각하고 싶다는 출판사의 뜻에 저자도 흔쾌히 동의했다.”고 한다. 시인은 「에필로그」에서 “세상은 2000여 년 전이나 지금이나 폭력과 광기의 나날이며 공포와 전율의 나날이며 감시와 처벌의 나날입니다. 그래서 저는 시를 쓰고 있습니다.”라고 고백했다. 이 시집의 마지막 시, 「손」의 마지막 구절은 이렇다. “보이지 않는 손이/보이는 주먹을 이겼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