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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그는 흰 캐딜락을 타고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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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8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296쪽 | 442g | 138*205*19mm
ISBN13 9791130640266
ISBN10 113064026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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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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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의 시선에 자신처럼 이 고개를 벗어나지 못한 지박령이 보였다. 입장권 추첨에서 떨어져 하루를 공친 장수꾼들이 터덜터덜 걸어내려가고 있었다. 가진 거라곤 입장권을 살 현금 만 원이 전부인, 개털도 못 되는 먼지 신세가 되어. 한 달에 보름만 입장이 가능해 입장 추첨에 걸리면 웃돈 얹어 팔아 연명하면서 내일의 한 방을 기다리는 사람들. 도박 중독이 그들을 이곳의 붙박이로 만들었다. 차를 본 몇몇이 태워달라고 엄지를 치켜올렸으나 진은 그들을 외면했다. 초심자의 행운으로 돈을 따거나 조금 잃은, 아직 처분할 것이 많은 ‘프레시’한 초짜들이 고객이지 자리를 잡아주고 번 돈으로 게임하는 앵벌이들은 전당사와의 인연이 다했다.
--- p.6

“벌써 털렸어요! 시계랑 휴대폰을 그 집에서 했는데 완전 양아치들! 반의반도 못 받고 나왔더니 개털이 됩디다! 재수가 없을라니!”
‘운발’이 막힌 테이블을 옮겨가듯 전당사를 옮기겠다는 의미라면 이해가 간다. 도박판 사람들이 하늘로 모시는 게 그놈의 운발이니. 하지만 이 미신의 세계에도 지켜야 할 마지막 울타리가 휴대폰이었다. 가족과 통하는 마지막 통로를 버린 사람들의 말로는 좋지 않았다. 자살하거나 신장을 떼이거나, 오도 가도 못하는 지박령이 되거나. 도박에 미친 사람들은 눈앞에 폭포의 굉음이 들리는데도 그 물살을 보지 못했다.
전당사 사람들은 백태가 낀 그 눈을 찾아낸다. 눈앞을 보지 못하는 이들을 잘 구슬려 털 수 있는 모든 것을 터는 게 그 세계의 생리였지만 성 사장은 달랐다. 그는 돈을 좇는 이들과 다른 눈을 가지고 있었다.
--- p.15-16

“내가 거길 왜가? 그 새끼들이 나한테 왔다고! 진규 새끼가 내가 사장님 몰래 차로 뒷주머니 찬다고 주먹질했다니까?”
“그렇지 사장님이야 차는 안 잡으니까 오해했겠지.”
“오해는 얼어죽을. 언덕 주차장에서부터 죽어라 쫓아와서 겨우 여기까지 도망쳤다고.”
“거길 다녀왔다고? 너 방금 나갔잖아.”
“방금이라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진은 그 말을 하면서 벽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가게를 나선 건 11시 반 무렵이었는데 시계의 긴 바늘은 35분을 넘지 못하고 있었다.
--- p.22-23

“보안팀장을 부르시는 게 낫지 않을까요?”
정희가 객실청소원으로 일한 팔 년의 세월동안 보아왔던 무수히 많은 사건사고들의 경험치가 지금 저 문을 여는 게 보안팀이어야 함을 가르쳐주고 있었다. 주연은 그 말에 담긴 의미를 알아차렸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로 무전기를 들었다.
“보안팀장님 호출해주세요.”
--- p.52

아내가 해가 다 진 저녁에 얇은 카디건을 여미며 남긴 말은 그 말이 전부였다. 그때는 몰랐지만 아내의 다른 손에는 서연이의 중학교 교복이 들려 있었다. 아내는 아무렇지 않아 보였다. 오히려 오래 헤매다 답을 찾은 사람처럼, 조금 들떠 보였다. 그녀는 딸의 교복을 안고 망설이지 않고 뛰어내렸다.
--- p.73

거지 같은 그의 운명은 모든 것을 포기한 순간 최고의 능력을 돌려줌으로써 그를 기만했다. 포트를 여는 능력이 더 강력한 저주가 되어 심 경장에게 돌아오자 그는 어둠 속에서 짐승처럼 울부짖었다.
--- p.74

“내가 보기에 그건…… 칼이다. 아주 예리하고 위험한 칼. 어떤 사람은 공간을 이동하는 데 쓰겠지만 또 어떤 사람은 누군가를 베는 데 쓸 거고. 그 둘의 차이는 크지. 이해 가냐.”
“사람을…… 죽여요.”
“칼은 네 손에 쥐어져 있는데 스스로 조절하지는 못하니까 언젠가는 그렇게 되겠지. 그러니까 여긴 너든 네가 벤 사람이든 피를 흘린 날 와야 하는 곳인 거고.”
--- p.91

남자는 그 돈을 받아 주섬주섬 챙겨 넣으며 말했다.
“존나 성불할 새끼구나!”
“돈 주고 욕 듣긴 처음이네.”
“너처럼 착하게 살면 복은 몰라도 화는 면하고 산다.”
“경험담이에요?”
“내 복은 옛날 옛적에 칩이랑 바꿔먹었고 비루한 목숨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지, 뭐. 근데 너 그 손…….”
순간적으로 그를 노려보았다.
“같이 왔던 놈은 모르지? 네 손이 차 문을 뚫는 거. 내가 입 다문 건 네가 나 같은 막장 인생을 읍내까지 데려다주는 착한 놈인 걸 알아서다.”
--- p.103

성 사장은 칼자루를 쥐고 있으면서도 돈을 내밀었다. 김 사장은 그것이 거부할 수 없는 제안임을 알고 무거운 침묵에 잠겼다. 한참 후 그는 꽉 움켜쥐었던 주먹을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힘을 빼더니 그 주먹을 성 사장 앞으로 내밀었다. 잠시 후 그가 손바닥을 펼치자 중앙에 붉은 점 하나가 생겨나고 그 점을 중심으로 방사형으로 거미줄 같은 열선이 뻗어나가기 시작했다. 열선에서 더 미세한 모세혈관들이 생겨 온 손바닥이 붉게 물든 순간 그 위에 농구공 크기의 포트가 열렸다. 그와 동시에 네 사람 앞에 있는 탁자의 중앙에 또 다른 포트가 열렸다. 그가 포트 안에 손을 집어넣자 탁자의 뚫린 포트에서 그 손이 솟구쳤다.
--- p.110

“이런 능력 가진 게이트가 우리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 사람들 데려다가 밀수시키고, 사람 장기까지 떼서 파는 무시무시한 놈들이 있죠. 이 바닥도 둔재, 범재, 천재가 고루 있어서 보통은 한창때도 창문만 한 거 여는 게 최고지만 사람 드나드는 크기에 먼 곳의 포트를 열 수 있는 천재가 있어요. 그런 사람은 놈들도 눈에 불을 켜고 찾아내지. 잡으면 평생 목걸이 딱 채워서 진액을 쪽쪽 빨아먹거든.”
--- p.112

“넌 주로 언제 포트가 나타났냐?”
“……뭐, 주로 도망칠 때.”
“도망칠 때?”
박원장은 진을 뚫어지게 바라보며 말했다.
“포트가 문이라면 포트를 여는 열쇠는 감정이야. 문마다 열쇠가 다르듯이, 사람마다 제 포트를 여는 감정이 다 달라. 내가 보기에 네 열쇠는 두려움일 것 같다.”
--- p.118

“아니, 오늘 이놈 말고 며칠 전에 차에 있는데 차 가지러 온 어린놈 하나가 그런 짓을 하더라니까. 차 문이 잠겨 있는데 차에 구멍이 생기고 손이 쑥 들어왔다고!”
배준은 최 대리에게 고갯짓으로 구석을 가리켰다. 최 대리는 칩을 타가는 장수꾼의 수법이 나날이 무협 판타지물이 되고 있다는 사실에 암담함을 느꼈다. 정현섭은 최 대리가 내미는 사우나 티켓과 공짜 칩에 심히 갈등하고 있었다. 이걸 받거나 더 난장을 피우거나. 하지만 정현섭은 물주에게 다음 칩을 받을 일이 급했다.
--- p.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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