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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길로 돌아갈까?

먼길로 돌아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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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1년 09월 09일
쪽수, 무게, 크기 280쪽 | 338g | 133*200*15mm
ISBN13 9788954681834
ISBN10 895468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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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게일 콜드웰, 캐럴라인 냅 우정의 연대기] 퓰리처상 수상작가 게일 콜드웰과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 냅 두 작가가 나눈 우정과 애도의 연대기. 캐럴라인 냅이 세상을 떠나자 게일은 함께 한 7년의 시간을 기억하며 그녀를 애도한다. 함께 걷고 이야기하고 기쁨과 슬픔, 위로를 주고받으며 자라난 둘의 우정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는다. - 에세이 MD 김태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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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라인과 내가 새로운 영역으로 들어섰고, 우리 둘이 함께인 그곳에서는 모든 것에 의미가 있는 듯했다. “어떻게 하지.” 말을 하며 나는 반쯤 웃었지만 눈시울은 뜨거웠다. “왜 그래?” 걱정스럽게 묻는 그녀에게 나는 대답했다. “나는 자기가 필요해.”
--- p.51

내 삶은 엄격하지만 견고해 보였다. 프로이트가 잘 통합된 정신의 소유자에게 일과 사랑을 약속했다면, 나는 둘 다 현대적인 방식으로 성취하고 싶었다. 일은 나를 지탱해주었고, 사랑은 시련과 위로를 동시에 안기는 연애 대신 든든한 친구들에게서 얻었다. 밤이면 뼈가 좀 시큰거리긴 해도, 긴 여정의 현재 위치에서 바위에 올라 내려다보는 풍경은 꽤 근사했다.
--- p.61~62

우리 모두는 일차적 관계를 필요로 하며, 클레먼타인에 대한 애착이 그때 나에게─싱글여성, 아이는 원치 않음, 개를 좋아함─생겨난 것은 이 필요에 대한 하늘의 응답이었다. 이 신비롭고 영리한 동물을 나는 다른 무엇의 대신이 아니라 하나의 축복으로 내 인생에 맞아들였다.
--- p.65~66

캐럴라인과 나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를 밝은 바깥으로 나오도록 이끌었다. 서두르지 않고 상대방의 자율을 분명히 배려한 덕분에 우리는 주춤거리며 서로에게서 물러설 필요가 없었다.
--- p.130

이 모든 게 기억나는 것은 내가 이 모든 것을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위기의 순간에 나눈 대화는 마치 나무에 난 상흔처럼 윤이 난다. 지금은 내 기억을 떠올리며 깜짝 놀라지만, 그럴 일은 아닌 것 같다. 나는 캐럴라인의 목소리를 내 가슴에 새겨놓았으니까. 그 목소리, 그 억양과 음역과 타이밍이 완벽한 유머까지. 이것을 잃을 일은 없다.
--- p.197~198

그녀의 죽음을 마주하라. 애도의 궤적을 정의할 수 있다면 이 세 단어가 아닐까. 여기에는 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
--- p.234

다시는 캐럴라인 같은 친구를 만나지 못하리란 걸 알고 있었다. 나를 그토록 잘 아는 사람이 다시는 없을 것 같았다. 누구도 그녀를 대신할 수 없다는 사실은 달콤하고도 씁쓸한 의리였다. 이제 그녀 대신 내게 남은 것은 그녀의 죽음이었다.
--- p.238

옛날 나바호족 사람들은 러그를 짤 때 어울리지 않는 실을 한 가닥씩 넣고 그 도드라지는 색이 바깥 테두리로 이어지게 했다. 이 의도된 결함은 러그 안에 갇힌 에너지를 풀어주고 또다른 창조로 이어지도록 길을 낸다는 뜻에서 영혼의 줄이라 불렸으며, 이 줄의 유무로 진품을 가릴 수 있다.
인생에서 굳게 품을 가치가 있는 이야기에는 모두 이런 영혼의 줄이 있어야 한다.
--- p.2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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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친구의 죽음, 반려동물의 죽음은 고독한 애도를 경험하게 한다. 그 애도 안에는 자신의 상실을 타인들로부터 충분히 이해받을 수 없으리라는 체념과 외로운 마음이 깃들어 있다. 그런 마음에 관한 이야기를 나는 오래 기다려왔던 것 같다. 나는 이 책을 읽으며 내가 말할 수 없었던, 타인에게 이해받기를 포기했던 내 마음을 작가가 읽어주는 경험을 했다. 작가는 말한다. 그 존재가 떠나도 ‘그 사랑은 네 것이야.’ 가까운 이를 죽음으로 떠나보낸 사람들에게 이보다 더 뜨겁고 깊은 위로를 주는 책은 없을 것 같다.
- 최은영 (소설가)
에세이를 읽으며 우리는 작가와 일방적인 가상의 우정을 쌓는다. 『먼길로 돌아갈까?』의 경우 그 감정은 게일 콜드웰과 캐럴라인 냅, 두 사람 각각과 그들의 관계로까지 향하며 여러 갈래가 된다. 둘만의 유서 깊은 농담, 서로에게 가르쳐주는 운동, 중독과 회복의 경험, 반려견 중심의 삶과 산책이라는 의식…… 두 여성이 공유했던 일상의 밀도만큼 그것이 빠져나간 상실의 자리를 목격하는 일은 아프다. 우리 삶이라는 그림에 고유한 색을 입히는 물감의 성분에는 분명 그런 종류의 반짝이는 아픔들이 포함될 것이다.
좋은 친구를 가져본 사람, 꿈꾸는 사람, 잃어본 사람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
- 황선우 (작가, 인터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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