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나 카세트테이프를 사면, 꼭 가사지를 꺼내 읽었다. 거기엔 한껏 멋 부린 포즈의 가수 사진이 있었고, 고마운 사람에게 적어 보내는 편지가 있었으며, 앨범이 나오기까지 힘쓴 이들의 이름이 있었다. 내 가수와 함께한 사람들이 이들이구나, 살피며 그들과 내적 친밀감을 쌓곤 했다. 수많은 팬에게 작가 역시 그럴 것이다. 이 책은 꾸준히 활약한 한 작사가의 성장담이자, 1980년대생의 집단 추억팔이이자, K-POP 고인 물이 세상에 비추는 영롱한 물빛이다. 그 시절 범박한 이름의 ‘가요’가 지금의 ‘K-POP’이 되기까지, 숱한 존재가 가사지 위를 스쳤을 것이다. 그중에는 현재진행형 전설도 있고, 지금까지 영향을 미치는 위대한 옛 가수도 있고, 한때 반짝였다 사라진 이름도 있다. 명멸을 거듭한 소속사, 작곡가, 작사가, 편곡자, 엔지니어까지. 절정에 다다른 K-POP의 위상에, 가사지 속 이름들이 해낸 크고 작은 몫이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 가사지를 펼쳐 읽던 팬이 있다. 기억을 공유하고 멜로디로 하나 되던 우리가 있다. 조윤경의 글은 우리를 호명해 그때 그 노래를 듣게 하고, 우리가 보낸 한 시절을 아름답게 만든다. “너를 닮아가는 내 모습을 지켜 봐” 달라던 우리가, 서로 닮은 모습을 한 채 조윤경의 글을 읽는다. 이것이야말로, “천년이 지나도 변치 않을 사랑”이다.
- 서효인 (『아무튼, 인기가요』의 저자)
“아~ 한국 노래 왜 들어, 촌스럽게.” 저렇게 유세 떨던 시절이 있었다. 256메가바이트 MP3 안에 든 음악을 패션처럼 여기던. 또래와는 다르게 바다 건너 음악을 듣는다는 것에 우쭐대던. 그러나 채 두 달도 되지 않아 내 MP3는 금세 국산으로 가득 찼다. 소녀시대로 첫 팬질을 개시하고, 아이유와 결혼까지 생각한 건 비밀이다. 1세대 아이돌 소녀팬 출신인 작가와 94년생 허세 리스너인 나 사이엔 공통점이 있다. 좋아했던 노래들과 내 모습이 무척 닮았다는 것. 작사가의 프로다운 모습과 ‘찐팬’의 순수한 모습이 한데 담긴 이 책에서 작품으로서의 K-POP, 절친으로서의 K-POP 모두를 만날 수 있어 기뻤다. 그리고 새삼 깨달았다. 만약 내 삶에도 BGM이라는 게 있다면, 그건 결코 ‘힙’하고 ‘마니악’한 노래는 아닐 거라고. 번화가 휴대폰 매장 앞에서, 좋아했던 여자애 미니홈피에서, 목청껏 질러대던 노래방에서 밤낮없이 흘러나오던 익숙한 그때 그 노래일 거라고.
- 김정현 (매거진 『BGM』의 에디터)
BTS와 블랙핑크가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그룹으로 불리며 이제 K-POP은 글로벌 청년 문화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그 거대한 물결이 별안간에 찾아온 것은 아니다. 90년대 중반을 지나 세기말에 이르기까지 한국 대중음악은 아이돌 팝, R&B, 힙합 등 다양한 장르가 뒤섞이며 그 어느 때보다 흥미로운 신으로 변모했고, 그로부터 우리가 아는 K-POP의 모든 실마리가 제시되었다. K-POP 세대를 대표하는 가장 성공적인 작사가 조윤경이 돌아보는 그 시절 대중가요의 ‘주머니 속 역사’를 통해, 오늘의 K-POP은 새로운 맥락과 의미를 획득하게 되었다.
- 김영대 (음악평론가)
빨주노초파남보. 작가는 하나의 색으로 정의할 수 없는 오묘하고 작은 추억을 한데 모아, 가사라는 바늘로 한 코 한 코 정성스레 꿰어냈다. 가사 비책을 담아낸 그 어떤 글보다도, 내가 왜 가사를 쓰고 싶었는지에 대해 명확하게 답해주는 책.
- 박그린 (작사가, 아이린&슬기 〈Jelly〉 외 다수)
빠순이에서 덕후로, 카세트테이프에서 스마트폰으로. 세월이 흐르고 세대는 바뀌었지만 마음만은 이름도, 형태도 변하지 않는다. 누군가의 팬으로 살아본 적이 있다면 온 마음으로 공감할 이야기가 이 책에 가득하다. 쉬는 시간마다 좋아하는 OPPA 이야기로 수다 떨고, 6공 다이어리 꾸미고, 천 원씩 모아서 노래방에 가던. 작가 덕분에 그때 그 시절이 더욱 사랑스럽게 기억될 것 같다.
- 이이진 (작사가, 태연 〈품(Heart)〉, 백현 〈Underwater〉 외 다수)
노래는 시간을 불러오는 힘이 있다. 그리고 가사는 장면을 보여주는 힘이 있다. 읽는 내내 책 속의 활자들이 노랫말처럼 보이는 신비한 느낌을 받았다.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간 듯한 기분을 느끼며, 노래라는 매개체는 시간을 기록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K-POP의 역사적인 장면에 빠질 수 없다고 생각하는 리스너라면, 이 책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을 것.
- 정하리 (작사가, NCT DREAM 〈BEATBOX〉, 효연 〈SECOND (Feat. BIBI)〉 외 다수)
같은 노래를 듣고 자란 보람과 기쁨이 이런 걸까? 오래된 노래 제목으로 시작하는 페이지 몇 장을 넘기니 친구의 일기장이 펼쳐졌다. 추억 여행은 유쾌하기도, 뭉클하기도, 미처 생각지 못한 숙제를 각성시키기도 했다. 여전히 같은 노래를 듣고 있는 우리가, 훗날 어떤 이야기를 나눌지 기대된다.
- 김수빈 (작사가, 작사 팀 danke 1)
조윤경 작가와 나누는 이야기들은 늘 흥미롭다. 특히 일에서 벗어나 ‘노래’ 자체에 빠져들어 함께 키득거리는 시간은, 정말 소중하다. 그때마다 한껏 익살스러워지는 작가의 표정이 있는데, 마치 그 얼굴이 글자가 된 듯한 느낌이었다. 레코드숍에서 서성이다 나와 싸이월드를 꾸미고, 떡볶이를 나눠 먹던 날의 기분처럼, 아주 다정하고 그립고 맛있는 책이다.
- 박우현 (작사가, 작사 팀 danke 2)
조윤경 작가를 보며 늘 감탄한다. 데뷔한 지 20년이 지났는데도 그의 감은 왜 낡지 않을까? 그 감의 원천은 다름 아닌 ‘LOVE’였음을 깨닫는다. 열렬한 아이돌 신봉자였던 20세기 소녀가 손꼽는 창작자가 된 배경에는 OPPA를 향한 순도 높은 애정이 있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K-POP 위키백과이자, 그 시절 ‘팬질’을 엿볼 수 있는 유서 깊은 사료다. 읽다 보니 새삼 되새기게 된다. 관념적 ‘오빠’가 존재하는 한, 우리는 영원히 나이 들지 않는다는 사실을.
- 이희주 (작사가, 작사 팀 danke 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