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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마음동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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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9년 08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418g | 133*200*19mm
ISBN13 9788954657211
ISBN10 8954657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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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MD 한마디

차별과 폭력에 맞서는 연대의 목소리을 담은, 윤이형 신작 소설집. "다르다는 것, 잘 알지 못한다는 것 때문에 그들이 서로를 미워하고 영원히 등돌리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가의 어떤 시간들을 묶었다. 완전무결하지 않은 우리의 '작은 마음'들을 발견하게 되는 소중한 이야기들. - 소설MD 김도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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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우리는 공들여 고른 단어들로 허공에 우아하게 저글링을 하다가 관객 없는 무대에서 갑자기 뛰어내리는 피에로다. 나이를 먹듯 꾸준히 가난해지는 자기 언어의 잔고를 매일 지켜보는 회계사이고, 자신의 정직과 허세 양쪽으로부터 소장을 받고 힐난을 당하는 피고소인이다. (…) 우리는 바이링궐이다. 우리의 말들은 반쯤은 자신의 것이지만 반쯤은 우리를 괴롭히는 사람들의 것이다. 우리는 종종 싸우려다 싸울 대상을 변호하며 주저앉는다. 그러고 나서는 성나고 괴로운 마음이 되어, 자신을 때려 기어이 피를 내곤 한다. 아무리 싫어도 우리 입에선 자꾸만 ‘아줌마’라는 말이 흘러나온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비하하는 그 말이.
--- 「작은마음동호회」 중에서

승혜에게 미오는 평범한 연인 이상이었다. 너무 많은 세상을 미오를 통해 배웠고, 너무 많은 꿈을 미오를 보며 꾸었다. 그게 문제였다. 승혜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그런 이유로 사랑하는 일을 그만두기에는 두 사람이 힘을 합쳐 쌓아올린 슬프고 기쁘고 벅차고 험난했던 일상의 조각들이, 생생한 감정들이, 감각들이, 너무 많았다. 그 하나하나의 기억들이 천 개의 이파리처럼 승혜의 가슴속에서 파르르 흔들렸다.
--- 「승혜와 미오」 중에서

재윤이 커뮤니티 사람들의 긴밀한 연결망 속으로 떠나버리고, 엄마가 돌아가시고 나자 뒤늦게 혼자가 된 기분이었다. 혼자라는 게 늘 편했는데, 세상에 내가 단 한 명이고 나는 나로 완전하다고 생각할 때마다 언제나 자부심에 가까운 감정을 느껴왔는데. 이제는 매번 숨을 깊게 들이마셔야 했고, 늘 하던 일들이 새로 배워야 하는 일처럼 두려워졌다. 이렇게 늦게 어지러움을 느껴도 되는 것일까. 이렇게 일찍 낡아버려도 괜찮은 것일까.
--- 「마흔셋」 중에서

TV와 인터넷에서는 매일 엄청난 일들이 일어나고, 사람들이 죽어가고, 역사가 거꾸로 돌아간다는 원성이 드높았으나, 일회성 분노와 삶의 근본을 바꾸지 못하는 습관적 다짐을 반복하는 일을 제외하고 내가 그 사건들에 구체적으로 닿을 방법은 전혀 없었다. (…) 날마다 아이를 먹이고 입히고 재우며 삶은 감자처럼 작고 포슬포슬하고 따스한 일상을 신경질이나 짜증으로 더럽히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그 일만으로도 가끔은 이가 악물리고, 주먹이 꽉 쥐어졌다.
--- 「이웃의 선한 사람」 중에서

약속해, 어떤 가정법도 사용하지 않기로.
그때 무언가를 했더라면, 혹은 하지 않았더라면, 그런 말들로 우리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기로 해. 가정법은 감옥이야. 그걸로는 어디에도 닿을 수가 없어. 나는 현재를 살 거야. 과거의 형벌을, 잘못 내린 선택의 총합을 살지 않을 거야. 기억이라는 보석 속에 갇혀서 빛나는 과거의 잔여물을 되새김질만 하지도 않을 거야. 오직 한 번뿐인 현재를 살 거야. 지금을.
--- 「님프들」 중에서

이 자세가 나의 본질과 무슨 상관일까? 나는 몇 번인가 울 수밖에 없었다. 직업도 사회적 지위도 있는 쉰 살의 내가 단지 매일같이 그 요가 자세를 취하기 위해서만 살아남아 세상에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져서였다. 나를 죽일 수도 있는 강력한 존재들이 조금도 위대하거나 숭고하지 않으며 실은 너무도 저차원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깨달아서였다. 또한 살기 위해서는 건축학자로서의 나를 축소하고 머리를 수그린 개로서의 나를 강하게 어필해야 한다는 사실을 직감적으로 깨달아서이기도 했다.
--- 「이것이 우리의 사랑이란다」 중에서

동굴은 우리 열여섯이 생활하기에는 넓었다. 하지만 어두웠고, 가끔은 갑갑했다. 몸속에 새로 돋아난 장기처럼 낯설게 펄떡이는 감정이 찾아올 때가 있었다. 그것은 우리 목구멍에 걸려 쿵쿵 뛰다가 입으로 튀어나오려 했다. 왜 저 무한한 햇빛을, 끝없이 넓은 들판을, 새빨간 하늘을, 숲에 숨어 톡톡거리고 살그락거리는 이야기들을, 원래 우리 것이었던 이 모두를, 포기해야 해? 왜 그들이 아니라 우리가 물러나야 해?
--- 「역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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