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0년 06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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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336g | 127*210*20mm |
ISBN13 | 9788974830304 |
ISBN10 | 8974830302 |
발행일 | 2020년 06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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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0쪽 | 336g | 127*210*20mm |
ISBN13 | 9788974830304 |
ISBN10 | 8974830302 |
서문 두 번째 서문 1. 여자, 내 생을 담은 한 잔 물이 잠시 흔들렸을 뿐이다 지금은 간신히 아무도 그립지 않을 무렵 _장석남의 시 [옛 노트에서] 쓰면 뱉고 달면 삼키는 거지 _함성호의 시 [낙화유수] 그대라는 대륙 _박정대의 시 [사랑과 열병의 화학적 근원] 모든 사랑은 남는 장사다 _이선영의 시 [사랑하는 두 사람] 사랑은 그렇게 왔다…… 갔다 _채호기의 시 [사랑은]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_메리 올리버의 시 [기러기] 그와 말하는 법을 잊어버렸다 _김광규의 시 [조개의 깊이] 이곳의 혼돈이 좋아요 _김선우의 시 [뻘에 울다] 내 생을 담은 한 잔 물이 잠시 흔들렸을 뿐이다 _정일근의 시 [그 후] 나는 오해될 것이다 _이장욱의 시 [오해] 오래 고통받는 사람은 알 것이다 _이성복의 시 [오래 고통받는 사람은] 살림만 미워했다 _이재무의 시 [걸레질] 꽃보다 집요한 냄새를 피우기까지 _김중식의 시 [모과] 생의 시기마다 필요한 옷이 있다 _신해욱의 시 [끝나지 않는 것에 대한 생각] 그림을 걸지 않는 미술관처럼 _김이듬의 시 [겨울휴관] 양껏 오래 살고 싶다 _심보선의 시 [슬픔이 없는 십오 초] 셀프 구원 2. 엄마, 내가 반 웃고 당신이 반 웃고 엄마와 수박 _강형철의 시 [사랑을 위한 각서8 - 파김치] 때로 엄마로 산다는 건 _백석의 시 [바다]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_최금진의 시 [아파트가 운다] 내가 아프면 당신도 앓으셨던 엄마 _김경주의 시 [주저흔] 밥을 먹고 하늘을 보고 _허수경의 시 [시] 나이 든 남자가 혼자 밥 먹을 때 _황지우의 시 [거룩한 식사] 나의 쓸모없음을 사랑한다 _유하의 시 [달의 몰락] 눈물 속으로 들어가 봐 _김정란의 시 [눈물의 방] 꽃수레가 요란하다 _장석남의 시 [그리운 시냇가] 꽃수레의 명언노트 _김종삼의 시 [북치는 소년] 앵두와 물고기 _이오덕의 시 [앵두] 중학생 아들의 첫 시험 늦게 피는 꽃도 있다 _나희덕의 시 [물소리를 듣다] 아들에게 읽어 주고픈 글 _루쉰의 산문 [아이들에게] 구닥다리 모성관의 소유자 _김기택의 시 [태아의 잠 1] 다정함의 세계 _김행숙의 시 [다정함의 세계] 3. 작가, 사는 일은 가끔 외롭고 자주 괴롭고 문득 그립다 나쁜 짓이라도 하는 게 낫다 _최승자의 시 [이제 가야만 한다] 꽃 시절은 짧고 삶은 예상보다 오래다 _두보의 한시 [곡강이수] 세상에서 가장 질투하는 것, 당신의 첫 _김혜순의 시 [첫] 거대한 눈알나무 아가씨 _김민정의 시 [나는야 폴짝] 나는 푸른색 거짓말을 곧잘 한다 _허연의 시 [나쁜 소년이 서 있다]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_함민복의 시 [긍정적인 밥] 세상에는 무수한 아픔이 있다 _기형도의 시 [기억할 만한 지나침] 나의 가슴은 이유 없이 풍성하다 _김수영의 시 [그 방을 생각하며] 나는 가끔 도시에서 길을 잃는다 _김사인의 시 [바짝 붙어서다] 신앙촌 스타킹 _보들레르의 시 [시체] 사는 일은 가끔 외롭고 자주 괴롭고 문득 그립다 _권혁웅의 시 [내게는 느티나무가 있다2 ] 자신을 너무 오래 들여다보지 말 것 _최영미의 시 [행복론] 제 몸에서 스스로 추수하는 사십 대 _고정희의 시 [사십대] 그가 누웠던 자리에 누워 본다 _윤동주의 시 [병원] 나는 나를 맡기고 산다 _고운기의 시 [익숙해진다는 것] 아름다운 언어에 익사당하고 싶다 _김언의 시 [문학의 열네 가지 즐거움] 결을 맞추는 시간 _문태준의 시집 『가재미』 뒤표지 글 초판 추천사 출처 목록 |
<올드걸의 시집>은 글 쓰는 사람 은유의 산문집이다. <올드걸의 시집>은 절판되었다가 5년 만에 다시 독자들을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이 다시 독자와 만날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이 책을 구매했던 독자들의 뜨거운 애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기 전 저자가 말한 올드걸의 정의를 분명히 해야 할 듯하다. “올드걸은 하나의 존재 방식이다. 눈가의 물기와 사유의 탄력을 잃지 않고, 돈이나 권력, 자식을 삶의 주된 동기로 삼지 않으며 늘 느끼고 회의하고 배우는 ‘감수성 주체’다.” 책을 읽기 전, 책날개에 적혀 있는 올드걸의 정의를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올드걸의 시집>은 저자가 쓴 산문 한 편과 시 한 편이 교차로 실려 있다. 산문의 내용과 시의 내용이 어찌나 잘 맞아떨어지던지 어떤 시는 몇 번이나 반복해서 읽었다. 책은 ‘여자, 엄마, 작가’로 나누어져 있다. 한 여자이자, 엄마, 작가라는 신분으로 살아가는 저자의 삶이 그대로 읽혔다.
삶이 무난하고 순탄할 때 우리는 별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삶에 잠시 브레이크가 걸릴 때, 비로소 우리는 자신의 ‘삶’을 회의하고 돌아보게 된다. 평상시에도 늘 깨어있다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삶의 행복과 관계없이 끊임없이 삶을 회의하고 배우려는 자세는 어떤 삶의 양태에서든 침몰하지 않겠다는 결연함이 아닐까.
한 남자의 아내이자, 두 아이의 엄마이자,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며느리, 그리고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 살아가는 일은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아무 생각도 못하고 수없이 닥치는 일들을 처리하다 지치기 일쑤다. 그런 상황에서도 시집과 끈질긴 사유, 글 쓰는 일을 놓지 않고 살아가는 삶이란 감히 위대하다고 말해도 좋을 듯하다.
책을 절반쯤 읽다가 기어이 눈물이 터졌다. ‘여자’라면, 특히 ‘기혼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어쩌면 살아가는 내내 때때로) 느꼈을 법한 그런 절절함과 차마 말로 표현해내지 못했던 감정들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걸 읽고 어떻게 눈물 흘리지 않을 수 있을까. 눈물을 닦다가 그런 감정들을 글로 정확하게 표현해 낼 수 있는 작가가 부럽기도 했다.
예전보다 세상이 좋아졌다지만, 여자로 살아가는 것은 여전히 버거운 일이다. 좋은 아내, 좋은 엄마, 좋은 딸, 좋은 며느리, 좋은 동료와 같이 수없이 주어지는 역할과 책임은 여전히 무겁고, 그 모든 것을 다 잘 해내며 자신의 정체성을 지켜가기란 또 쉬운 일이 아니다. ‘나’를 먼저 떠올리는 순간, 나쁜 엄마, 나쁜 아내, 나쁜 딸, 나쁜 며느리가 되는 것 같아서이다.
우리를 병들게 하는 것은 어떤 큰 사건이 아니다.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지리멸렬한 삶이, 딱히 이유를 찾을 수 없지만 문득 떠오르는 작은 찝찝한 감정들이 긴 시간을 두고 우리를 병들게 한다. 그런 이유로 이미 병이 든 다음에는 그 원인을 찾기조차 힘이 든다. 그래서 우리는 “늘 느끼고, 회의하고 배우는 감수성 주체”를 놓지 말아야 한다.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표현해 내지 못할 때, 자신의 언어를 잃어버릴 때, 우리 자신도 사라지게 될지 모른다. 우리 ‘자신’이 사라지고 나면 그 자리에 남는 것은 역할만 남은 껍데기인 나 자신일 것이다. 스스로를 부단히 놓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 책을 꼭 읽어야 한다.
온전한 ‘나’를 잃지 않고 싶은 기혼여성이라면 이 책을 꼭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어쩌면 미혼여성들은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같은 여성이라고 해서 반드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곧 닥쳐올 삶이니 미리 한 번 읽어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올드걸의시집 #서해문집 #은유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에 가장 고통없이 글을 쓴다는 말에 동의한다. 나만해도 심신이 고통받았던 지난 1년동안 읽고 쓴 글들이 지금의 글들과 사뭇 다르므로 그렇다. 고통스러웠고 불행했다. 장마철의 폭우처럼 미친듯이 쏟아지고 범람한 위로의 에세이들을 읽으며 한 톨도 위로받지 못했고 점점 입을 닫았고 주눅 들었다. 고통에서 벗어나기위해 고통스러운 책들을 읽었고 그 안에서 나름 행복하게 지냈다. 불행과 행복이 어울리진 않지만 공존할 수 있다는 것도 배웠다. 지금은 불행했던 시기를 지났지만 또 다른 고통이 찾아왔고 그런 내게 선물같이 등장한 이 책은 ‘이젠 시를 만날 때’라한다.
‘ㅇㅇ걸’이라는 지칭도 싫은데 올드까지 붙었다. 말 다했지? 게다가 나는 시를 읽지도 않는다. 제목 탓에 거리가 멀거라 예상했으나 작가 이름이 은유다. 거부할 수 없다. 내가 좋아하는 감수성을 지닌 어른이다. 가까이 하고 싶고 바라보고 싶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인 그가 산문집을 냈다. 글쓰는 일을 하지만 40대이고, 결혼을 했고, 아이가 둘이나 있는 그가 이토록 가깝게 느껴지는 이유는 그의 말대로 ‘시시때때로 아름다운 언어에 익사당하고 싶은 문자 중독자, 사람 만나 이야기하고 그 소소한 행복을 글로 쓰길 좋아하는 데이트 생활자’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성이라. 책을 다 읽고 덮었을 때, 이미 나는 본가에 있는 엄마에게 책을 선물로 보냈고 수 많은 사진으로 인스타 스토리를 도배했으며 옮겨적은 문장에 밑줄까지 그었다. 그렇다할 기승전결도 없는 산문집인데 이렇게 마음이 떨린다. 나는 지금 너무너무 행복하다.
은유 작가는 주로 에세이를 쓴다. 요즘 나오는 에세이란 '어떤 류'라고 몇 가지로 퉁칠 수 있을 만큼 비슷한 소재에 비슷한 감상이다. 그런데 종종 들여다보게 되는 에세이가 있다. 은유와 이슬아의 글이다. 은유 작가는 나보다 나이가 많아서인지 먼저 살아간 이로써 말하는 것 같아 믿음이 간다. 시종일관 대화하는 듯한 문장 하나하나마다 감정을 급하게 보여주지 않고, 주장하지 않고 조곤조곤 할 말을 이어간다.
특히 이 에세이에서 자꾸만 미소를 짓게 된 부분은 작가의 딸, 꽃수레가 등장할 때이다. 작가의 말투처럼 자기만의 언어로 예쁘게 말하는 아이를 상상하니 흐뭇했다. 은유 작가는 작가 - 독자가 아니라 사람 - 사람으로도 말을 건넬 수 있을 것 같은 편안함이 느껴지는 작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