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메뉴
주요메뉴


소득공제
파트너샵보기 공유하기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 리마스터판 ]
하성란 | 창비 | 2021년 02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9.7 리뷰 3건 | 판매지수 2,604
정가
14,000
판매가
12,600 (10% 할인)
YES포인트
구매 시 참고사항
  • 퍼블리셔스 위클리 선정 2020 Best Books TOP 10
소중한 당신에게 5월의 선물 - 산리오 3단 우산/디즈니 우산 파우치/간식 접시 머그/하트 이중 머그컵
MD의 구매리스트
작은 출판사 응원 프로젝트 <중쇄를 찍게 하자!>
5월 전사
5월 쇼핑혜택
1 2 3 4 5

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21년 0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396쪽 | 408g | 128*188*30mm
ISBN13 9788936438364
ISBN10 893643836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엄청난 죄책감, 희망 그리고 고통을 전달한다”
미국 『퍼블리셔스 위클리』 2020 최고의 책 TOP 10 선정!

우리 시대의 불행과 고통을 간파하는 직관
다시 읽어도 탁월한, ‘하성란’ 소설의 정수를 담은 단편들

*창비에서는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소설 중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작품들을 엄선해 새로이 단장한 ‘리마스터판’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학의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잡은 작품들이 오늘의 젊은 독자들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시대의 불행과 고통을 간파하는 직관을 타고난 소설가 하성란의 세번째 소설집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가 리마스터판으로 돌아왔다. “이 뛰어난 단편집은 엄청난 죄책감, 희망 그리고 고통을 전달하며 어둡고 이상하면서도 응집력 있는 이야기들이 작가의 탁월함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을 받으며 2020년 한국 작품으로는 두번째로 미국 『퍼블리셔스 위클리』 최고의 책 TOP 10에 선정되면서 출간 이후 18년 만에 다시금 크게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작품집에는 프랑스 전래동화 『블루비어드』(Bluebeard, 푸른수염)를 재해석해 설화 속 비밀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 넣은 표제작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를 비롯해 “1999년 6월의 씨랜드 화재참사를 날카로운 사실주의적 필치와 빼어난 테크닉으로 극화한 수작”(한기욱, 해설) 「별 모양의 얼룩」, 경관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파리」, 집단 성폭행으로 인한 피해자의 죽음과 가해자들의 잔혹함을 냉소적으로 그린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 ‘하성란’ 소설의 정수를 담은 11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작가는 리마스터판을 다시금 매만지면서 “지금은 쓰기 꺼려지는 단어와 상황들로 그 시절을 돌이켜”보며 ‘시간의 힘’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변화에 안도했고 여전히 야만의 상태로 머물러 요지부동인 것들에 절망스러웠”(‘새로 쓴 작가의 말’)지만 당시 소설을 쓰던 순정하고 절실한 마음이 여전히 유효함을 되새기며 다시 이 책을 펼쳐 드는 독자들에게 진심 어린 안부를 전한다. 초판 출간 이후 이십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어도 이 책에 담긴 소설들은 하성란 특유의 적확한 언어와 탄탄한 소설적 구성으로 여전히 탁월하게 읽히기도 하거니와, 여전히 한국사회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우리 시대의 아픈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별 모양의 얼룩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파리
밤의 밀렵
오, 아버지
기쁘다 구주 오셨네
와이셔츠
저 푸른 초원 위에
고요한 밤
새끼손가락
개망초

해설 | 한기욱
작가의 말
추천사
새로 쓴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뒤에서 남편이 다람쥐를 쫓을 때처럼 가볍게 클랙슨을 울려댔다. 하지만 여자는 숲으로 도망치지 않았다. 조금씩 조금씩 발을 떼어놓았다. 누가 뭐라든 여자는 그 아이가 자신의 아이였다고 믿고 싶었다. 일년이 넘도록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건 아이의 좁은 보폭 때문이라고 믿고 싶었다. 아이가 그 걸음으로 돌아오려면 아직도 수많은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다. 누가 뭐라든, 그렇게 믿고 싶었다.
---「별 모양의 얼룩」중에서

제이슨이 숨을 몰아쉬면서 잠시 방심한 사이 나는 있는 힘을 다해 상체를 일으키면서 면도칼을 휘둘렀다. 제이슨이 턱을 움켜쥐면서 물러났다. 무작정 일어나 현관 밖으로 뛰었다. 두 다리가 썰어놓은 낙지처럼 제각각 다르게 움직였다. 살아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칼로 운전석에 앉아 있던 챙을 위협했다. 소심한 챙은 쉽게 물러났다. 운전석에 앉아 차 문을 걸어잠갔다. 핸들을 쥐고 힘껏 액셀을 밟았다. 제이슨의 노란 스포츠카가 힘찬 발진음을 내며 울타리 쪽으로 튀어나갔다. 내가 정성껏 가꾼 꽃들이 자동차 바퀴에 짓밟히는 것이 속상했다.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중에서

은옥의 발치 아래로 아파트들의 옥상 쇠난간이 겹겹이 펼쳐져 있었다. 남편은 짬을 내지 못해 바다나 산으로 나가지 못하는 은옥에게 불만이 많았다. 발가락에서 대롱대던 슬리퍼를 벗어 던지고 시멘트 바닥에 맨발을 댔다. 시멘트 바닥은 깔깔했고 미지근했다. 옥상의 난간들이 겹파도처럼 천천히 밀려와 은옥의 발을 적셨다. 어디선가 쏴아, 하는 파도 소리가 났다. 물미역 비린내가 났다. 소금기 있는 바람이 머리카락을 마구 엉클어뜨렸다. 은옥은 어느새 은빛 모래가 펼쳐진 바닷가의 망루에 올라앉아 있었다. 은옥은 오른손을 들어 양 눈썹에 바싹 들이대었다. 먼 바다가 불쑥 다가오는 듯했다. 은옥은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돌리면서 혹시 바다에 빠진 조난자는 없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와이셔츠」중에서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적확한 언어와 탄탄한 소설적 구성
여전히 마주하게 되는 한국사회의 아픈 진실


「별 모양의 얼룩」은 유치원에서 떠난 여름캠프에서 난 화재 사고로 여섯살 딸을 잃은 ‘여자’가 겪는 상실의 시간을 그린다. 희생자 유가족들은 일주기에 모여 사고가 난 야영장으로 향하고, 그들은 근처 가게의 주인에게서 옷에 ‘별 모양의 브로치’를 단 아이가 사고 시간 가게 앞을 지났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여자는 어쩌면 자신의 아이가 살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을 품게 된다. “졸지에 자식을 잃은 여자의 내면심리뿐 아니라 평범한 도시 사람들이 겪는 일상의 비애를 별도의 해명이나 수사 없이 효과적으로 표현한다”(한기욱, 해설)는 평을 받은 이 작품은 우리 사회가 참극을 겪을 때마다 회자되는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의 ‘나’는 턱에 푸르스름한 면도 자국이 남아 있는 남자와 비행기에서 만나 삼개월 만에 결혼을 하고 뉴질랜드로 이민을 가게 된다. 열두자짜리 오동나루 장롱을 집 안에 들여놓으며 나는 대대손손 이어지는 평범하고 다복한 결혼생활을 꿈꾸지만, 남편 제이슨은 나보다는 친구인 챙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며 자신의 방에 절대 들어오지 말라고 나에게 당부한다. 「파리」는 서울에서 시골로 쫓겨온 경찰이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부락 사람들과 불화하여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보여준다. 답답한 시골 생활을 하던 사내는 우체국에 다니는 한 여자에게 호감을 보이고 그녀의 방에 숨어들지만, 다음 날 아침 그녀는 다른 사람으로 밝혀지고 사내는 마을 사람들의 농간에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해간다.

「밤의 밀렵」은 보험사 직원이 전임자의 말을 곱씹으며 숨진 박기철의 사인을 밝히는 과정을 생동감 넘치게 묘사한다. ‘노루’라고 불리던 박기철이 살던 산속 마을은 ‘초식동물’을 닮은 사람들이 사는 집성촌으로 사냥철 장사와 송이 캐는 일로 생계를 이어간다. 산속을 그야말로 노루처럼 누비던 박기철의 죽음이 의아한 직원은 어느 깊은 밤 박기철이 걷던 숲길을 걷게 되고 섬뜩한 진실을 맞닥뜨리게 된다. 「오, 아버지」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 하나님’을 만나러 교회에 열심히 다니던 일곱살 기억부터, 한곳에 머무르지 못하고 지방을 떠돌며 한량처럼 지내던 ‘진짜 아버지’와 보낸 유년 시절을 그린 자전소설이다. 교회에서 만난 ‘미음’과 여름성경학교에서 경쟁하고, 부친과의 외출에서 만난 ‘진이’와 노래로 대결하는 ‘총명한 딸’의 모습이 야무지다.

「기쁘다 구주 오셨네」의 ‘나’는 약혼자에 대해 속속들이 다 알고 있다고 자부했지만 결혼을 앞둔 약혼자의 생일날 그의 십사년 지기인 세 친구를 처음으로 만난다. 자취방의 술자리가 무르익고 술에 취하면서 여자는 잠이 들고, 잠결에 그들이 나누던 학창시절의 비밀을 듣게 된다. 여자는 그날 밤 어둠 속에서 약혼자의 아이를 갖게 되지만 소식을 들은 약혼자는 그 아이는 자신의 아이가 아니라고 부인한다. 「와이셔츠」는 칠개월간의 백수생활 끝에 집을 나간 남편에게서 해방감을 느끼던 은옥이 남편의 빈자리를 체감하게 되는 순간들을 담아낸다. 아파트 아이들 사이에서 ‘연 아저씨’로 불리며 연이 하늘로 날 수 있게 도와주던 남편이 부재하는 동안, 은옥은 하늘로 날지 못하고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던 연처럼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린 학생의 죽음을 목격하게 된다.

「저 푸른 초원 위에」는 오랫동안 꿈꿔온 ‘마당이 있는 집’에 살게 된 부부가 마당에서 키우던 개를 도둑맞은 뒤, 잃어버린 개를 찾기 위해 집요하고도 필사적으로 노력하는 모습을 그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개를 찾는 동안 정작 그들의 아이는 돌볼 수 없어 다리가 불편한 아이를 방 안에 가둬두고 다니는데, 어느날 돌아와보니 아이가 사라져 있다. 「고요한 밤」은 아파트의 층간소음 문제를 다룬다. 목수가 되고자 은행을 그만둔 남편을 대신해 생계에 대한 부담을 떠맡은 아내는 목수 일은 연마하지 않고 위층의 소음 문제에만 예민하게 구는 남편이 못마땅하다. 그러다 아파트를 뛰어다니던 위층의 아이들이 다리를 다치고 급기야는 실종되면서 아내는 남편이 의심스럽게 느껴지고, 남편이 위층 남자에게 편지까지 보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새끼손가락」에서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나’는 한밤중에 범상치 않은 택시를 타게 된다. 택시를 훔쳤다고 말하는 특이한 태도의 기사에게서 불안감을 느끼던 ‘나’는 음주운전으로 차선을 넘나드는 차를 보고 택시 기사와 갑자기 의기투합하여 쫓아가게 되고, 긴박하게 운전을 하는 중에도 미동도 하지 않는 택시 기사의 새끼손가락의 비밀이 밝혀진다.

「개망초」는 교통사고를 당한 뒤 강물에 버려진 고등학생의 목소리로 이야기를 끌어간다. 친구를 만나러 나왔다가 사고를 당한 아이는 강물 속에 잠기게 되고, 같이 낚시를 다녔지만 사고로 양손을 잃은 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를 대신해 시장에서 통닭집을 하며 생계를 꾸려가는 어머니를 떠올린다. 실제 신문의 기사에서 시작되었다는 이 소설은 “소설집에서 가장 오래된 소설이”지만, 시간이 흘러 “모든 것이 낡고 공허한 목소리가 되었다고 할지라도, 이름을 부르듯 소녀에게로 향했던 그 마음만큼은 온전히 내 것이었다”(‘새로 쓴 작가의 말’)고 작가는 회고하며, 이번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리마스터판 작업으로 ‘그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전한다.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에는 재난과 사고, 죽음과 관련된 작품들이 유독 많고, 작중인물들은 그 경험들을 일상 안에서 극복하기 위해 분투한다. 그리고 작가 하성란은 「와이셔츠」의 은옥이 “고개를 천천히 좌우로 돌리면서 혹시 바다에 빠진 조난자는 없는지 주의 깊게 살펴보”(235면)듯이 섬세하고 애정 어린 눈길로 삶의 위기에 빠진 인물들을 건져내 다독여주고 위로한다. 우리 사회가 기억해야 하는 어느 장면, 잊지 말아야 하는 어떤 감정을 계속해서 상기시키는 이 책을 다시금 소중히 읽어야 하는 이유이다.

새로 쓴 작가의 말

다른 작가들은 어땠는지 물어본 적은 없지만, 그동안 나는 책으로 묶인 내 소설들에 대해 절교를 선언하고 돌아서는 사람처럼 매정하리만치 뒤돌아보지 않았다.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라는 체념이 반, 당장 써야 할 소설들에 대한 조급함이 반이었다. 십구년 만에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에 실린 소설들을 찬찬히 읽으면서 다시 생각하게 된 건 시간의 힘이다. 그 시간을 관통해온 나는 오래전 내 소설이 낡았다고 말할 수 있어 다행이다. 그 소설들에 대해 내가 쓴 것 같지 않다라고 말할 수 있게 되어 안도감을 느낀다. 서른살 초반의 나는 그렇게 이해하고 안간힘을 다해 글로 옮겼을 것이다. 순전히 독자의 입장이 되니 착오는 물론 아쉬움들이 속속 눈에 띈다. 지금은 쓰기 꺼려지는 단어와 상황들로 그 시절을 돌이켜볼 수도 있었다. 변화에 안도했고 여전히 야만의 상태로 머물러 요지부동인 것들에 절망스러웠다.

단편 「개망초」는 소설집 맨 끝에 실려 있다. 1998년 무크지 형식의 단행본에 첫 발표를 했으니 소설집에서 가장 오래된 소설이다. 강을 떠내려가는 소녀의 독백을 따라 읽는 동안, 까맣게 잊고 있던 것이 떠올랐다. 그 당시에도 신문에서 오린 그 기사는 낡아 있었다. 소녀에게서는 신원을 확인할 만한 그 어떤 것도 발견되지 않았다. 등신대 모양으로 펼쳐놓은 재킷과 티셔츠, 그리고 반바지와 운동화. 결국 경찰은 소녀가 입고 있던 옷가지들을 공개하기에 이르렀다. 나는 신문에서 그 사진을 오려 노트에 붙여놓고 소녀의 신원이 밝혀졌다는 후속 기사를 기다리며 틈틈이 그 사진을 들여다보았다. 기다리던 소식은 들리지 않았고 어느날 문득 나는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그 마음, 죽은 소녀와 그 소녀로 향한 마음, 그 마음만큼은 내 것이었다. 그로부터 이십여년의 시간이 흘렀다. 시간은 모든 것을 낡게 하고 부서뜨리지만, 애욕도 집착도 무르게 하지만, 무엇보다 되돌릴 수 없다는 진실로 매순간 절망하게 하지만, 그때 그 마음만큼은, 모든 것이 낡고 공허한 목소리가 되었다고 할지라도, 이름을 부르듯 소녀에게로 향했던 그 마음만큼은 온전히 내 것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 혹시라도 오래전 이 책을 읽은 독자가 다시 이 책을 펼쳐보게 될까. 만약 그렇다면 그동안 잘 지내셨냐는 안부를 전한다.

2021년 2월
하성란

추천평 추천평 보이기/감추기

하성란의 소설이 가끔 환상적으로 보이는 것은 우리 보통 사람들의 삶과 희망이 얼마나 허양하고 위험한 토대 위에 얹혀 있는지를 재빠르게 알아채는 그 직관 때문이다. 덤덤한 일상사로 시작된 이야기가 숨 돌릴 사이도 없이 비극의 구렁텅이로 몰락한다. 꼼꼼한 묘사보다 적확한 표현에 의지하여 빠르게 달려가는 문장이 일상에서 시작하여 비극에 닿는 길을 한달음에 돌파한다. 그 거리는 매우 짧아 읽는 사람은 나쁜 꿈을 꾸는 것만 같다. 그것은 꿈이 아니라, 삶의 도처에 잠복해 있는 그 위험한 지뢰의 어느 하나라도 건드리면 누구나 맞이하게 될 필연적 운명이다. 하성란은 늙은 하사관처럼 삶의 이 지뢰밭을 투시할 줄 안다.
- 황현산 (문학평론가)

작가란 사고가 자유로워서 세대차 같은 건 없다고 단언하곤 하지만, 언젠가 신문에서 총에 관한 인터넷 사이트를 소개한 하성란의 글을 읽으며 그것을 인정하게 되었다. 나도 권총을 갖고 싶어한 적은 있지만 쇼핑몰에 들어서듯 “진짜 아름다운 총들을 보고 싶다면 이곳으로 가보기 바란다”라고 말할 생각은 못했으니까. 큰 눈을 선량하게 깜박이며 기발한 말을 곧잘 하여 선배들에게 사랑받는 하성란인데 소설 속에선 그의 나이를 가늠할 수 없다. 사람마다 간직하고 있을 상처와 같은 ‘별 모양의 얼룩’을 유태인 가슴에 달린 별이 연상될 만큼 능숙하게 그려내고 있다. 죄 없이도 파괴되는 우리 인생, 그 희생자이며 또한 공모자인 인간을 성가신 불청객 ‘파리’로 그려내는 저 솜씨라니.
- 강석경 (소설가)

회원리뷰 (3건) 리뷰 총점9.7

혜택 및 유의사항?
구매 포토리뷰 소설의 맛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로얄 i****a | 2022.05.02 | 추천0 | 댓글0 리뷰제목
2002년에 출간되었던 소설집이 2021년에 다시 리마스터판으로 나왔다. 19년간 잊혀지지 않았던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다. 하성란 작가가 1998년~2002년 사이에 발표했던 열한 개의 소설이 담겨있다. 소설들이 발표되던 그 시절의 나를 떠올려보게 된다. 철없고 쓰레기 같았던 내가 살던 시간이다. 그때 죽지 않아서 지금도 살아있다. 19년 만에 다시 출간되었다는 사실보다는 《푸른수염》;
리뷰제목
2002년에 출간되었던 소설집이 2021년에 다시 리마스터판으로 나왔다. 19년간 잊혀지지 않았던 이유가 궁금하기도 했다. 하성란 작가가 1998년~2002년 사이에 발표했던 열한 개의 소설이 담겨있다. 소설들이 발표되던 그 시절의 나를 떠올려보게 된다. 철없고 쓰레기 같았던 내가 살던 시간이다. 그때 죽지 않아서 지금도 살아있다.

19년 만에 다시 출간되었다는 사실보다는 《푸른수염》이라는 잔혹동화의 여파에 대한 호기심이 이 책을 구입하게 한 직접적인 동기였다. 《푸른수염》은 설화로 내려오던 인물을 바탕으로?1967년 프랑스 작가 샤를 페로가 동화로 만든 이야기이다.?수상한 귀족 남자와 결혼한 주인공 여자는 남편이 절대 열지 말라고 당부한 방의 문을 열어보고 기겁을 한다. 이전에 남자와 결혼했던 여섯 여인의 시체가 그 안에 매달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 여인들 역시 이 여자처럼 그 방을 목격했기 때문에 살해됐지만 일곱 번째 여자는 운 좋게도 오빠들의 도움을 받아 오히려 남자를 죽여버린다. 그리고 남자의 돈을 상속받아 다른 남자를 만나 행복하게 살았다는 이야기.?동화로 완성되기 전까지의 설화에는 남자의 비밀을 알려고 하는 여자들의 어리석은 호기심을 탓하는 양상이었다는데 샤를 페로가 적당한 응징을 섞어서 해피엔드로 마무리해준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열어보지 말라는 방을 열어서 죽게 된 여자들 중 첫번째 여자는 도대체 무엇을 봤기에 죽어야 했을까. 이 의문점이 많은 예술가들의 영감을 자극한 모양이다. 하성란 작가도 바로 이 부분을 건드린다.

하성란 작가의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는 연쇄적으로 발생될 수 있는 비극의 첫번째 희생자를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원작 동화에서는 살인을 저지른 남자의 최초 비밀을 드러내 주지 않지만 하성란의 소설에서는 남자가 여자를 죽이려고까지 했던 비밀이 무엇인지 드러내 준다. 여자는 결국 죽게 될까? 아니면 남자가 죽게 될까? 읽은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결말을 굳이 발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이 소설을 읽고 연이어서 2014년에 출간된 벨기에 작가 아멜리 노통브의 현대판 <푸른수염>을 이북으로 읽어 보았다. 여기에는 또 새로운 비밀과 여자가 등장하고 두 남녀가 식탁에서 나누는 대화가 이야기의 결말과 무관하게 매우 매력적이다. 여자는 결국 죽게 될까? 아니면 남자가 죽게 될까? 이것 역시 굳이 발설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결말이 맘에 들었다는 말은 남겨도 될 거 같다. 구전으로 떠돌던 이야기 하나가 여러 세기를 거쳐 이렇게 다른 형태로 파생되어 내 앞에 도착했다는 사실이 경이로울 뿐이다. 쓰레기 같던 밀레니엄 초반에 죽지 않고 살아남았던 게 얼마나 다행인지.




댓글 0 이 리뷰가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구매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4점 YES마니아 : 로얄 f****u | 2021.12.06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고등학교때 이 소설집으로 하성란 작가님을 처음 접하게 됐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 소설집을 읽으며 처음 깨달았다. 그 정도로 한번 읽기 시작하면 좀처럼 책을 덮는 게 어렵다. 특히나 묘사가 세세하기 때문에 실제로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 단편을 읽을 때 옷장 안에 갇히는 부분과 밤의 밀렵에서 쫓기는 부분을 읽을 땐 실제로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단;
리뷰제목

고등학교때 이 소설집으로 하성란 작가님을 처음 접하게 됐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 소설집을 읽으며 처음 깨달았다. 그 정도로 한번 읽기 시작하면 좀처럼 책을 덮는 게 어렵다. 특히나 묘사가 세세하기 때문에 실제로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 단편을 읽을 때 옷장 안에 갇히는 부분과 밤의 밀렵에서 쫓기는 부분을 읽을 땐 실제로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단 생각을 했었다. 그저 여성 작가를 좋아하고, 또 읽는 것이 좋아서, 그저 재미 있어서 읽어가던 17살에서 정확히 두배를 더 살았다. 곱절로 나이를 먹고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당시 내가 얼마나 당시 세상을 꽃구경하듯 보고 있었나 싶다. 내가 직접 느끼고 접한 시대의 참극 속에서 이렇게나 야만적이고 절망이 가득한 곳이라는 것을 여실하게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것처럼. 이 책을 다시 읽는 내내 지나온 시대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작가님, 독자는 모두 잘 지냈을 것입니다. 잘 지낼 수 없는 사회 속에서도요. 

댓글 0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구매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R****3 | 2021.09.27 | 추천2 | 댓글0 리뷰제목
정말 하나하나 너무 좋아서 아껴가며 읽은 소설집이다. 우선 목차에 따라 순서대로 이야기해 보자면 <별 모양의 얼룩>을 읽으면서도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참극들이 떠올랐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며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브로치를 단 아이를 봤다는 슈퍼 주인의 말에 아이 옷에 묻었던 얼룩일 거라고 생각하며 실낱 같은;
리뷰제목

정말 하나하나 너무 좋아서 아껴가며 읽은 소설집이다. 우선 목차에 따라 순서대로 이야기해 보자면 <별 모양의 얼룩>을 읽으면서도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참극들이 떠올랐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며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브로치를 단 아이를 봤다는 슈퍼 주인의 말에 아이 옷에 묻었던 얼룩일 거라고 생각하며 실낱 같은 희망이 보이기라도 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떻게든 놓치지 않으려는 그 절박함과 간절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유가족의 아픔과 슬픔이 가슴 깊이 박혀오는 작품이었다.

표제작인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는 남편 제이슨의 성적 지향성을 짐작하고 있었기에 큰 기대가 없었는데, 더구나 챙이 등장하는 순간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주인공인 '나'가 사실을 목도한 후 펼쳐진 제이슨의 반응이 충격적이었다.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나'의 희생이 필요했던 상황 역시 예상할 수 있었지만, 어떻게 그런 대처를 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도 않고 너무 공포였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쓰지는 않지만 어쩐지 장롱이 무서워졌다.

시골로 쫓겨온 경찰이 주인공이었던 <파리>는 폐쇄적인 시골 특유의 특징을 너무나도 잘 살린 작품이었다. 마을 사람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 사람 하나를 망가트리는 이야기가 충격적이면서도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모두 공모자가 되어 결국 멀쩡했던 한 남자를 총까지 들게 만들었다는 것이 안타깝고 씁쓸하다.

<밤의 밀렵>은 읽는 내내 무서웠다. 예측 가능한 이야기가 펼쳐졌지만 작가님의 필력에 멱살이 잡혀서 긴장한 채로 조마조마해 하면서 읽었다. 이 이야기는 노루 사냥이 아닌 인간 사냥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사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작품은 <기쁘다 구주 오셨네>였다. 결혼을 약속한 사이여도 상대가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과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함부로 만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작품 속의 네 남자처럼 과거를 숨기면 그걸 어떻게 아나 싶기도 하고... 참으로 참혹하고 잔인한 이야기였다. 약혼자를 비롯한 네 남자의 우정이 지금까지 결속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진심으로 끔찍했다.

<새끼 손가락>을 읽으면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소설인 줄 알았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주인공 여자인 '나'가 느끼는 긴장감과 불안함, 초조함, 두려움과 공포를 나도 똑같이 느끼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나 택시 기사의 새끼손가락의 비밀이 밝혀지는 반전 덕분에 이내 긴장이 탁 풀리며 다행이라고 중얼거렸다. 과정은 스릴러였지만 결국에는 동화같은 이야기였다.

반복해서 떠오르는 작품은 <개망초>였다. 뺑소니사고를 당하고 강물 속에 유기된 고등학생의 영혼이 화자가 되어 진행되는 소설이어서인지 새롭기도 했고 낯설기도 했지만 그만큼 충격적이기도 했다. 이 안타까운 죽음을 나는 형용할 재간이 없다. 발견되었을 때는 신원조차 알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린 학생을 누가 위로해줄 수 있을까. 진심으로 마음이 아팠던 소설이다.

전체적으로 너무나 소장가치 넘치는 작품들이 모여있는 소설집이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속상하고 아쉬운 부분은 책이 배달되어 왔는데, 떡제본이 제대로 되지 않아 책은 잘 펼쳐지지 않고 표지만 따로 겉돌면서 쫙 펴진다는 것이다. 이런 걸로 교환을 요청할 수도 없어서 그냥 책장에 넣었지만, 독서대에 두고 읽으면서도 너무 불편했고, 표지만 덜렁덜렁 너덜거려서 진짜 너무 속상하다. 특히 드물게 수록된 모든 작품이 좋은데 책 상태가 이러니 눈물이 찔끔 나려고 한다ㅠㅠ

댓글 0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한줄평 (4건) 한줄평 총점 9.0

혜택 및 유의사항 ?
구매 평점5점
맛있는 소설을 냠냠짭짭 즐길 수 있음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로얄 i****a | 2022.05.02
구매 평점3점
좋아요
이 한줄평이 도움이 되었나요? 공감 0
YES마니아 : 플래티넘 청*냥 | 2021.11.03
구매 평점5점
작가님의 책이좋다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로얄 o***4 | 2021.09.27
  •  쿠폰은 결제 시 적용해 주세요.
1   12,6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aniAlar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