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21년 02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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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96쪽 | 408g | 128*188*30mm |
ISBN13 | 9788936438364 |
ISBN10 | 8936438360 |
출간일 | 2021년 02월 05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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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96쪽 | 408g | 128*188*30mm |
ISBN13 | 9788936438364 |
ISBN10 | 8936438360 |
“엄청난 죄책감, 희망 그리고 고통을 전달한다” 미국 『퍼블리셔스 위클리』 2020 최고의 책 TOP 10 선정! 우리 시대의 불행과 고통을 간파하는 직관 다시 읽어도 탁월한, ‘하성란’ 소설의 정수를 담은 단편들 *창비에서는 출간된 지 10년이 지난 소설 중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는 작품들을 엄선해 새로이 단장한 ‘리마스터판’을 출간하고 있습니다. 한국문학의 새로운 고전으로 자리잡은 작품들이 오늘의 젊은 독자들에게 한층 가까이 다가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우리 시대의 불행과 고통을 간파하는 직관을 타고난 소설가 하성란의 세번째 소설집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가 리마스터판으로 돌아왔다. “이 뛰어난 단편집은 엄청난 죄책감, 희망 그리고 고통을 전달하며 어둡고 이상하면서도 응집력 있는 이야기들이 작가의 탁월함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을 받으며 2020년 한국 작품으로는 두번째로 미국 『퍼블리셔스 위클리』 최고의 책 TOP 10에 선정되면서 출간 이후 18년 만에 다시금 크게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이 작품집에는 프랑스 전래동화 『블루비어드』(Bluebeard, 푸른수염)를 재해석해 설화 속 비밀을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 넣은 표제작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를 비롯해 “1999년 6월의 씨랜드 화재참사를 날카로운 사실주의적 필치와 빼어난 테크닉으로 극화한 수작”(한기욱, 해설) 「별 모양의 얼룩」, 경관 총기 난사 사건을 다룬 「파리」, 집단 성폭행으로 인한 피해자의 죽음과 가해자들의 잔혹함을 냉소적으로 그린 한국일보문학상 수상작 「기쁘다 구주 오셨네」 등 ‘하성란’ 소설의 정수를 담은 11편의 소설이 담겨 있다. 작가는 리마스터판을 다시금 매만지면서 “지금은 쓰기 꺼려지는 단어와 상황들로 그 시절을 돌이켜”보며 ‘시간의 힘’을 깨닫게 되었다고 말한다. 그 과정에서 “변화에 안도했고 여전히 야만의 상태로 머물러 요지부동인 것들에 절망스러웠”(‘새로 쓴 작가의 말’)지만 당시 소설을 쓰던 순정하고 절실한 마음이 여전히 유효함을 되새기며 다시 이 책을 펼쳐 드는 독자들에게 진심 어린 안부를 전한다. 초판 출간 이후 이십년 가까운 시간이 흘렀어도 이 책에 담긴 소설들은 하성란 특유의 적확한 언어와 탄탄한 소설적 구성으로 여전히 탁월하게 읽히기도 하거니와, 여전히 한국사회에 고스란히 남아 있는 우리 시대의 아픈 진실을 마주하게 한다. |
별 모양의 얼룩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 파리 밤의 밀렵 오, 아버지 기쁘다 구주 오셨네 와이셔츠 저 푸른 초원 위에 고요한 밤 새끼손가락 개망초 해설 | 한기욱 작가의 말 추천사 새로 쓴 작가의 말 수록작품 발표지면 |
고등학교때 이 소설집으로 하성란 작가님을 처음 접하게 됐다. 앉은 자리에서 다 읽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이 소설집을 읽으며 처음 깨달았다. 그 정도로 한번 읽기 시작하면 좀처럼 책을 덮는 게 어렵다. 특히나 묘사가 세세하기 때문에 실제로 푸른 수염의 첫번째 아내 단편을 읽을 때 옷장 안에 갇히는 부분과 밤의 밀렵에서 쫓기는 부분을 읽을 땐 실제로 영화를 보고 있는 것 같단 생각을 했었다. 그저 여성 작가를 좋아하고, 또 읽는 것이 좋아서, 그저 재미 있어서 읽어가던 17살에서 정확히 두배를 더 살았다. 곱절로 나이를 먹고 이 책을 다시 읽어보니 당시 내가 얼마나 당시 세상을 꽃구경하듯 보고 있었나 싶다. 내가 직접 느끼고 접한 시대의 참극 속에서 이렇게나 야만적이고 절망이 가득한 곳이라는 것을 여실하게 깨달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하지 않기 위해 살아가는 것처럼. 이 책을 다시 읽는 내내 지나온 시대에 대해 다시 한 번 곱씹어 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작가님, 독자는 모두 잘 지냈을 것입니다. 잘 지낼 수 없는 사회 속에서도요.
정말 하나하나 너무 좋아서 아껴가며 읽은 소설집이다. 우선 목차에 따라 순서대로 이야기해 보자면 <별 모양의 얼룩>을 읽으면서도 우리나라에서 벌어졌던 참극들이 떠올랐다. 자식을 잃은 부모의 마음은 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을 것이며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을 것이다. 브로치를 단 아이를 봤다는 슈퍼 주인의 말에 아이 옷에 묻었던 얼룩일 거라고 생각하며 실낱 같은 희망이 보이기라도 하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어떻게든 놓치지 않으려는 그 절박함과 간절함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유가족의 아픔과 슬픔이 가슴 깊이 박혀오는 작품이었다.
표제작인 <푸른수염의 첫번째 아내>는 남편 제이슨의 성적 지향성을 짐작하고 있었기에 큰 기대가 없었는데, 더구나 챙이 등장하는 순간 그럼 그렇지, 하는 생각까지 했었는데, 주인공인 '나'가 사실을 목도한 후 펼쳐진 제이슨의 반응이 충격적이었다. 부모님의 경제적 지원을 받기 위해 '나'의 희생이 필요했던 상황 역시 예상할 수 있었지만, 어떻게 그런 대처를 하는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도 않고 너무 공포였다. 스포일러가 될 것 같아 자세히 쓰지는 않지만 어쩐지 장롱이 무서워졌다.
시골로 쫓겨온 경찰이 주인공이었던 <파리>는 폐쇄적인 시골 특유의 특징을 너무나도 잘 살린 작품이었다. 마을 사람 모두가 한통속이 되어 사람 하나를 망가트리는 이야기가 충격적이면서도 있을 법한 이야기라는 생각에 소름이 돋았다. 모두 공모자가 되어 결국 멀쩡했던 한 남자를 총까지 들게 만들었다는 것이 안타깝고 씁쓸하다.
<밤의 밀렵>은 읽는 내내 무서웠다. 예측 가능한 이야기가 펼쳐졌지만 작가님의 필력에 멱살이 잡혀서 긴장한 채로 조마조마해 하면서 읽었다. 이 이야기는 노루 사냥이 아닌 인간 사냥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사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작품은 <기쁘다 구주 오셨네>였다. 결혼을 약속한 사이여도 상대가 건강한 정신과 건강한 과거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함부로 만나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작품 속의 네 남자처럼 과거를 숨기면 그걸 어떻게 아나 싶기도 하고... 참으로 참혹하고 잔인한 이야기였다. 약혼자를 비롯한 네 남자의 우정이 지금까지 결속력을 가질 수 있었던 이유는 진심으로 끔찍했다.
<새끼 손가락>을 읽으면서는 여성을 대상으로 한 범죄 소설인 줄 알았다. 이야기가 진행되는 과정 속에서 주인공 여자인 '나'가 느끼는 긴장감과 불안함, 초조함, 두려움과 공포를 나도 똑같이 느끼면서 스트레스를 받았다. 그러나 택시 기사의 새끼손가락의 비밀이 밝혀지는 반전 덕분에 이내 긴장이 탁 풀리며 다행이라고 중얼거렸다. 과정은 스릴러였지만 결국에는 동화같은 이야기였다.
반복해서 떠오르는 작품은 <개망초>였다. 뺑소니사고를 당하고 강물 속에 유기된 고등학생의 영혼이 화자가 되어 진행되는 소설이어서인지 새롭기도 했고 낯설기도 했지만 그만큼 충격적이기도 했다. 이 안타까운 죽음을 나는 형용할 재간이 없다. 발견되었을 때는 신원조차 알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린 학생을 누가 위로해줄 수 있을까. 진심으로 마음이 아팠던 소설이다.
전체적으로 너무나 소장가치 넘치는 작품들이 모여있는 소설집이었다. 다만 개인적으로 속상하고 아쉬운 부분은 책이 배달되어 왔는데, 떡제본이 제대로 되지 않아 책은 잘 펼쳐지지 않고 표지만 따로 겉돌면서 쫙 펴진다는 것이다. 이런 걸로 교환을 요청할 수도 없어서 그냥 책장에 넣었지만, 독서대에 두고 읽으면서도 너무 불편했고, 표지만 덜렁덜렁 너덜거려서 진짜 너무 속상하다. 특히 드물게 수록된 모든 작품이 좋은데 책 상태가 이러니 눈물이 찔끔 나려고 한다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