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무슨 잘못이 있다거나, 어떤 문제가 있어서 그런 게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원래 사람은 변하는 라는 것이지요. 내 문제가 아니라, 상대의 문제라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왜 나는 안 변했는데, 상대는 변한 것일까요? 서로를 향한 마음이 변하는데, 내가 상대보다 좀 더 늦었을 뿐입니다. 내가 재수가 없었던 것이지요. --- p.17
“나는 김치찌개, 너는 김밥”이라고 서로 다른 의견을 갖고 있을 때 사실 변화와 발전이 가능해진다. 서로의 의견이 다른 것을 못 견디고 모두가 다 똑같은 생각을 갖고 똑같은 방식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면 더 이상 창조도 발전도 없다. 갈등과 대립은 불행이 아니라,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의견이 다르다고 탓할 일이 아니다. --- p.23
도대체 뇌물과 선물의 차이가 뭘까요? 선물은 감사의 표시입니다. 뇌물도 역시 감사의 표시입니다. 다만 그 뒤에 숨은 의도가 다를 뿐입니다. 말은 감사의 표시, 혹은 그냥 인사치레라고들 하지만 실제로는 상대방의 판단이나 선택을 내 의도대로 조정해 보겠다는 것입니다. --- p.32
가난하다는 말은 사는 지역에 따라, 혹은 경제적 형편에 따라, 혹은 누구와 비교하느냐에 따라 달리 사용될 수밖에 없습니다. 동유럽 청소년들은 아프리카 시골 마을의 청소년들보다 월등히 부유한 생활을 누리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들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서유럽의 화려한 모습이 비교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 p.51
다윈이 관찰했던 핀치 새의 부리가 환경에 따라 커졌다 작아졌다 굵어졌다 했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새의 부리였지 사람의 입술로 바뀌지는 않았습니다. 아무리 환경에 따라 변한다 해도 핀치 새로서의 유전자는 바뀌지 않습니다. 태어날 때부터 그 유전자에 담겨 있던 정보에 따라 새롭게 변한 환경에 적응해 가는 것뿐입니다. 풍선을 아무리 여러 모양으로 변형시켜도 여전히 풍선입니다. 주변 압력에 따라 다양하게 풍선이 변하면서 적응하지만, 어느 한계를 넘으면 뻥 터져 버리고 맙니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지나도 풍선이 막대사탕이 되거나 축구공이 되지는 않습니다. --- p.71
인간은 아무리 원시적 환경에서 문명과 완전히 단절되어 거의 동물들이 생활하는 것처럼 자연적 수준의 생활을 하는 부족의 자녀일지라도 문명사회에 데려와서 함께 지내면 얼마 지나지 않아 문명사회의 언어를 이해하고 배워서 의사소통을 하게 됩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사용하던 사람들도 서로 만나서 함께 지내다보면 상대 언어의 문법을 익힐 수가 있습니다. 어떤 부족이든지, 얼마나 원시적 환경에서 살았든지 상관없이 말입니다. --- p.94
지구가 태양 주위를 돕니다. 어제도 그제도 작년에도 십 년 전에도 천 년 전에도 그랬습니다. 그러므로 내일도 모레도 십 년 후에도 천 년 후에도 그럴 것입니다. 그런데 과연 그걸 누가 보장해 줄 수 있는 걸까요? 과거에 그랬으니까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믿음은 칠면조의 경우처럼 언제 깨지게 될지 아무도 모릅니다. 과거에 계속 그랬으니까 앞으로도 계속 그럴 것이라고 우리가 칠면조처럼 단지 믿고 있을 뿐입니다. 그걸 보장해 주겠다고 확실하게 약속해 주는 그 무엇도 없습니다. 인과법칙이라는 게 우리 눈 밖에 실제로 존재하는 게 아니라, 그럴 것이라고 인간의 정신이 기대하는 것에불과할 수도 있다는 얘기입니다. --- p.111
인권은 말 그대로 인간의 권리입니다. 인간의 권리는 무엇입니까? 사람들은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못하게 할 경우에, 인권 침해라며 반발하기도 합니다. 머리를 기르고 싶은데, 학교에서 머리를 자르라고 합니다. 안 잘랐더니 교사가 강제로 머리를 잘라 버립니다. 예전에는 이것이 통했습니다. 요즘은 학생 인권 침해라며 비난을 받습니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욕망이 본인 의사에 반해서 강제로 제재당하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권의 뿌리가 욕망에 있다는 얘기입니다. 인권은 욕망을 성취할 권리라는 것이죠.-127
청소년기에는 술 마시고 담배 피우는 것이 자랑처럼 여겨지기도 합니다. 어른들이 하는 것을 따라 함으로써 어른과 동등해진다고 느끼는 거지요. 담배 피우고 술 마시고 섹스를 함으로써 어른이 되는 것일까요? 그냥 무의미한 흉내 내기일 뿐입니다. 그것은 마치 TV 광고 모델이 입고 있던 옷을 사서 입는다고 해서 그 광고 모델과 같은 몸매가 되는 것이 아닌 것과 같습니다. 동일시 착각에 빠져서 현명하지 못한 소비인 충동구매를 하고 있을 뿐입니다. --- p.140
만일 내가 개인용 비행기를 소유할 정도로 부자인 부모에게서 태어났다면, 내 인생은정말 너무나도 행복할 거라는 상상을 할 수도 있습니다. 돈, 외모, 애인, 인기……. 무엇이 얼마나 더 있어야 인간은 행복해질까요? 도대체 누구에게나 적용될 수 있는 행복의 객관적인 기준이라고 할 만한 것이 세상에 있기는 한 것일까요? --- p.150
부모로부터 전혀 제한을 받지 않으면 삶이 정말 더 나아질까요? 그렇지는 않을 겁니다. 아직도 배우고 익혀야 할 것이 많이 있기에 이미 인생을 살아 본 어른들의 도움과 지도가 필요합니다. 다만 더 이상 무조건 따르라는 식으로는 안 된다는 거지요. 부모의 요구를 무조건 거부하는 게 현명하지 못한 태도인 것처럼, 자녀에게 무조건 따르라는 것도 역시 현명하지 못한 태도입니다.
--- p.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