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22년 03월 18일 |
---|---|
쪽수, 무게, 크기 | 336쪽 | 510g | 140*210*30mm |
ISBN13 | 9791160949117 |
ISBN10 | 1160949115 |
발행일 | 2022년 03월 18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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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336쪽 | 510g | 140*210*30mm |
ISBN13 | 9791160949117 |
ISBN10 | 1160949115 |
MD 한마디
재활법 504조 투쟁, 미국장애인법 제정, 세계장애인기구 설립에 기여한 장애 운동가 주디스 휴먼의 자서전. 어린 시절부터 장애를 향한 사회의 편견과 무지에 맞서 싸우며 사회를 바꿔낸 한 사람의 이야기다. 낙천주의를 가슴에 품은 투사가 얼마나 강한지를 증명하는 기록. - 손민규 사회정치 MD
한국어판 서문 주디의 메모 들어가며 1부 뉴욕 브루클린, 1953 1장 나비 2장 반항하는 사람 3장 싸울 것인가, 싸우지 않을 것인가 4장 비행 공포 2부 캘리포니아 버클리, 1977 5장 억류 6장 점령군 7장 전쟁터의 군사들 8장 백악관 3부 캘리포니아 버클리, 1981 9장 결실 10장 친고나, 유능하고 나쁜 여자들 11장 사람들 12장 우리 이야기 감사의 말 주 옮긴이의 글 추천의 글? 주디스 휴먼 연보? 찾아보기? |
처음에는 한 개인의 이야기라 생각하며 읽었다. 일정 연령대에 이른 이가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며 쓴 자서전 같은 거. 그는 다른 아이들과는 조금 다른 신체를 지녔는데, 어린 시절 소아마비를 앓은 탓이라 하였다. 혼자 움직이는 일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동네에서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는 일에는 큰 지장을 겪지 않았다. 누구도 그를 이상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았으며, 어떠한 형태가 됐건 무리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일에 주저함이 없었던 덕이 크다. 학교에 입학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을 때부터 차이는 빚어지기 시작했다. 그에게 드리워진 운명은 일상에서 겪는 보행 불가에 따른 어려움보다도 더욱 어두웠다. 4학년이 되어서야 겨우 다른 이들처럼 학교에 드나들 수 있게 됐으나, 이 또한 일반 아이들이 받는 교육과는 달랐다. 장애를 지닌 아이들만을 별도의 공간에 모아 놓고 하는 수업은 시간이 짧았고, 가르침의 내용 또한 상이했다. 그래도 좋았다고, 학교에 갈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행복했다고 저자는 회상했다.
그의 삶은 미국 장애인 인권 운동의 역사와도 같았다. 다른 이들과 같은 무한한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것이기에 필히 대학 진학을 하고 공부를 더 해야 한다는, 그의 부모가 보인 탁월한 의견에 힘입어 그는 끊임없이 도전했다. 1970년대의 이야기라고는 하지만 미국 사회도 장애인의 인권에 대해서는 불모지와도 같았던 시절이 있었다는 사실이 새롭게 다가왔다. 전공을 선택할 때 개인의 적성이나 재능 따위는 고려되지 않는 점, 장애를 이유로 아이들 앞에 설 수 없게 되는 등의 일이 그의 인생에선 연달아 전개됐다. 지레 겁을 먹거나 좌절할 수도 있을 테지만, 그는 목소리를 냈다. 처한 상황이 부당하다고, 개선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귀 기울여 이를 경청하는 이는 드물었지만 약간의 환기가 이루어졌다. 제자리걸음 혹은 뒷걸음질을 치고 있는 것만 같은 나날의 연속이었지만 분명 그는 전진하고 있었다.
가장 감동적이었던 건 재활법 504조 시행 규정 서명을 촉진한 시위 부분이었다. 정치인들은 헛된 약속 후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일명 버티기 전법을 구사했다. 시간이 지나면 그만이라는 식의 태도에 그는 분노했고,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의 시위에 나섰다. 너무 과격하다는 평이 따르기도 했고, 모두가 그의 방식에 동의했던 건 아니다. 시일이 흐름에도 변화의 조짐이 일지 않자 처음의 결의를 상실하고 무리를 떠나는 이들이 등장하기도 했다. 그 스스로가 언급했듯 혼자 행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누군가가 이탈하는 것 이상으로 많은 이들이 힘을 보탰다. 과정이 민주적이었다는 건 의사소통의 모습에서 드러났다. 누군가는 수어로, 누군가는 보조기기의 도움을 받아 차분히 논리를 전개해 나갔다. 원하는 바를 표현하기까지 꽤 긴 시간이 필요한 순간도 있었을 터이나 모두가 상대를 존중하는 마음으로 기다렸다. 그 안에서 마음이 통했고 신뢰가 싹텄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 또한 붙었다. 마침내 원하는 결과물의 도출이 이루어졌을 때 저자는 성장했다. 그건 그 자리에 있던 모두, 더 나아가 미 대륙 전역의 장애인들의 승리였다.
원하던 바를 이루고 나면 목표 의식을 상실하기 쉽다. 하나의 제도가 마련됐다 하여 하루 아침에 사회가 180도 달라지는 건 아니다. 그는 쉼없이 움직였다. 클린턴 행정부에서, 세계 은행에서, 오바마 행정부에서 그를 필요로 했다. 일터를 옮길 때마다 지역 사회에 형성됐던 많은 지지망으로부터 멀어져야 했기에 주저하는 마음도 있었다. 어찌 보면 포기로 해석될 수도 있는 선택을 행했지만, 하나를 내려놓음으로써 더 큰 것들을 얻었다.
함께한 많은 이들이 장애인이었다는 점이 신선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선 장애인과 마주하는 일이 드물기에, 미국이라는 국가가 우리보다 얼마나 더 앞서 있는지에 대해 궁금했다. 한 편으로는 ‘장애인’이라는 단어에 치우치지 말아야겠단 생각도 했다. 이를 다른 단어로 교체해도 저자의 이야기는 충분히 성립 가능해 보였다. 나의 어떠한 특성이 나에게서 교육의 기회를 앗아가고 학습 능력이 없다는 평가를 정당화한다면?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지라도 여전히 이로 인해 고통스러운 상황에 놓인 이들이 이 땅엔 상당수 존재할 것이다. 그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가 ‘나는, 휴먼’ 이라는 숭고한 선언을 할 수 있는 사회를 상상해 본다. 공상 아닌 얼마든지 현실로 존재할 수 있기를.
주디스 휴먼. 절묘하게도 성이 휴먼(Heumann)이라서 제목이 "나는, 휴먼(Human)"이라는 의미와 맞아떨어진다. "나는 장애인이 되었고, 시민이 되었고, 결국 내가 되었다"라고 말하는 그녀의 말이 가슴아프게 느껴졌다.
주디스 휴먼은 소아마비로 인해 사지가 마비되어 휠체어를 탈수밖에 없었는데 휠체어를 타기 때문에 '화재 위험 요인'이라며 학교 입학을 거부당한다. 특수학교를 거쳐 대학을 졸업하고 교사가 되고자 했지만 뉴욕시 교육위원회는 장애를 이유로 교사 면허 시험에서 탈락시킨다. 그러나 그녀는 그 결정에 불복하여 소송을 제기했고, 결국 승리했다. 그리고 시민권 단체 '행동하는 장애인'을 설립했다. 1972년 닉슨 대통령은 "장애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연방 정부의 재정 지원을 받는 프로그램이나 활동에 따른 혜택에서 배제, 거부되거나 차별받을 수 없다"고 규정한 재활법 개정안 서명을 거부했다. 그녀는 행동하는 장애인 동료들과 맨해튼 매디슨 애비뉴의 차선을 점거했다. 결국 재활법 개정안은 통과되었지만 보건교육복지부 장관은 재활법 504조 시행 규정에 서명하지 않았다. 1977년 4월 100명이 넘는 장애 동료들과 샌프란시스코 연방 정부 건물을 24일간 점거했다. 그리고 마침내 서명을 이끌어냈다. 1990년 마침내 미국장애인법이 제정되었다. 그녀는 정부의 모든 영역에, 학교와 식당, 영화관, 대중교통에 장애인의 자리를 만들었다.
그녀는 평생을 장애인 차별 철폐를 위한 운동가로 살았고 정부 각료가 되어 장애인 차별 정책을 개선하는 데 기여했다.
1993년~2001년까지 클린턴 행정부의 교육부 특수교육 및 재활 서비스국의 차관보, 2002년~2006년까지는 세계은행 최초의 장애와 개발 자문위원, 2010년~2017년까지 오바마 행정부의 국무부 국제 장애인 인권에 관한 특별보좌관을 맡아 일했다.
참으로 대단한 이력이고, 이분의 헌신에 힘입어 미국 장애인 권리가 신장된 것을 알수 있었다. 한 일에 비해 덜 알려졌다는 생각까지 들어 이번에 이 책을 통해 이분의 업적이 더 널리 알려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이 보아야 한다. 알아야 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보이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한번 생각해보라. 당신이 학교에서 우리를 볼 수 없다면, 그것은 학교가 우리의 입학을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당신이 일터에서 우리를 볼 수 없다면, 그것은 우리가 물리적으로 그곳에 접근할 수 없거나 고용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니면 버스나 기차와 같은 대중교통 수단이 접근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식당이나 극장에서도 우리는 같은 이유로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면 당신은 일상생활에서 우리를 어디에서 보았는가? p154
최근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회원들이 장애인 이동권 보장과 장애인 권리예산 반영을 요구하며 출근길에 지하철 시위를 벌인 것을 두고 정치권과 시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다. 노동자 권리를 위한 시위도, 정쟁에 의한 시위도, 특정 직군의 밥그룻 싸움의 시위행위도 빈번한데 왜 장애인 시위에만 유독 눈쌀을 찌푸리는가? 그들은 보여줘야 했고, 우리는 보아야 했다. 1970년대 미국에서 필요했던 시위가 2022년 우리나라에서는 아직도 필요했을 뿐이다. 더이상 먹고살기 어렵다고 눈감지 말자. 험한꼴 보이지 말라 하고 마음 편해할 것이 아니라 똑바로 보고 인지해야 하고, 개선해야 한다.
장애는 선택이 아닌데 누군가 장애인이 되는 순간 평범한 시민으로서도 살아가기 어렵다면 그것은 그 사회의 문제이고 과제이다. 이 책의 출간을 계기로 우리사회에서도 약자와 소외된 이들에게도 동등한 관심을 기울이는 성숙된 시민의식이 자라나길 바란다.
장애인도 비장애인도 "우리는 모두, 휴먼"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어느 정치인의 말장난에 지쳐있을 때 이 책이 눈에 띄었다. 한 사회에서 소수자 운동이 걸어가야 길을 보고 싶었다. 그 길을 보고 그 정치인의 말이 진심인 지 이간질인이자 말장난인지 확인하고 싶었다.
미국의 장애인권 운동가 주디스 휴먼의 일대기를 다룬 책이다. '나는 휴먼'. '휴먼'(heumann)은 주인공의 이름이다. 나는 이중적으로 읽었다. 나는 '인간'이라는 인간선언으로. 처음에는 내가 오해했다고 생각했는데, 읽다 보니 그런 오해도 합당한 오해라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은 한 장애인이 자기 자신으로서 한 인간으로서 당당히 서기 위한 투쟁의 기록이다. 특히, 미국에서조차 장애인 운동에 대한 개념이 잡히지 않은 시기에, 저자가 그런 작은 돌들을 하나 하나 쌓아가는 기록이어서 인상깊다. 그 기록은 주디스 휴먼 혼자만의 기록이 아니라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의 기록이다. 중요한 것은 그녀와 그녀의 친구들이라고 했지만, 그들은 둘이 아니다.
다행히 이 책의 주인공의 기록은 승리의 기록이다. 고난은 있었다. 하지만, 어쨌든 승리했다. 어쩌면 수많은 패배가 배후에 숨어있을 지도 모른다. 읽기 전에 이것을 걱정했다. 우리나라의 장애인 운동사를 볼 때 사회적으로 무엇을 이루어냈느냐를 떠나서, 장애인이자 운동가 당사자의 가난과 고독을 배제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그 가난한 절대적 가난이고 고독 또한 절대적 고독이다. 사회의 벽에 패배하기에 앞서 가난과 고독에 패배하는 경우가 더 많다.
슬퍼하고 분노하는 것만으로 사회는 바뀌지 않는다. 행동하고 투표해야 한다. 장애인의 문제는 보편적 인권의 문제다. 장애인의 권리가 제대로 보장 받지 못 하는 사회에서 비장애인의 권리가 보장받는다는 보장이 없다. 더구나, 우리는 예외없이 늙고 병들고 죽는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장애인이 된다. 지금 우리의 싸움은 장애 비장애를 떠난 싸움이고 우리 모두의 미래를 건 싸움이다.
좋은 책이다. 분명한 것은 소수자 운동이 법률 지식인이나 그 분야의 전문 지식이 동반되지 않고는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동시에 그것만으로 소수자들의 목소리를 사회는 듣지 않는다. 그래서, 너희들은 왜 다수가 불편하게 길바닥에 드러누워 공공질서를 어지럽히느냐는 문제제기는 말장난일 뿐이다. 혹시 모르겠다. 소수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사회가 그것을 들을 수 있는 고상한 방법이 21세기 대한민국에는 있고 많이 배우신 분들은 그 고상한 방법을 알고 있는 지 ? 적어도 지난 반세기 미국 장애인운동사를 되돌아 볼 때 그런 고상한 방법은 없는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