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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나팔

귀나팔

[ 양장 ] 제안들-33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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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5월 31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84쪽 | 296g | 118*182*20mm
ISBN13 9791189356729
ISBN10 1189356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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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귀나팔을 선물했을 때, 카르멜라는 결말을 어느 정도 예견했던 것 같다. 카르멜라는 악의적이라 할 수는 없고 다만 유머 감각이 묘할 뿐이다. 이 귀나팔은 귀나팔 중에서도 상당히 훌륭한 표본으로, 아주 현대적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은과 자개로 상감하고, 물소의 뿔처럼 웅장한 곡선을 그리는 특출하게 예쁜 것이었다. 귀나팔의 장점은 미적인 면모에서 그치지 않고 소리를 증폭하는 성능도 대단해서 내 귀에도 일상 대화가 웬만큼 들릴 정도였다.
--- p.11

이 모든 것은 여담일 뿐, 내 정신이 오락가락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내 정신은 오락가락하지만 내가 바라는 것 이상으로 그러지는 않는다.
--- p.14

매주 사소한 즐거움이 적당히 찾아온다. 월요일에는 날씨가 온화하면 길을 따라 두 블록을 걸어서 친구 카르멜라를 보러 간다. 카르멜라는 아주 작은 집에서 조카랑 같이 사는데, 조카는 스페인 사람이긴 하지만 스웨덴식 찻집에서 케이크를 굽는 일을 한다. 카르멜라는 아주 쾌적한 삶을 살고 있고 정말이지 매우 지적이다. 손잡이가 달린 안경을 사용해 책을 읽고 나와 달리 혼자 중얼거리지 않는다. 기발한 스웨터를 짜기도 하지만 그녀의 진짜 즐거움은 편지 쓰는 것에 있다. 카르멜라는 전 세계에 있는 생면부지의 사람들에게 편지를 쓴 다음 본명이 아닌 각종 낭만적인 이름으로 편지 끝에 서명을 한다. 카르멜라가 익명의 편지를 경멸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효율성을 감안한 것이다. 끝에 이름을 서명하지 않은 편지에 누가 답장을 쓰겠나? 카르멜라의 섬세한 필체로 쓰인 이 놀라운 편지들은 천상의 방식으로, 항공우편으로 날아간다. 누구도 답장을 보내지 않는다. 이게 바로 인류의 불가사의한 면모다. 사람들은 뭔가를 할 시간이 항상 없다.
--- p.15~16

“일흔 살과 일곱 살 사이의 인간은 고양이가 아닌 이상 믿어서는 안 돼. 지나치게 조심해서 나쁠 게 없어. 그리고 사람들이 네가 귀가 먹었다고 여기고서 말하는 걸 엿들을 때 그 짜릿한 권력을 상상해 봐.”
--- p.18

언제나처럼 나는 부엌에서 점심을 먹은 뒤 고양이 마르민과 차차의 털을 빗겨 주러 방으로 돌아갔다. 나는 매일 고양이 털을 빗기는데, 털을 깔끔하고 반짝반짝하게 유지해 주고 또 빗에 걸린 털을 모아서 카르멜라에게 주기 위해서다. 충분히 모이면 카르멜라가 그걸로 스웨터를 짜 주겠다고 약속했다. 벌써 작은 잼 병 두 개에 보드라운 털을 가득 모았다. 겨울에 입을 따뜻한 옷을 즐겁고 경제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방법 같다.
--- p.21

집은 정말 몸이다. 우리가 간, 뼈, 살, 혈액순환을 내려놓지 못하듯 우리는 벽과 지붕과 집기와 스스로를 연결한다. 나는 미인이 아니다. 이건 거울을 보지 않아도 단언할 수 있는 절대적인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수척한 골격이 마치 비너스의 맑은 몸인 양 죽자고 붙들고 있는 것이다.
--- p.29

기적에, 마녀에, 동화에, 자기, 철 좀 들어요!
당신은 마법을 믿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금 정말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요. 당신 머리가 공기 중에 흩어졌고 당신 배 너머로 진달래나무가 보여요. 당신이 죽었다거나 하는 대단한 일이 벌어진 건 아니고, 그저 당신이 점점 바래고 있고 난 당신의 이름마저 기억나지 않아요. 당신이 입은 하얀 플란넬 바지가 당신보다 더 선명하게 기억나는 걸요. 그 하얀 플란넬 바지에 대한 내 느낌은 모두 기억나지만, 그 플란넬 바지를 걷게 한 누군가는 완전히 사라졌어요.
그렇다면 당신은 나를 분홍 리넨의 민소매 드레스로 기억하고 내 얼굴은 수많은 다른 얼굴들과 뒤섞여 있겠죠, 나는 이름도 없고요. 그러니 개성에 대해 이렇게 유난 떨 필요가 있을까요?
--- p.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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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고도 무서운, 특별한, 모두가 읽어야 할 초현실주의 이야기. 나는 예술의 초현실주의와 아나키즘을, 도발을 사랑한다. 그녀의 목소리는 빛과 진지함으로 가득한 독특한 목소리이며, 진정으로 혁명적인 정신이다. 거의 50년 전에 출판된 얇은 소설이지만 우리 시대에 딱 맞는 씁쓸하고 어두운 유머 감각을 갖춘 작품.”
- 올가 토카르추크
“풍자적인 표면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가정 미스터리처럼 읽히지만, 이는 극도의 열에 의해 녹아 상상할 수 없는 다른 것으로 용해되고, 연금술사의 사례집으로 재구성된다. 이 책은 독자들에게 어둠을 허용하고, 야생을 허용하고,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재고할 것을 요청한다. 엄청난 낙관주의의 작품. 20세기의 가장 독창적이고, 즐겁고, 만족스럽고, 잠잠히 공상적인 소설 중 하나.”
- 앨리 스미스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책! 자유분방하고 날카로운 상상력. 이 책의 자유와 유머, 그리고 이 책이 스스로 법을 만들어 내는 방식을 사랑한다.”
- 비외르크
“『귀나팔』은 우리 시대의 비참한 현실에서 우리를 해방시킨다.”
- 루이스 부뉴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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