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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능력이 생긴다면 아빠부터 없애볼까

초능력이 생긴다면 아빠부터 없애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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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6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328g | 140*205*12mm
ISBN13 9791163162346
ISBN10 1163162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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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굣길이 길게 느껴졌다. 누군가 맞은편에서 걸어와 내 뒤로 사라졌다. 또 누군가는 내 뒤에서 나타나 나를 추월해 앞질렀다. 일상적인 길거리 풍경인데, 오늘따라 참 낯설었다. 이상한 능력을 얻어버려 일반인과 다른 존재가 됐다고 생각하니 외계인이 된 기분도 들었다. 어렸을 적 영웅이 나오는 만화를 보며 ‘내가 초능력을 가진다면 어떻게든 세계 최고 부자부터 됐을 거야. 은행을 털어야지’ 하며 콧방귀를 뀌었던 기억이 떠올랐다. 화려하게 변신하여 세상을 구해주는 영웅들에게 감정을 이입하지 못한 대가가 이런 거무튀튀한 능력인 걸까. 남을 아프게 해서 좋은 일이 뭐가 있어. 아프게 협박한 다음에 돈 갈취하기? 일진 놀이밖에 더 되지 않아. 왜 백호는 나에게 이런 능력을 준 걸까. 백호와 나누었던 대화를 다시 회상했다.
‘불행한 아이여. 네가 바라던 공평함이 당도했도다.’
--- p.50

“그냥 우연히 그 책을 만진 줄 알았는데, 언니도 능력자군요.”
별다른 말을 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미향은 나의 정체를 간파했다. 잠깐만 언니‘도’라니?
“특별한 능력이네요. 고통을 받는 것만큼 주는 것도 편하지 않았을 텐데.”
뭐야, 어떻게 아는 거야. 기분 나쁜 애였다. 다른 사람의 광대뼈를 보면 무슨 능력이 있는지 알 수 있나? 나를 알아차리는 과정 중에도 끝까지 나와 눈이 마주치지 않았다.
“너도 혹시 능력이 있니?”
“그게 없다면 어떻게 언니를 알아차리겠어요.”
옅게 웃으며 더 가까이 다가왔다. 자신을 도서관 도우미 정도라 간략하게 소개하고는 휴대폰을 내밀었다. 분명 번호를 교환하자는 의미겠지. 도서관에 상주하는 아이들은 반에서 주목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던데……. 더 말을 섞을 일이 없다는 생각을 단번에 철회했다. 취소, 취소! 나는 이 아이에게 묘한 동지의 냄새를 맡고선 경계를 낮추었다. 스파이끼리 내통하듯이 조심스레 휴대폰을 받아 들었다. 조금 얼떨떨하긴 하지만, 같은 초능력자를 발견한 것만 해도 연락처를 교환할 당위는 충분했다. 그 뭐냐, 더불어 사는 사회잖아.
미향의 휴대폰에 눈치껏 내 번호를 입력했다.
“그거 알아요? 우리 같은 사람들이 세상에 더 있는 거.”
--- pp.86~87

우리는 결코 악당이 아니라고 했다. 악당, 악당! 이 단어를 여러 번 사용했다. 코끼리를 생각하지 말라고 하면 그 순간부터 코끼리만 생각하게 되듯이 리더의 말을 들은 후부터 나는 역으로 악당이라는 단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별말 하지 않고 고개만 거듭 끄덕였다. 리더는 초능력자 서클이 세상의 악역을 자처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서클은 리더가 아닌 각자를 위해 존재하는 거라며 존재 이유를 의심하지 말라 했다. 마치 꼭 그런 의심이 필수적으로 생길 수밖에 없다는 예언 같았다. 나는 그의 말이 끝날 때마다 계속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한 번도 동의를 담지는 않았다. 여러 이야기가 오갔으나 알맹이가 있는 것은 이 정도뿐. 그냥 미향이랑 사귀었는지나 물어볼걸.
“다음엔 꼭 심판해. 초능력자의 긍지를 걸어.”
그는 은근히 바랐다. 내가 직접 누군가를 끝장내길 말이다.
--- pp.166~1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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