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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스트레인지 보이
이명희
에트르 2022.07.01.
베스트
감성/가족 에세이 top20 1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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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프롤로그 내 세계가 깨지는 경험 5

1장 너의 엄마이고 싶지 않았다

왜 쟤가 내 아이라는 거야 14
: 현실을 부정하라

아이를 죽이자 20
: 문제의 직접 원인을 제거하라

아이는 두고 나라도 도망치자 30
: 현장에서 내빼라

하루 종일 TV를 보다 38
: 딴생각을 하라

쉿! 절대로 아무에게도 말하지 마 44
: (원래 있던 곳에) 숨거나 (아이가 아픈 걸) 숨기거나

사연 없는 사람, 내게 다가오지도 마 70
: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들을 찾아라

기억이 있는 곳으로 돌아가지 말 것 84
: 추억이 있는 곳이라면, 절대 접근 금지

2장 여기가 도망칠 수 있는 끝

계속 돌아가는 세상을 구경하자 98
: 어딘가에서 지속되고 있는 누군가의 삶

냉장고에 바리스타 채워 넣는 걸 잊지 마 108
: 헝클어진 세계에 다시 부여하는 규칙

아이와 상관없는 세계 만들기 122
: 나를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법

어딘가에는 말해야만 하는 진심 154
: 내가 비밀 하나 알려줄까

에필로그 나는 앞으로도 이 아이를 사랑하고 미워할 것이다 161

저자 소개1

경영학을 전공한 후 건설회사에 입사했으나 상담사의 꿈을 놓지 못해 사표 쓰고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공부했다. 상담사는 되지 못했다. 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출산을 했다. 아이는 3개월 일찍 세상에 나왔고 편마비 증세를 가지게 되었다. 그 아이가 네 살 때 원인불명의 뇌손상으로 사지마비 진단을 받고 시력을 잃었다. 상담심리를 공부하며 사람이 인생의 불안과 위기를 어떻게 소화할 수 있는지를 배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뇌성마비 중증장애아의 엄마가 된 불안과 위기 앞에서 일단 도망치고만 싶었다. 『마이 스트레인지 보이』를 통해 그 버거운 시간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토로함으로써 자기
경영학을 전공한 후 건설회사에 입사했으나 상담사의 꿈을 놓지 못해 사표 쓰고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공부했다. 상담사는 되지 못했다. 대학원을 다니는 동안 출산을 했다. 아이는 3개월 일찍 세상에 나왔고 편마비 증세를 가지게 되었다. 그 아이가 네 살 때 원인불명의 뇌손상으로 사지마비 진단을 받고 시력을 잃었다. 상담심리를 공부하며 사람이 인생의 불안과 위기를 어떻게 소화할 수 있는지를 배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막상 뇌성마비 중증장애아의 엄마가 된 불안과 위기 앞에서 일단 도망치고만 싶었다. 『마이 스트레인지 보이』를 통해 그 버거운 시간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토로함으로써 자기 치유의 길로 조금씩 나아가는 시도를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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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168쪽 | 240g | 130*200*10mm
ISBN13
9791197826108

책 속으로

장애아의 엄마가 되는 동안 내가 새롭게 알게 된 것은 다음과 같다. 비이성적인 죄책감은 사람의 인생을 완전히 망쳐버릴 수 있으며, 열등감을 극복한다는 것과 열등감을 부정하는 것은 한 끗 차이일 수 있다는 것. 가면을 사용해 살아온 사람은 그나마 그 가면을 사용했기에 그때까지 죽지 않을 수 있었고, 자기를 손상시키든 자기를 고양시키든 따질 거 없이 뭐라도 붙들고 살아봐야 하는 시간이 세상에는 존재하더라는 것을 말이다.
--- p.6

아이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렇게 많은 걸 순식간에 다 잃어버렸는데도 여전히 한 생명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그 목숨의 질김이 너무 이상하고 무서웠다.
--- p.18

나는 내가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다. 나는 누군가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았고, 내가 살고 있어야 할 어떤 세계에서 쫓겨난 것 같았다. 수치심. 그것은 지독히 단단하여 깨지지도 않는 거울이었다.
--- p.32

나의 삶을 아주 가까이에서 쭉 지켜본 이들이 아니라면, 언제라도 내 쪽에서 한번은 입을 열어야 했다. 그들과 다시 눈을 마주치려면, 그들과 다시 밥을 먹고 같은 얘기에 함께 웃으려면, 나는 내 이야기를 해야 할 것 같았다. 그것은 내게 이토록 커다란 일이 있으니 나를 좀 위로해달라거나, 내 당황스러움에 공감해달라거나, 제발 내게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네가 설명을 좀 해달라거나 하는 이유였을까?
--- p.46

삶을 살아낸다는 것은 몇 개의 시간을 동시에 살아가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몸으로 겪어내는 시간이 있고, 비로소 머리로 뒤늦게 이해하는 시간이 있으며, 가슴으로 느끼는 시간은 또 따로인 것 같았다.
--- p.49

나를 나로서 기억하고 있는 이들이 있다는 것. 나를 응원하고 싶어 하는 이들이 존재한다는 그 어렴풋한 느낌이, 어느 한 토막의 시간을 완전히 베어내고 그때와 단절하고 싶었던 내 마음을 조금은 바꾸었을까. 그렇게 도망치지 않아도 뭔가 방법이 있을 거라는 생각이 노력에 관한 것이 아니라 희망에 관한 것으로 느껴지기 시작했다.
--- p.56

어쩌면 나는 아이의 시력이 상실됐다는 걸 알게 됐을 때 모든 것을 포기했는지도 모른다. 어차피 예전처럼 다시 앞을 볼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뇌가 더 좋아질 가능성이 있고, 그래서 팔을 조금 더 움직일 수 있게 될 거란 이야기가 희망으로 들릴 것 같지 않았다. 무엇도 나를 여기서 조금도 빼내 줄 수 없을 거라 확신했고, 무엇에도 별로 애쓰고 싶지 않은 시간들이 이어졌다.
--- p.57

아이가 보고 만지고 일어서고 움직였던 모든 흔적이 있는 곳에서, 이제 아이는 온몸이 나무토막처럼 굳어서는 하루 종일 힘주고 있다. 아무리 사과를 소리 내 잘라봐도, 세탁기를 돌릴 때마다 “엄마 이제 세탁기 돌린다” 다정하게 외쳐보지만, 슬쩍 돌아보면 아이는 누워 있다.
--- p.92

아이의 모든 것을 통제하려 아이를 관찰하고 들여다보며 몸을 재빨리 움직여대던 지난 시간들이 모두 나의 모성애일 거라 확신했지만, 실은 그러고 있는 나 자신을 사랑했던 지독한 자기애에 불과할 수도 있겠다는 의심이 떠올랐다. 아이를 통해 나의 인격과 나의 사랑을, 나의 그릇과 나의 인생을 증명해내려던 것이 아니라고 완전히 부정할 수가 없어서, 그리고 아마 그게 맞을 것 같아서, 슬프고 비참했다.
--- p.130

그때 내가 듣고 싶었던 말은 장애가 있는 이 아이를 우리가 얼마나 사랑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이 아이를 얼마나 미워해도 되는지에 대한 허락 같은 건 아니었을지 생각한다. 태어남과 동시에 나를 울게만 만든 아이를 미워하고 원망해도 된다고. 사랑이란 어차피 시간 위에 쌓이는 것이니 지금은 당황하고 서툴러도 된다고.

--- p.163

출판사 리뷰

“아이는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집에 돌아왔다. 그렇게 많은 걸 순식간에 다 잃어버렸는데도 여전히 한 생명이 살아 있다는 사실이, 그 목숨의 질김이 너무 이상하고 무서웠다.”_본문 18쪽

아이가 3개월 일찍 1.03kg으로 태어났다. 조산의 부작용으로 아이는 수두증 진단을 받았다. “오른손을 거의 못 쓰고 오른다리를 까치발로 들고 걷”게 되었지만, 그래도 불행 중 다행으로 똘똘한 아이로 자라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네 살이 되던 해에 원인불명의 뇌손상으로 사지마비 진단을 받고 시력을 잃었다. 아이는 올해 열 살이 되었다.

『마이 스트레인지 보이』는 이 아이의 엄마가 쓴 책이다. 저자 이명희는 대학원에서 상담심리를 공부하며 사람이 인생의 불안과 위기를 어떻게 소화할 수 있는지를 배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장애아의 엄마가 되고 보니 불가해한 현실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이게 내 아이라고? 이게 내 인생이라고?

현실을 이성적으로 바라볼 수도, 마음의 통증을 달랠 수도 없었다. 이건 살아본 적 없는 방식의 삶이었고, 내 세계가 깨지는 경험이었다. 저자는 아이가 뇌성마비 중증장애를 가지게 된 후의 체험과 감정, 그리고 엄마이기 전에 ‘나’라는 사람으로 다시 세상에 나오기 위해 스스로 찾아낸 방법을 솔직하고도 담담한 문장으로 들려준다. 감당하기 힘든 ‘내 아이’ 앞에서 현실부정과 회피의 시간을 견디고 버틴 이야기. 그게 얼마나 버거워했는지에 대한 기록. 그럼에도 불구하고 숭고한 사랑과 희생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다.

누워 있는 아이의 엄마가 된 절망과 고통
현실부정과 회피의 시간을 견디고 자신의 내면을 고요히 바라보다


저자는 일단 ‘누워 있는 아이’의 엄마가 된 절망과 고통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다. 힘들면 잠시 거기서 도망쳐도 된다고 누군가 말해주길 바랐다. 아주 계획적으로 도망칠 방법을 궁리했다. 아이를 죽이려고 했다가, 아이와 함께 죽으려 했다가, 아이는 두고 자기만 도피하려 했다가, 더 기구한 운명의 주인공을 찾기도 했다. 그럴수록 자신의 깊은 내면과 마주하게 되었다.

상담심리를 공부하며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고 싶다’ 꿈꿨던 자신은 정작 누군가에게 도움을 청할 수 없었다. 그저 아이와 함께 집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조산으로 인해 이미 편마비 증세가 있는 아이가 원인불명의 뇌손상으로 사지마비에 시력을 잃었다는 데 대한 죄책감, 중증장애아를 키우며 평생 집에 갇혀 지낼지도 모른다는 고통과 두려움, 자신이 이 세상으로부터 쫓겨난 듯한 소외감, 무엇보다 자신을 강하게 붙들고 있는 자기애와 수치심.

“나는 내가 운이 나빴다고 생각했다. 나는 누군가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았고, 내가 살고 있어야 할 어떤 세계에서 쫓겨난 것 같았다. 수치심. 그것은 지독히 단단하여 깨지지도 않는 거울이었다.”_본문 32쪽

저자는 그런 자신을 힘겨운 감정의 밑바닥에서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다. 이제는 죽을 방법이 아닌, 완전히 새롭게 변한 세상과 소통하는 법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가장 먼저 시도한 것이 아이에 대해 말하기였다. 저자는 아이가 누워 있게 된 후 가족 외엔 모든 관계를 끊었다. 친한 친구와 선배에게 뒤늦게 아이에 대해 말하고, 서로 힘들어서 쉽게 대화를 나눌 수 없었던 남편과도 아이에 대한 솔직한 감정을 나눈다. 그리고 3인 가족의 추억이 깃든 곳곳을 순례하며 행복했던 과거와 작별 의식을 치른다.

더 이상 도망칠 데가 없다는 현실을 받아들인 후, 저자는 어딘가에서는 지속되고 있는 타인의 삶을 지켜보며 현실 감각을 익히고, 헝클어진 삶에 대한 자신의 통제력을 회복해가는 규칙을 실천하기 시작한다. 하루에 잠깐 아이와 떨어질 수 있는 시간에는 오로지 자신만을 위해 새로운 시도를 했다. 악기와 수영을 배우고, 일상의 순간을 노트에 그리면서 아이와는 상관없는 세계 만들기에 몰두했다. 그런 시간을 보내고 나면 다시 아이가 있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장애아를 키우는 사람의 자기 치유 글쓰기
나를 위해, 나와 비슷한 시간을 겪어본 누군가를 위해


“어디 한 군데에는 내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야 한다는 것은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이를테면 고해성사 같은 것. 어딘가에는 내 진짜 마음을 내뱉어야 한다고. 어딘가에는 날 것 그대로의 내 마음을 기록해야 한다고.”_본문 155쪽

이 이야기기는 매우 특수한 상황에 놓인 사람이 의지와 신념으로 그 역경을 헤치고 승리를 거두었다는 내용의 해피엔딩이 아니다. 비극은 현재진행형이고, 그 물리적 무게는 해가 갈수록 더해간다. 아이는 계속 자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엄마 이명희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매일 용기를 낸다.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버틴다는 생각으로. 아이에 대한 감정이 사랑일지 집착일지 미련일지 매일 저울질하며, 힘들 땐 여지없이 현실도피의 대상이 될 무언가를 찾으면서.

『마이 스트레인지 보이』는 장애아를 키우는 사람의 자기 치유 글쓰기라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사회적으로 소외되기 쉬운 위치에 있는 누군가의 목소리를 듣는 일은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 저자처럼 장애아를 돌보거나 사실상 누군가의 주보호자로서 돌봄노동을 하고 있는 많은 이들이 이 글을 통해 작은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 저자와 비슷한 상황에 있지 않은 일반 독자들 또한 장애아 가족의 목소리를 듣는 일이 이 사회의 보호막을 보다 두텁게 다지는 일임을 이 글을 통해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추천평

이 이야기는 읽기보다 듣기에 가까울 것이다. 마주 앉아 들어도 좋겠지만 나란히 서서 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들으면 더 좋겠다. 다 듣고 나서 통찰력을 담뿍 담아 대답할 자신은 없다. 다만 타인의 이야기에 내 설움을 함부로 비비는 어줍잖음은 경계할 것이다. 들려준 이의 손을 살짝 잡았다 놓는 마음으로 책을 한번 쓰다듬고 품에 안아볼 수는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많은 것들 이제 다 잃고 없는데도 자기연민 하나 없이, 우리에게 그럴 시간이란 없다는 듯이’ 환하게 웃는 아이의 얼굴 페이지에 무한한 경의를 담아 아끼는 책갈피를 끼워둘 것이다. - 이주혜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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