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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

풍요의 시대, 무엇이 가난인가

: 숫자가 말해 주지 않는 가난의 정의

리뷰 총점10.0 리뷰 7건 | 판매지수 540
베스트
사회 정치 top100 4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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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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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04일
쪽수, 무게, 크기 384쪽 | 492g | 140*210*23mm
ISBN13 9791187038887
ISBN10 11870388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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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이란, ‘누구나 갖는 꿈을 똑같이 갖고 있지만 실현할 방법이 전혀 없는 것.’ ‘아이들에게 허구한 날 안 된다고 말하는 것.’ ‘아이들의 실망한 눈빛 때문에 해마다 돌아오는 성탄절과 생일을 두려워하는 것.’ ‘남이 쓰던 침대에서 자고 헌 옷을 입으면서 고마워하라는 요구를 받는 것.’ ‘매일매일,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상태로 사는 것.’ ‘쓸모없는 존재, 그보다 더 못한 존재로 취급당하면서 그걸 받아들이는 것.’ ‘내면에 희망이라고는 하나도 남아 있지 않은 상태.’
---「들어가며」중에서

우리는 ‘빈민’의 수를 세는 데만 골몰하여 ‘집계되지 않는 사람들의 범주’로 그들이 존재하는 방식과 고통을 보지 못 한다. ‘미국의 뒷줄’에 관해 쓴 책의 말미에서 크리스 아네이드는 아무리 의도가 좋다 해도 그런 작업은 ‘그저 숫자에 불과한 존재로 바라봄으로써 그들을 폄하’하는 것이라고 경고한다. (…) 여기서 관건은 물질적 측면뿐 아니라 비물질적 측면으로도 나타나는 빈곤의 징후다. 빈곤을 불리하고 불안정한 경제 조건으로서만이 아니라, 수치스럽고 유해한 사회관계로 이해하도록 관점을 바꾸는 것이다.
---「들어가며」중에서

상대적 빈곤에 담긴 비교요소의 핵심은, 어떤 사람이 상대적으로 빈곤한지 아닌지는 같은 시대, 같은 사회에 사는 타인들과 비교할 때에만 판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 예를 들어, 1930년대 영국에서 끔찍한 고난을 겪어 본 사람들은 이제 ‘진짜’ 빈곤은 사라졌다고 말하곤 한다. 빈곤을 상대적으로 바라보는 관점에서 이러한 비교는 잘못된 것이다. 21세기에 적당한 생활을 하려면 무엇이 필요한지에 대해서 시사하는 바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이보다 짧은 기간으로 보아도 일반적인 생활수준이 계속 향상하고 기술 변화가 빠르게 일어나고 있기에, “속도를 따라잡을 수 없는 사람들에게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생각하지 않은 채, 우리가 다수의 생활수준을 끌어올리는 동안 새로운 형태의 빈곤이 계속 등장한다.” 이를테면 값비싼 난방 방식이나 감당하기 힘든 고급 슈퍼마켓에서부터 개인용 컴퓨터, 태블릿과 스마트폰 같은 새로운 기술의 확산, 인터넷 접속에 이르기까지 다양하며 최근에 등장한 이러한 항목이 특히 코로나19 대유행 상황에서 취학 어린이에게 대단히 중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1장 빈곤의 정의」중에서

가족과 빈곤에 관한 북아일랜드의 한 연구는 ‘절대적’, ‘상대적’ 필요의 경계가 실제로 얼마나 ‘흐릿한’지를 보여 준다. “어린이의 사회 활동을 위한 지출이 좋은 사례다. 이런 지출은 필수적이지 않으니 우선 순위로 삼지 않는다는 입장과 그래도 오늘날에는 사회 활동이 어린이의성장과 발달에 필수적이라고 느끼는 입장 사이에서 저소득층 양육자는 가장 큰 도덕적 갈등을 겪는다.” 인터넷과 텔레비전 [채널] 가입에 대해서도 비슷한 고민이 나타나는데, 어린이의 숙제를 중시하는 쪽에서는 이런 지출을 필수로 여기지만 가족이 함께하는 놀이와 상호작용을 중시하는 쪽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 갈등은 타인이 ‘도덕적 판단과 정당성이라는 측면에서 [빈곤층의] 소비 선택’에 의문을 표할 때 첨예해진다.
---「1장 빈곤의 정의」중에서

엘리자베스 다울러와 수지 레더는 “음식은 그 사람이 누구이고 무엇에 가치를 두는지, 그리고 기본적인 필요를 채울 능력을 갖고 있는지를 드러낸다”고 말한다. 음식은 ‘정체성을 표현하는 도구이며 소속감의 중심’이다. (가격대가 높고 재고가 부족할 때가 많은 지역 식품 매장에서) 저렴한 식품을 구하기 위한 발품 팔이, 특히 자녀가 있는 경우에 평소와 같은 식단을 유지하려는 노력, 가족이 못 먹거나 버리기라도 하면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식단을 시도하는 위험, 식사를 사회 활동으로 즐길 여력이 없는 상태 등은 모두 빈곤층에게 음식이 생리적 필요로만이 아니라 사회적인 필요로 나타나는 사례다.
---「1장 빈곤의 정의」중에서

필요가 사회적·문화적으로 조건 지어지는 현상은 [스미스의 시대보다는] 현대 소비사회의 맥락에서 더 뚜렷이 드러난다. 문화적인 관점에서 소비는 상대적 박탈이 발생할 수 있는 장인 동시에 정체성을 드러내는 기표가 된다. 무엇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정체성을 규정하는 경향이 늘어나면, “빈민은 … ‘결함 있는 소비자’로 재구성된다.” 주로 어린이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텔레비전 광고의 압력이 ‘보편적인 구매 문화culture of acquisition’를 조성하는 탓에, 빈곤층 양육자가 자녀의 필요를 충족시키기 어려워진다. 브랜드와 상표가 물품 자체보다 중요한 의미를 지닐 때, 적은 돈으로는 가장 기본적인 의류와 신발의 필요를 충족할 수 없게 된다. 어떤 물건을 살 수 있느냐가 아니라 (중고 물품이냐, 유명 브랜드냐, 자체 상품이냐 같은) 품질, 그리고 (다수가 이용하는 소매점이냐, 중고품 매장 같은 비공식 경로냐 같은) 출처가 문제가 된다.
---「1장 빈곤의 정의」중에서

라운트리가 했던 연구 중에서 ‘빈민층은 부족한 소득을 왜 음식이 아니라 오락에 쓰는가?’라는 질문에 답한 내용을 보면, 그가 기본적인 필요는 단지 신체적일 뿐 아니라 사회적이기도 하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노동자들은 그저 더 많은 돈을 가진 사람과 똑같은 인간일 뿐이다. [인간은] ‘배만 겨우 채우며’ 살 수 없다. 그들도 우리와 다를바 없이 휴식과 오락을 갈망한다. 그러나 … 그런 것은 신체적 건강에 필수적인 무언가를 줄여야만 얻을 수 있기 때문에 그들은 결핍을 감수한다.”
---「1장 빈곤의 정의」중에서

“내가 언어를 수집한 대상인 그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 자기도 사람이라고 단언했다.” (…) “가난한 사람을 전부 하나로 뭉뚱그리는 유형화 때문에 타인의 눈에 비인간적인 존재가 된다. 타자화는 자기와 사회의 문제를 손쉽게 타자의 탓으로 돌리게 하고, ‘빈민’의 입장에서는 자기 자신이 문제라고 인식하게 만드는 ‘상징적 배제 전략’으로 쓰인다. 또한 ‘빈민’에 대한 타자화는 다른 이들에게 던지는 경고로도 작용한다. 빈곤은 이렇게 ‘하나의 유령, 즉 사회적으로 구성되는 유익한 공포의 대상’이 된다. ‘우리’와 ‘그들’의 관계에 있어서 타자화는 빈곤의 토대를 이루는 사회경제적 불평등을 정당화한다. 또 우월함을 근거로 하는 ‘우리’의 특권과, 열등함을 근거로 하는 ‘그들’을 향한 억압을 정당화하고, 그리하여 구조적 원인을 은폐한다. 여기서 타자화 과정에 권력관계가 각인되는 방식이 뚜렷이 드러난다. 따라서 타자화가 두드러진 곳에서는 불평등이 극심할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4장 빈곤 담론: 타자화에서 존중까지」중에서

동등한 가치와 인간 존엄의 인정이라는 원칙을 대부분 입으로만 떠들고 만다. (…) 앤 필립스가 말했듯이, “충분히 부유한 사회인데도 극도의 빈곤을 외면하거나, 자의적으로 한 가지 기술에 다른 기술의 100배에 달하는 임금을 지급한다면, 그 사회는 시민을 동등한 가치를 지닌 인간으로 인식하지 않는 것이다.” 부유한 이들은 빈곤층을 자기와 똑같이 ‘존엄한 존재’로 느끼기에는 사회적으로, 때로는 지리적으로도 너무나 멀리 떨어져 있다. 존중이 ‘불평등의 경계’를 넘어서기가 쉽지 않다. … 미국과 영국 같은 이른바 능력주의 사회에서 “존중의 도표에 실패자의 자리는 없다.” 빈곤은 곧 실패를 뜻한다.
---「4장 빈곤 담론: 타자화에서 존중까지」중에서

빈곤에 빠져들고 벗어나는 양방향의 움직임은 모두 한편으로는 (빈민이든 비빈민이든) 개인 행동의 산물이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사회적 과정 및 정부 정책의 산물이다. (…) 여러 선진국에서 매년 빈곤 상태를 오가는 사람의 비율이 매우 높으며, 일정 기간에 걸쳐 빈곤을 경험하는 사람이 일회성 측정으로 파악한 것보다 더 많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빈곤의 궤적, 특히 빈곤으로 빠져드는 과정은 자녀 출생이나 동반자 관계 해소와 같은 생애 주기적 사건으로 촉발될 수 있으며, 이는 특히 여성에게 영향을 미친다. 코로나19 대유행은 많은 사람, 특히 불안정 고용 상태인 사람과 적절하고 포용적인 사회보장 최저선을 누리지 못하는 사람이 외부 충격으로 인해 빈곤으로 밀려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5장 빈곤과 행위주체성: 견뎌내기에서 조직화까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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