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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에 대하여
박상영 연작소설
박상영
문학동네 2022.0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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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대도시의 사랑법』, 『1차원이 되고 싶어』를 잇는 박상영 ‘사랑 3부작’의 최종장. 전작에서 나누었던 10대, 20대의 불안과 열기는 이제 30대의 새로운 분투가 된다. 여전히 잡히지 않는 어떤 것들을 바라고 붙잡고 잃고 그리는, 살아가는 이들의 매일이 생생하게 펼쳐진다. -소설PD 박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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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목차

요즘 애들 _007
보름 이후의 사랑 _063
우리가 되는 순간 _115
믿음에 대하여 _175

해설| 오은교(문학평론가)
우리의 없는 미래, 우리의 있는 열기 _261

작가의 말 _287

저자 소개1

1988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에서 프랑스어문학과 신문방송학을, 동국대 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을 공부했다. 스물여섯 살 때 첫 직장에 들어간 이후 잡지사, 광고 대행사, 컨설팅 펌 등 다양한 업계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넘나들며 7년 동안 일했으나, 단 한 순간도 이곳이 내가 있을 곳이라는 확신을 가진 적은 없다. 노동은 숭고하며 직업은 생계유지 수단이자 자아실현의 장이라고 학습받고 자랐지만, 자아실현은커녕 회사살이가 개집살이라는 깨달음만을 얻은 후 퇴사를 꿈꿨다. 스무 살 때부터 온갖 나라를 쏘다녔지만,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쓰고, 말하고, 남 웃겨주는 것을 숙
1988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성균관대에서 프랑스어문학과 신문방송학을, 동국대 대학원에서 문예창작학을 공부했다. 스물여섯 살 때 첫 직장에 들어간 이후 잡지사, 광고 대행사, 컨설팅 펌 등 다양한 업계에서 정규직과 비정규직을 넘나들며 7년 동안 일했으나, 단 한 순간도 이곳이 내가 있을 곳이라는 확신을 가진 적은 없다. 노동은 숭고하며 직업은 생계유지 수단이자 자아실현의 장이라고 학습받고 자랐지만, 자아실현은커녕 회사살이가 개집살이라는 깨달음만을 얻은 후 퇴사를 꿈꿨다. 스무 살 때부터 온갖 나라를 쏘다녔지만, 여행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쓰고, 말하고, 남 웃겨주는 것을 숙명으로 여기며 살다가, 2016년 문학동네신인상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작가로 데뷔했을 때 더 이상의 출퇴근은 없을 줄 알았으나 생활고는 개선되지 않았고, 계속해서 회사를 다니며 글을 썼다. 현재는 그토록 염원하던 전업 작가로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 소설집 『알려지지 않은 예술가의 눈물과 자이툰 파스타』, 연작소설 『대도시의 사랑법』, 『믿음에 대하여』, 장편소설 『1차원이 되고 싶어』, 에세이 『오늘 밤은 굶고 자야지』를 썼다. 『대도시의 사랑법』은 2022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부문, 2023년 국제 더블린 문학상 후보에 올랐다. 젊은작가상 대상, 허균문학작가상,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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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7월 20일
쪽수, 무게, 크기
292쪽 | 370g | 133*200*20mm
ISBN13
9788954699808

책 속으로

“김기자는 요즘 애들 같지 않네. 잘 웃고 밝고 사회생활도 능통한 듯하고.”
---「요즘 애들」중에서

“그래도 참 다행이지 않냐?”
“뭐가요?”
“네가 여기에서 우리와 함께하고 있다는 게.”
나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했다. 그저 멍하니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여기와 저기, 또 우리와 우리가 아닌 것들을 가르는 선이 무엇인지에 대해.
---「요즘 애들」중에서

모든 말에는 힘이 있다. 특히나 어떤 말은 주술에 가까울 만큼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어, 알지 못하는 새 마음을 파고들어 삶의 각도를 아주 조금 바꿔놓기도 한다. 그때, 그 보름날 한영의 말 덕분인지 아니면 외로움의 시효가 다 됐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날 이후 나는 일 센티미터 정도 다른 사람이 되어버렸다.
---「보름 이후의 사랑」중에서

그런 일상의 소소한 고난에도 불구하고 남준과 함께 그저 나란히 침대에 누워 있을 때면 비로소 흩어져 있던 조각들이 모두 맞춰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성적 욕망이나 사랑이라고 단순화되곤 하는 그런 감정을 초월한, 어떤 안정감 같은 것이 마음속에 차올랐다. 나와 내 주변을 구성하고 있는 모든 기둥들이 단단히 뿌리를 내리고 있다는 그런 신뢰감. 내 삶에 가장 결핍되어 있던 그것.
---「보름 이후의 사랑」중에서

“그런데 한영님, 우리 호칭을 정리해야 할 것 같아요.” 은채는 한영에게 회사의 원래 호칭 체계를 물어보았다. 한영은 직급과 상관없이 모두가 이름 뒤에 ‘님’자를 붙이는 게 원칙이지만 실질적으로 사원들끼리만 그렇게 부르고, 대리부터는 아예 직급으로 통일되어 있다고 일러주었다. 은채는 조금 고민하더니 우리 팀은 아무래도 사내 방침과는 다른 방식으로 서로를 불러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이전 회사에서 그랬던 것과 같이 서로 닉네임을 쓰자고 한영에게 제의했다.
---「우리가 되는 순간」중에서

그들이 겪었던 삶은 어땠을까. 그들은 어떻게 같고, 또 어떻게 다른 걸까. 리고 동시에 한영은 십여 년 뒤에 은채가 어떻게 되어 있을지 상상해보았다. 진연희의 모습일까, 아니면 리나 이모의 모습일까. 둘 중 어느 도 완벽히 들어맞는 것 같지는 않았다.
---「우리가 되는 순간」중에서

눈은 손바닥에 닿자마자 녹아 없어졌다. 순간 나는 영원에 대해서 생각했다. 그리고 또다시 믿음에 대해서 생각했다. 언제고 깨어지고 흩어져버릴 유릿조각 같은 믿음에 대해서. 한영과 황팀장은 강아지처럼 신나하며 웃고 있었고, 나는 카메라의 뷰파인더에 눈을 갖다댔다. 뺨으로 물 한줄기가 흘러내리는 게 느껴졌다. 눈이 짰다.
---「믿음에 대하여」중에서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 게 내 행복의 비결이라고 믿었었는데. 사실 나는 후회하는 것도, 걱정하는 것도 두려워 생각을 멈춰버린 소금 기둥 같은 존재에 불과한지도 몰랐다.

---「믿음에 대하여」중에서

출판사 리뷰

나와 함께해온 소중한 이들과의 시간이
단단하다고 믿고 싶은 마음,
그 희망을 쥐어보려는 청춘들의 사랑과 눈물


네 편의 중단편을 엮은 이번 책의 이채로운 특징은 각 작품이 시작되는 페이지에 주인공의 이름이 붙어 있다는 점이다. 「요즘 애들」의 김남준, 「보름 이후의 사랑」의 고찬호, 「우리가 되는 순간」의 유한영과 황은채, 그리고 「믿음에 대하여」의 임철우가 그들이다. 유한영의 애인인 임철우를 제외하면 등장인물들은 삼십대 동갑내기인데, 대학과 전공은 물론 사회생활을 시작한 나이도 성격도 집안 배경도 모두 다르다. 첫 직장의 입사 동기(김남준-황은채), 회사에서 가장 친한 친구(고찬호-유한영), 직장 상하관계이지만 속을 터놓고 지내는 사이(유한영-황은채), 혹은 애인이자 파트너(고찬호-김남준, 유한영-임철우)인 이들은 네 편의 작품에서 직간접적으로 연결된다. 이렇게 이들은 주인공이었다가 조연으로 재등장하며 의외의 면모를 드러내기도 하고 새로운 사건을 불러일으키기도 하며 그야말로 연작소설만의 읽는 재미를 더한다.

“선배 있잖아요, 저는 칭찬을 듣고 싶었던 게 아니라, 그냥 인간 취급을 받고 싶었어요.” (「요즘 애들」)

스물여섯 살에 잡지사 인턴으로 일을 시작한 남준은 “사회 초년생 특유의 과열된 열정으로”(20쪽)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지만, 네 살 차이밖에 나지 않는 사수 배서정에게서 틈만 나면 호되게 혼이 난다. 수습기간을 마쳤음에도 정직원이 될 기미 없이 하루하루 사회생활의 쓴맛을 맛보던 어느 날, 어김없이 배서정에게서 모욕적인 언사를 듣고는 참다못해 배서정을 복도로 불러낸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가리키는 멸칭인 ‘요즘 애들’의 이면과 직장생활의 부조리한 모습을 다룬 이 작품은 이른바 ‘미생(未生)’들의 생생한 울분을 담은 공감도 높은 이야기이다.

“성격이 곧 운명이다. 후에 나는 몇 번이고 그 말을 되뇌었다.” (「보름 이후의 사랑」)

수능을 치자마자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사람을 만나고 클럽을 전전하는 이십대를 보낸 찬호는 회사에서 성적 정체성을 공유한 ‘이쪽 친구’인 한영의 안정적인 연애가 부럽기만 하다. 그러던 어느 날 찬호는 데이팅 앱을 통해 남준을 만나게 되고, 생김새도 성향도 직업 특성도 판이하게 다른 남준과 인생 처음으로 장기 연애를 하게 된다. 이 작품은 외향형과 내향형이라는 극과 극의 성격이 어떻게 관계의 합을 이뤄내는지를 들려주는 자기 고백적인 소설일 뿐 아니라, “오직 두 사람”(86쪽)만의 온전한 동거생활을 위해 필요한 제도란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하는 사회 참여적인 이야기이다.

“그들이 겪었던 삶은 어땠을까. 그들은 어떻게 같고, 또 어떻게 다른 걸까.” (「우리가 되는 순간」)

마케팅 본부의 신생 팀인 디지털마케팅팀으로 전출된 한영은 새로 온 팀장 은채도, 은채가 전 회사에서 데려온 팀원들도, 같은 팀이자 절친한 친구였던 찬호와 떨어지게 된 상황도 모두 갑작스럽기만 하다. 하지만 특유의 낙천적인 성격으로 동갑내기 팀장 은채와 팀을 꾸려나가고, 유튜브 콘텐츠들을 성공시키며 회사에서 인정을 받는다. 그러나 직속 부장인 진연희의 모진 사내 정치, 가족 중에서 유일하게 한영의 성적 정체성의 비밀을 알고 있는 리나 이모의 투병 소식에 한영은 정신적인 고통을 받는다. 여대 출신이라는 공통점을 지닌 은채와 진연희, 리나 이모의 삶을 한영의 시선으로 보여주는 이 작품은 여성이 겪는 사회생활 속 고투를 다루는 한편, 그들의 교집합 속 차이가 무엇인지를 사유하게 하며 서로 다른 처지에 놓인 여성들 개개의 삶과 선택들을 의미 있게 부조해낸다.

“나는 결심했다. 미래 같은 것은 함부로 기약하지 않기로.” (「믿음에 대하여」)

철우는 단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던 애인 Y의 거짓된 인생과 황망한 죽음으로 삶에 회의를 느끼고 사진작가 일을 그만둔다. 하지만 Y의 장례식장에서 우연히 만난 한영과 관계가 깊어지면서 동거를 하게 되고, 이태원에서 이자카야를 운영한다는 오랜 꿈을 이루며 활기를 되찾는다. 짧은 행복도 잠시, 세계를 휩쓴 전염병으로 인해 가게는 폐업 위기에 처하고 이모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은 한영마저 밖으로 나돌면서 철우는 다시금 삶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린다.

남준, 찬호, 한영 등 주요 인물이 전부 등장하며 이야기의 대미를 장식하는 커튼콜 역할을 하는 이 소설은 작품집의 핵심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수작이다. 주요 인물 중에서 유일하게 사십대에 근접한 철우의 목소리를 통해 전해지는 이야기는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노력이 언제라도 물거품이 될 수 있고 공고한 줄 알았던 관계 또한 모래성처럼 무너져내릴 수 있다는 삶의 무정함을 드러낸다. 바로 그 점 때문에 인간이란 누군가와 같이 있더라도 늘 외로움을 느낄 수밖에 없는 연약한 존재라는 진실을 소설은 속삭이는 듯하다.

“박상영의 소설을 읽을 때면 살아오며 깊은 외로움을 느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 조만간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커다란 금이 간 유리창을 바라보는 사람. 그 유리창 밖으로는 폭설이 내리고 손에 닿지 않는 사랑하는 사람이 걸어간다. 그 외롭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나는 이 책 속에서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었다.” _최은영(소설가)

네 편의 수록작은 코로나19라는 전염병이 유례없이 세상을 휩쓸었던 2021년과 2022년에 쓰였다. 팬데믹 속 사회적 거리두기와 그로 인한 고립감, 그 안에서 더욱 차별받고 배제당하는 소수자들의 고통이 이야기 속에 절절하게 담겨 있는 이유이다. 언제나 동시대와 호흡해온 박상영은 ‘작가의 말’에서 “일상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이 “낙인찍히고 배척당하는 일이 없”기를 염원한다고 썼다. 사회의 병폐를 직시하는 시선이 한층 날카롭게 벼려져 있는 『믿음에 대하여』는 박상영의 새로운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다.

“『믿음에 대하여』에 실린 네 편의 소설은 모두 폭우와 폭설이 내리는 풍경 속에서 홀로되거나 격리된 이들을 비춘다. 어두운 세상과 고립감의 정조, 불행이 익숙한 사람들의 고요한 얼굴은 반성 없이 직진하는 세상의 진행을 서늘히 끊어낸다. 이들은 아무것도 작정할 수 없어 끔찍하게 불안하지만, 더이상 난망한 미래를 향해 투신할 수만은 없다고 느낀다. 이 분절된 시간을 제대로 사유하는 일로부터 다른 내일이 가능해질 것이다. 지금 박상영의 소설은 이러한 예감 속에 있다.” _해설, 오은교 문학평론가

■ 작가의 말

전염병이 세상을 휩쓴 요 몇 년, 일상이 산산조각나는 경험을 했다. 원치 않게 고립되는 일이 부지기수였고, 몸과 마음의 균형을 잃어버리기도 했다. 소설을 쓰는 내내 더이상은 누군가가 질병으로 인해 낙인찍히고 배척당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돌이켜보니 이 책의 모든 문장에 그런 나의 염원이 아로새겨져 있다. 나는 희망에 취약한 사람이라, 아직도 연약한 믿음이 인간을 구원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절망에 허덕이는 와중에도 기어이 책상 앞에 앉아 이 이야기를 쓸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내 일이고, 내가 할 수 있는 전부였으니까.
일상을 버티며 살아가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이 이야기가 가닿기를 바란다.

2022년 7월
박상영

추천평

박상영의 소설을 읽을 때면 살아오며 깊은 외로움을 느꼈던 순간들이 떠오른다. 외로움이라는 감정을 이토록 섬세하게 그려내는 작가도 드물 것이다.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애써 일군 것들을 망치고, 안정을 찾아 헤매지만 그저 부유할 수밖에 없던 시간에 공감하며, 나는 좋은 소설만이 줄 수 있는 위로를 받았다. 조만간 깨져도 이상하지 않을 커다란 금이 간 유리창을 바라보는 사람. 그 유리창 밖으로는 폭설이 내리고 손에 닿지 않는 사랑하는 사람이 걸어간다. 그 외롭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나는 이 책 속에서 오래도록 바라볼 수 있었다. 박상영의 세계에 한 걸음 더 깊이 다가가고 싶은 분들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 - 최은영 (소설가)
‘요즘 애들’로 우리를 싸잡던 선배들과 다르게 살려고 안간힘을 써왔는데 어느새 그들과 닮은 미간 주름을 갖게 돼버린 세대의 초상이 여기 있다. 보름달에 소원을 빌면서 사랑보다는 청약 당첨이 이루어지기를 기원하는 장면처럼, 이 이야기들은 경쾌한 농담으로 버무려져 있기에 더욱 통각을 자극한다. 이들이 아파트 평면도 모양을 한 행복에 끝내 안착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덤덤한 영원의 지속 대신 절절한 찰나를 되풀이하는 삶을 꿈꾸기 때문 아닐까? 그럴 때 이들은 사랑을 믿지 못한다고 해야 할까, 혹은 지나치게 믿는다고 해야 할까. 『믿음에 대하여』는 사회 초년생 시절을 막 통과한 어른들을 위한 성장소설이다. - 황선우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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