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이 방문하는 첫 번째 아시아 국가가 한국으로 결정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지난 60년간 그 어떤 미국 대통령도 한국을 먼저 방문한 적이 없는데요. 보통은 일본이 먼저였습니다.”
---「프롤로그: 두 개의 패권, 일곱 개의 전장」중에서
세 가지 첨단 기술 가운데 5G(5세대 무선 네트워크 기술) 분야에서 중국은 이미 미국을 추월했으며, 인공지능도 대등한 수준까지 따라잡았다. 양자기술*에선 전반적으로 미국이 앞서지만, 이를 활용한 양자통신 분야는 중국이 우위다. 이렇듯 첨단기술 경쟁에서 중국은 미국의 턱밑까지 따라붙었다.
---「프롤로그: 두 개의 패권, 일곱 개의 전장」중에서
한 국가의 하드파워, 즉 전통적 의미의 국력을 가늠할 수 있는 것은 경제력과 군사력이다. 경제력으로 볼 때 중국은 분명 ‘떠오르는 해’다. 중국이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개혁개방 초기인 1980년에 2%에 불과했으나 2020년에는 17%까지 치고 올라왔다. 그런데 ‘지는 해’는 미국이 아니라 유럽과 일본이다. 1950년대 세계경제의 40%를 차지하던 미국의 비중은 다른 나라들이 성장하면서 1980년에는 25% 수준으로 하락했다. 그럼에도 이 수치는 세계경제를 호령하는 데 충분한 규모다.
---「프롤로그: 두 개의 패권, 일곱 개의 전장」중에서
세계패권 경쟁의 구경꾼에 불과했던 1세기 전과 달리 2020년대의 우리는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중이 무시 못할 레버리지(지렛대)를 갖고 있다. 한국은 독일·프랑스·호주 등 이해관계와 역량이 어금지금한 중견 강국 및 지역 협력체와 연대를 도모해 미중이 국제 규범을 준수하도록 요구하고, 파국을 막는 안전판 역할을 해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한국의 활로 또한 두 강대국 사이에 ‘낀 나라’라는 얄궂은 운명을 개척하는 데서 열릴 것이다.
---「프롤로그: 두 개의 패권, 일곱 개의 전장」중에서
2017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등장으로 미중 관계는 변곡점을 맞는다. 대선 후보 시절부터 미국인의 반중 정서를 자극하는 ‘중국 때리기’로 재미를 본 트럼프는, 취임 이후 중국을 ‘전략적 경쟁자’로 규정하고, 중국 기업과 상품에 대한 제재와 관세 공세를 시작했다. 시 주석도 맞대응했다. 그는 2017년 10월 (…) 3시간 24분에 걸친 이 기념비적 연설에서 그는 2050년까지 중국이 세계 무대의 중심에 서겠다는 야심을 드러낸다. 덩샤오핑 시대 이래 중국의 방침이었던 도광양회(韜光養晦, 능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림)를 끝내고 세계 패권국으로 자리매김하겠다는 선언이었다.
---「1장 긴 전쟁의 서막」중에서
이 법안에 따라 향후 5년간 미국에 반도체 공장을 짓는 기업은 막대한 보조금을 받게 된다. 물론 단서 조항이 있다. 미국의 보조금을 받는 기업은 10년간 중국 영토에서 반도체 시설을 신·증설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 미국 업체는 물론 삼성전자·SK하이닉스, 그리고 TSMC 모두 중국에 반도체 공장을 갖고 있음을 감안하면, 한마디로 미국 정부 보조금을 받고 싶다면 중국에서는 첨단 반도체 공장을 운영하지 말라는 얘기나 마찬가지다.
---「1장 긴 전쟁의 서막」중에서
첨단기술의 핵인 반도체·인공지능·5G(통신기술)를 선점하는 나라가 미래 산업을 지배한다. 경제패권을 넘어 군사패권과도 직결되는 이 세 분야는 하나하나가 ‘절대반지’와 다름없다. 그만큼 치열한 전장으로, 반도체에선 미국이, 5G는 중국이 앞서 있으며, 인공지능은 백중세다. 결국 이 ‘세 고지전’의결과가 테크놀로지 엔드게임의 분수령이 될 것이다.
---「2장 세 개의 분수령」중에서
2010년 미국이 ‘스턱스넷’이라는 악성 코드로 이란의 원심분리기 상당수를 망가뜨려 핵무기 개발을 저지한 행위, 2016년 미국 대선에 러시아가 개입한 사건에서 드러났듯 경쟁국의 민주주의 시스템을 교란하는 행위 등 과거엔 상상하기 힘들었던 공격도 벌어지고 있다. 이런 공격은 상대국의 전략 자산이나 정치 체제를 뒤흔들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다. 사이버 역량의 활용이 패권 경쟁에서도 무시 못할 변수가 된다.
---「3장 지상·해저·우주에서의 네트워크 대전」중에서
미중 패권 경쟁이 지구에서 우주로 확장되고 있다. 우주공간은 이제 지구의 일상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인공위성은 날씨 정보, 위치 정보, 내비게이션, 관측 영상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의 위치·시간 정보도 여기에 의존한다. 군사적으로도 표적 탐지와 조준, 정찰 영상, 통신 도청 등에 활용된다.
---「3장 지상·해저·우주에서의 네트워크 대전」중에서
중국 개혁·개방의 설계자 덩샤오핑은 1992년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라는 말을 남겼다. 전 세계 희토류 생산량의 60%를 차지하는 중국이 언제든 이를 무기화할 수 있음을 과시한 것이다. 30년이 지난 오늘날, 덩샤오핑의 예언은 다른 나라도 아닌 미국을 상대로 현실이 되고 있다.
---「4장 중국의 히든카드」중에서
내연기관차의 경쟁력이 엔진에 달려 있다면 전기차의 핵심은 배터리다. 전기차 생산원가의 40%를 차지할뿐더러 주행거리까지 좌우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배터리의 핵심 소재인 양극재에는 중국이 공급을 장악한 코발트가 필수다. 요컨대 중국은 ‘소재-배터리-전기차’라는 생태계를 완벽히 구현하며 전기차 시대를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4장 중국의 히든카드」중에서
달러는 지구 자본주의의 혈관을 흐르는 피와 같다. 무역결제와 금융거래의 대부분은 세계 금융권력의 심장부인 뉴욕을 거쳐야 한다. 전 세계의 돈과 정보가 뉴욕으로 몰리는 까닭이며, 모든 나라가 미국의 눈 밖에 나지 않으려고 전전긍긍하는 까닭이다. 이 돈줄을 쥐지 않고서는 세계패권을 넘볼 수 없다. ‘디지털 위안화’는 달러의 헤게모니를 넘보는 중국의 승부수가 될 수 있을까?
---「5장 프랭클린과 마오의 금융패권 전쟁」중에서
미중 간의 첨단무기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미국이 동아시아에 미사일방어(MD)망을 구축하자 중국은 이를 무력화하는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로 응수한다. ‘창과 방패’의 무한 대결 속에서 동아시아는 어느새 ‘세계의 화약고’로 변하고 있다.
---「6장 첨단 무기 경쟁」중에서
디커플링(Decoupling)은 미중 간 경제·기술 생태계가 의도적으로 분리되는 상황을 말한다. 냉전 당시 진행된 미소 간 완전한 디커플링과 달리, 미국은 현재 반도체·인공지능·5G 등 핵심 첨단기술의 공급망을 분리함으로써 중국을 배제하는 ‘부분적 디커플링’을 시도하고 있다. 세계화의 끝, 또는 21세기의 냉전으로 불리는 디커플링은 한국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7장 디커플링―21세기의 냉전」중에서
2016~2017년 미국의 사드 배치 때 겪었던 경험에서도 교훈을 얻을 수 있다. 미중 간 전략적 이해관계가 걸린 이슈에서는 한쪽에 너무 기운 정책은 위험하다. (…) 초기에 가능한 한 빨리 국익을 최대화하는 해법을 도출하고 물밑에서 양해를 구하는 절차를 밟았어야 했다. 그러지 않고 눈치 보기만 했으니 우리 정부에 대한 불신만 증폭되었다. 미국 쪽에선 한국이 중국에 점점 밀착해간다고 의심하고, 중국에선 이미 (사드 배치를) 결정한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핵심적 국익이나 주권이 걸린 문제일수록 원칙을 분명히 세우고 적극 설득해야 한다. 앞으로 이런 이슈들은 계속해서 불거질 것이다.
---「에필로그: 미중의 충돌과 태풍 오른쪽의 한반도」중에서
지금은 다르다.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 산업에서 한국은 미중이 무시하지 못할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세계 최강 미국의 대통령이 한국의 반도체 공장을 직접 찾아 기술 협력을 요청하는 것은 지금껏 보지 못한 장면이다. 반대로 미국의 ‘칩4’(미국·한국·대만·일본 간 반도체 공급망 협의체) 추진에 대해 중국이 한국에 ‘중재자’ 역할을 주문하는 기류를 보인 장면도 마찬가지다. 중국 관영 매체들은 한국이 부득이하게 칩4에 합류한다면 균형자 역할을 기대한다는 사설을 내놓기도 했다.
---「에필로그: 미중의 충돌과 태풍 오른쪽의 한반도」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