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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머 퀘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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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22년 09월 15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00g | 120*188*20mm
ISBN13 9791187514930
ISBN10 1187514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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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빠는 바다에서 돌아가셨다.
---「첫 문장」중에서

“그렇게 웃는 눈매가 아빠랑 닮았네.”
언제였더라, 엄마가 이런 말을 했다. 내가 왜 웃었는지는 기억이 안 나는데, 그 말을 한 엄마가 조금 슬퍼보였던 건 기억한다. 웃는 눈매가 아빠랑 닮았다고? 혼자 세면대에서 거울을 보며 웃으려고 해본 적이 있다. 하지만 재미있는 일도 없는데 웃음이 나올 리 없지. 아빠가 어떤 식으로 웃었는지 나는 모른다.
--- p.8

그래도 제일 친한 친구가 누군지 물으면 아라타라고 생각하는 이유는, 운동회 때 보통은 안 하는 일을 같이 저지른 동료이기 때문이었다. 우리 둘 다 조금 특이한 편이려나? 몸을 움직이기 좋아하고 축구도 좋아하지만, 스포츠 소녀단은 부모님 부담이 크다고 들어서 들어가지 않았다. 그 결과 남자애들 거의 절반과 따로 행동하게 되었다. 나와 아라타처럼 소년단에 들어가지 않은 사사키는 주말에 내내 게임을 한다는데, 나는 그 정도로 게임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아라타도 게임에는 전혀 흥미가 없었다.
--- pp.20~21

바비큐에는 잊지 못할 추억이 있다. 바비큐를 구운 추억이 아니었다. ‘굽지 않은’ 추억이다. 어린이집에 다닐 때였나. 바비큐를 먹고 온 이야기를 자랑스럽게 떠벌리는 녀석이 있어서 부러웠던 나는 엄마에게 졸랐다. 바비큐를 먹으러 가고 싶다고. 우리 둘만 있을 때가 아니라, 우리 가족이랑 친한 다카토시 이모부랑 유리코 이모도 같이 있었다. 좋아, 같이 가자. 나를 예뻐하는 이모부니까 당연히 그렇게 말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었다. 다들 흠칫해서 나를 본 채 얼어붙었다. 내가 뭐 잘못했나 싶어 울음을 터트릴 뻔했는데, 엄마가 어색하게 내 앞에 쪼그리고 앉아서 말했다.
아빠는 말이야, 다 같이 바비큐를 구워 먹으러 간 바다에서 사고를 당해 죽었어.
당시 나는 아빠가 없다는 건 알았지만 죽었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었다. ‘죽음’을 아직 이해하지 못했다. 무슨 말인지 몰라 어리둥절한 내게 엄마가 말했다. …조개를 캐오겠다고 했는데. 그때 오싹할 정도로 슬퍼 보였던 엄마의 얼굴을 지금도 기억하고 있다.
--- pp.25~26

집요한 시선에 움츠러들어 묻자, 이모부가 움찔하더니 평소 표정으로 돌아왔다.
“아니, 너도 그런 표정을 짓는구나 싶어서.”
“그런 표정이라니, 어떤 거?”
“으음, 진지한 표정? 아무튼, 썼냐?”
“아직이야. 생각하는 중. 계속 보면 못 쓰니까 저리 가.”
“저리 가라니, 여긴 내 가게야.”
투덜대면서도 종이봉투를 들고 가게 안으로 들어가는 이모부의 등을 바라보며 문득 생각했다. 그러고 보니 엄마도 내가 생각에 잠기면 빤히 쳐다보곤 했다.
“너도 그런 표정을 짓는구나”라고 했지. 너도? 나랑 누군데?
아빠?
--- p.68

“중학교? 안 되잖아. 중학생이 담배?”
“그럼 당연히 안 되지. 너는 피우면 안 된다. 일단 피우기 시작하면 끊기 힘들어.”
그런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 p.77

십 년 전, 아빠는 죽었다. 이모부네랑 같이 바비큐를 구워 먹으러 가서. 바비큐 물품과 함께 있던 이 카메라는 분명 아빠가 죽은 날 썼을 것이다. 안이 보고 싶어. 혹시 아빠가 찍혔을지도 몰라. 사진 찍히는 걸 싫어했어도 학교 행사 때 찍히는 사진처럼 모르는 사이에 찍혔을 수도 있었다. 아빠가 죽은 곳이 어디인지 알고 싶었다. 내가 알고 싶은 걸 이 카메라가 알려줄지도 몰라.
--- p.82

이거 죄송합니다, 라며 센터장 대리가 엄마에게 젓가락을 받았다. 바로 여에 있으니까 젓가락쯤은 직접 가져가시지, 대리남!
“양념장이 뜨거우니까 조심해서 먹어요.”
엄마가 말했다. 어른이니까 그런 건 말 안 해도 알 거 아냐. 왜 하나하나 다 기분이 나쁠까. 다카토시 이모부나 유리코 이모랑 밥을 먹을 때와 전혀 달랐다.
--- p.95

“탱글 퀘스트. 알아?”
무슨 무슨 퀘스트란 게임이 너무 많아서 모르겠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스마트폰 없어.”
“나도 없어. 이거 엄마 거.”
“가지고 와도 돼?”
유료 결제는 안 하니까 괜찮다고 새침하게 말하고, 다베가 게임을 설명했다.
“비밀의 보물을 찾는 게임이야. 플레이어가 제각각 고른 보물을 찾아 여행을 떠나. 자기가 뭘 찾는지 다른 멤버한테는 비밀이니까 마지막에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해. 나보다 센 캐릭터랑 같은 보물을 노리는 걸 알면 다른 걸로 바꿀 수도 있어. 동료를 도와주면 아이템을 얻을 수 있고.”
--- p.121

아라타의 손가락이 지도를 더듬었다. 우리가 사는 동네에서 모르는 동네로. 익숙하지 않은 지명이 잔뜩 적힌 그 오른쪽에는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캠핑장 바로 옆이었다. 여기다. 이 바다다. 이 캠핑장에서 바비큐를 굽고 아빠는 바다에 갔다. 심장이 쿵쿵 뛰기 시작했다. 가보고 싶어. 아빠가 마지막으로 본 바다를 나도 보고 싶어.
--- p.1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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